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01


편하고, 편하고,
편하도다!

베드로의 장모가 동네 병원에서 심장이 이상하니 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장모를 모시고 세브란스병원에 온 촌놈 베드로. 예약부터 진료까지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는 친절한 서비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디터 최종훈 | 일러스트 나벽수 | 스타일링 최혜민




 장모의 심장병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아낙답게 강고한 몸을 가졌지만, 세월의 무게마저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부터인지 남보다 쉬피곤해하고 언덕을 오를 때마다 가슴을 싸잡고 주저앉는 일이 잦아졌다.

 급기야 동네 병원에서 심장이 이상하니 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자식들은 다 외지에 나가 있는 터라 노인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은 고스란히 베드로 내외의 몫이었다.

 짜증이 치솟았다. 지금은 배스 비슷한 생선들이 잡힐 철이었다. 그물을 내리기만 하면 배가 가라앉을 만큼 많은 물고기들이 올라왔다. 때마침 예수님과 지방을 순회하는 일정까지 보름 이상 연기된 터라, 놈들을 잡아 살림밑천을 해둘 참이었다. 그런데 덜컥, 병원에 갈 일이 생겼으니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었다. 지난번 열병에 걸렸을 때처럼 예수님이 손을 얹어 고쳐주시면 간단하련만, 주님은 능력을 아무 때나 사용하지 않으셨다. 섣불리 청을 넣었다간 의술도 하나님이 세상에 주신 선물이니 어서 병원으로
가라는 말씀과 함께 등을 떠밀리기 일쑤였다.

 열이 확 올랐다. 시골 구석에서 나고 자란 베드로한테는 대도시에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고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심란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정문을 통과한다 해도 진료실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요즘 병원들은 규모가 워낙 커서 진료실 찾기가 미로를 탈출하기보다 어려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장모님 곁에 피붙이라곤 베드로 내외뿐인 걸. 한숨을 푹 내쉬며, 베드로는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예약을 할 참이다. ‘세브란스 병원 전화번호가 몇 번이더라?’




예약 : 천사라고? 정말?
 1599-1004. 틱틱틱틱! 버튼을 누르는 손길에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신호가 간다. 쌀쌀맞은 목소리가 튀어나올게 뻔하다. 그물가게 여주인이라면 고함을 쳐가며 맞상대를 해주겠지만, 이상하게 병원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여자들 앞에선 주눅이 들곤 했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갈릴리 사투리도 마음에 걸렸다. 촌티를 내면 저쪽에서 더 기세등등할 것 같아서 가능한 한 표준말을 구사하기로 한다.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 목소리가 자꾸 기어들어간다. 최대한 세련된 어투로 묻는다.

 “여보쇠요?”

 어라?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따듯하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틀에 박힌 친절이 아니고 무슨 소리든 다 들어줄 것처럼 푸근한 친절이다. 긴장이 탁 풀어지면서 절로 말문이 터졌다. 아니, 이쪽에서 구구절절 물어볼 것도 없이, 알고 싶은 것들을 저편에서 미리 이야기해준다. 어떤 질환으로 의사를 만나려는 것인지 묻고 해당되는 진료과에 예약을 잡아준다.

 며칠 뒤, 몇 시까지 심장내과 아무개 선생의 진료실로 오란다. 예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받은 서류며 영상자료가 있으면 다 가져오란 당부도 잊지 않는다.

 전화를 끊고 나니 더 얼떨떨하다. ‘나의 매력적인 중저음과 완벽한 표준말에 반했나? 아님, 정말 천사가 전화를 받았던 걸까?’


띠리링~ 소리와 함께 들어온 문자다.
“요안나 님, 안녕하세요. 세브란스병원에서 제공하는 길 안내 동영상입니다.”
그러니까 내일 찾아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동영상인가 보다.
주인공은 정말 본관을 출발해서 심장혈관병원까지 걸으며 자세히 알려준다.
환자들이 헤매지 않도록 도우려는 배려가 고맙다.


하루 전 : 문자 확인에 길 안내 영상까지
 며칠 뒤, 그물질이 한창인데 문자가 왔다. 무시한다. 물질하다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는 건 이만저만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당기던 그물 내려놓고, 장갑 벗고, 손에 물기 닦고, 확인해보면 열에 아홉은 “오빠, 나 시간 많아요. <벳새다 미녀클럽>” 따위의 스팸이었다.

 “띵띵!” 문자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다시 울린다. 일단 확인을 하기로 한다. 또 광고문자면 휴대폰을 바다에 처넣을지도 모른다. 물 묻은 손으로 액정화면을 스윽 문지르자 내용이 떠오른다.

 “<세브란스 예약 알림> 요안나 님, 6월 22일(금) 08:50, 심장내과 바나바 선생님. 진찰권을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아차! 일에 정신이 팔려서 내일이 그날인지도 까먹었다.

