아름다운 세브란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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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갈 때마다 뿅망치, 칼, 머리띠 같은 사소한 선물을 사줍니다.마음 같아서는 더 좋은 걸 사주고 싶지만 그것만 가지고도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합니다. 나들이경험은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놀이동산에 다니는 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봉사치고는 좀 독특합니다. | 누구와 무얼 하러 가느냐가 중요하겠죠. 한 달에 한 번, 뇌성마비 환아들을 놀이동산에 데려가는 일을 합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큰맘 먹지 않고는 바깥나들이가 어려운 친구들에게 세상구경을 시켜주는 거죠. 프로그램도 간단합니다. 보통 오전 10시쯤 세브란스병원을 출발해 한나절 놀다가 오후 2시에 열리는 퍼레이드까지 보고 돌아옵니다.

여럿이 움직이려면 버스를 대절하는 일부터 소소하고 복잡한 일이 많을 텐데요. | 그렇지도 않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라 한 번에 수십 명씩 초대할 형편이 안 되거든요, 보통은 저와 어린이 두 명, 가까이서 보살펴줄 자원봉사자 두 명까지 모두 다섯 명이 움직입니다. 제 승합차에 휠체어 두 대를 싣고 일행이 올라타면 꽉 찹니다. 처음에는 동물원도 가고 공원도 가고 했는데, 이제는 꼬마들 반응이 가장 좋은 놀이동산을 주로 찾습니다.

매달 한 번, 다섯 명씩이나 놀이동산에 가자면 비용이 만만찮겠는데요? | 단골로 다니는 놀이동산에도 자원봉사 팀이 있어 협조를 구했습니다. 고맙게도 1년 동안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50퍼센트 할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런저런 비용이 들어가는데, ‘누군가를 위해서 이 정도도 못 쓰랴?’라는 생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큰 행사를 할 때는 병원의 노사공익기금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속물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원봉사자 대신 아빠엄마가 함께 가면 에너지와 비용 측면에서 모두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 그러면 일은 쉬울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사회성을 키울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 친구들에게도 보호자와 떨어져 혼자 움직이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에게도 휴가가 필요합니다. 양육의 책임을 감당하느라 허덕이는 아빠엄마들에게 하루라도 숨 쉴 틈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빠엄마를 떠나 낯선 사람들과 여행하는 걸 아이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습니까? | 처음에는 당연히 서먹해합니다. 그래서 놀이동산으로 가는 차 안은 늘 조용하죠. 하지만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 뒤부터는 달라집니다. 금방 마음을 열고 신나게 놉니다. 놀이기구를 타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천사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친구들이 그 기쁨을 오래 기억하는 편인가요? 금방 잊어버리지 않던가요? | 나들이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다들 아쉬워합니다. 어떤 친구는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는지 몰랐다고 고백하더군요. 한 꼬마는 치료시간에 다시 만나자마자 놀이공원에서 선물로 사준 머리띠를 연신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몸짓으로나마 그날 행복했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거죠. 사탕이나 과자를 살짝 건네주고 도망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나들이 경험은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힘들고 돈 드는 일을 굳이 만들어 하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동기가 있습니까? | 본래 아이들이 좋았습니다. 2004년, 여덟 살짜리 근육마비환자를 만났습니다. 예쁘장하고 귀여운 친구였는데 열세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소원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놀이동산에 가는 거라더군요. 환우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우리 딸아이와 함께 데려갔는데 너무나 행복해했어요. 어쩌면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2009/12/14 17:27 2009/12/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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