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날 오후 두 시 반.
할머니는 휠체어를 창가로 바짝 들이댔습니다.
따가운 햇살이 거의 수직으로 할아버지 얼굴에 떨어졌습니다.
노인은 바늘이 꽂히지 않은 손을 들어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앙상한 팔을 움직여 귀에 걸린 고리를 힘겹게 풀어내는 동안
할머니는 묵묵히 쳐다볼 뿐 손을 보태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십여 분, 노부부는 말없이 창밖만 노려보았습니다.
아하, 다퉜나봅니다. 무슨 이유로든.

마침내 할머니가 화해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물론 오래도록 함께 산 부부만의 특별화법을 사용합니다.
“낫살이나 먹어가지고 성질머리하고는.
영감이 불퉁거리지만 않으면 난 ‘하낫도’ 안 힘들어.”

할아버지 역시 똑같은 화법으로 대답합니다.
“죽을 거야. 이렇게 살면 뭐해. 정 다 떼버리고 갈 거야!”
할머니가 갑자기 소녀처럼 깔깔대며 웃습니다.
“호호호, 우숴 죽겄네. 이 영감 말하는 것 좀 봐.
정이란 정은 진즉에 다 떨어졌는데 새삼스레 뭘 또 떼누?
꼭 뗄 테면 먼저 새록새록 정을 붙여놔야지!”
할아버지는 웃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금니를 암팡지게 깨물어도
입 꼬리가 살짝 들썩이는 것까지 감추지는 못했습니다.

본관 앞 벚나무 줄기에서 뒤늦게 새 잎이 돋고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웹진
2009/06/17 10:22 2009/06/17 10:22

카테고리

전체 (2211)
세브란스 Top (101)
수현일기 (12)
치치(治齒)의 행복 (22)
Smile (44)
Body Age (24)
HOT (16)
A letter from Dr.Park (37)
A letter from Dr.Chung (23)
The Scene (66)
세브란스 인물열전 (37)
지난호 보기 (2)
곁길동화 (12)
People (47)
세브란스 탐구생활 (46)
WORDS (52)
Issue (55)
S Story (58)
Special report (221)
Gallery (91)
우문명답 (34)
Ranking (20)
성산로 250 (59)
the first & the best (29)
Information (18)
you. the excellent (18)
치료에 좋은 밥상 (35)
Photo Essay (36)
선교지에서 온 편지 (12)
Quiz (12)
길 위의 기적 (36)
5 Checks (12)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49)
암, 완치의 꿈 (36)
암환자를 위한 닥터푸드 (36)
검사실 돋보기 (12)
Dr. MAH’S POEM (12)
따뜻한 창문 (3)
응급상식 119 (12)
FOCUS (46)
FACE & FAITH BOOK (10)
THE ROAD (39)
모르면 독, 알면 약 (39)
Special (166)
국가대표 암병원, 세브란스 (113)
초짜농부 생명일기 (8)
EVENT (1)
special interview (2)
A Letter from Dr.Yoon (23)
Only ONE (1)
The Love (34)
The Faith (27)
행복 (12)
My Hero (27)
Yes or No (12)
치과 솔루션 (12)
The Hope (4)
ZOOM IN (5)
Love Nepal (3)
플러스 + (2)
국가대표, 세브란스 병원 (5)
Severance Times (66)
건강한 밥상 (15)
Good Doctor Says (15)
부산발 희망편지 (22)
A Letter from Dr. Lee (3)
특별기고 (1)
HOT SPOT (7)
풍경 (7)
Miracle (7)
HISTORY (6)
HAPPY SOLUTION (7)
WISDOM (7)
NOW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