 일단 아내한테 전화를 걸어서 진료의뢰서, 진료기록 복사본, 영상자료들을 챙겨두라고 주문한다.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다시 문자가 들어온다. 확인해보니 동영상이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야한 동영상을 주고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들었다.

 동영상을 작동시킨다. 여성이 주인공이긴 한데 생김새며 차림새가 단정하고 야무져서 기대와는 딴판이다. 급한 마음에 건너뛰었던 문자 내용을 확인한다.

 “요안나 님, 안녕하세요. 세브란스병원에서 제공하는 길 안내 동영상입니다.” 그러니까 내일 찾아가야 할 곳으로 인도해주는 동영상이란 말인가 보다. 주인공은 정말 본관을 출발해서 심장혈관병원까지 걸으며 자세히 알려준다. 한편으로는 실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자들이 헤매지 않도록 도우려는 배려가 고맙다.


그날 : 일사천리, 간편해진 절차와 줄어든 대기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찌감치 세브란스병원 본관에 도착했다. 베드로는 성질을 죽이자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한다. 사실 병원에 올 때마다 울화통을 터트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부가 짧은 베드로한테는 병원 전체가 거대한 퍼즐이나 다름이 없었다.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데도 실수가 많고 오류가 잦았다.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시키는
대로 헤매다보면 놀림 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접수에서부터 시작된 “기다리세요”는 병원에서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우선 영상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도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안내문에 적힌 대로 기계를 써보기로 한다. 장모는 직원들 나오거든 하자지만 성질 급한 베드로는 일단 시도해보기로 한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문구에 따라 버튼을 누른다. 기둥처럼 생긴 기계가 혓바닥을 쑥 내민다. 한눈에 보기에도 CD를 넣는 자리처럼 보인다.

 머리가 돌기도 전에 손이 먼저 반응한다. 잠시 후, 완료 신호와 함께 기계가 삼켰던 CD를 도로 토해놓는다. 이렇게 싱거울 수가! 베드로는 거 보라는 듯, 장모 앞에서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맛보기, 본론은 이제부터다. 어제 본 영상을 떠올리며 심장혈관병원으로 이동한다. 입구에 간호사 옷을 입은 아가씨 둘이 서 있다. 요즘은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간호사 유니폼을 입는구나 싶었는데, 진짜 간호사란다.

이름하여 설명간호사. 장모의 이름을 대자 컴퓨터로 조회를 해서 무슨 검사를, 어떤 순서에 따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설명하고 종이에 적어주기까지 한다. 자신감이 붙는다.

 가슴사진을 찍고, 초음파검사를 하고, 채혈을 하고, 혈압을 재는 과정을 한점 헷갈림 없이 깨끗하게 완수해냈다. 예전처럼 그때그때 물어봐가며 돌아다니지 않고 간호사가 적어준 순서를 차례차례 밟아가기만 하면 되는 터라 어려울 게 없었다.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 앞에 앉았다.

 대기 공간이 호텔 로비처럼 널찍하고 환하다. 대기 공간에서 장모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는데 다시 문자가 온다.

 “요안나 님 3번째 진료 순서이오니 혈압 측정 후 진료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대기실 전광판에 진료 순서가 시시각각 게시되고, 진료실 앞 모니터에 이름이 올라가는 즉시 문자 서비스까지! 의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절차가 일사천리, 막힘없이 진행된다.


병원 다니는 일이 이렇게 쉽다면야
 집으로 돌아가는 베드로의 발길이 가볍다. 사실 오늘 일은 포기했었다. 이렇게 고기가 잘 드는 시기에 하루를 놓친다는 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었다. 이런 풍어기에 덜컥 탈이 난 장모가 야속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분주한 마음을 병원이 헤아려준 셈이 됐다. 하루 종일 걸릴 줄 알았던 일을 금방 뚝딱하고 해치웠으니 말이다. 예전에 도마가 병에 걸려서 예루살렘병원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는, 간단한 검사 하나 하는 데도 1시간은 예사였다. 뜻밖이었다. 이렇게 간단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환자와 보호자의 시간까지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센스를 갖췄다면, 병을 다루는 솜씨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원을 나서려는데, 갤러리가 눈을 끈다. 거저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베드로, 장모의 팔을 끌고 한 바퀴 돌아본다. 잘 모르지만 무조건 감동을 받은 척, 고개를 끄덕인다. 전시장 앞에선 앳된 아이들의 중창 공연이 한창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얼결에 의자에 앉아 30분 음악 공연에 심취. 촌놈 어부가 출세했다.

 갤러리에 콘서트까지 다 즐기고. 그러고도 아직 해가 중천이니, 이런 횡재가 따로 없다.

그날 오후, 베드로는 단 한 번 그물질로 엄청나게 많은 배스를 건져 올렸다. 헤아려보니 153마리였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Zoom in | 세브란스의 사랑, 손위생

손씻기와 손소독 함께하면 완벽한 손위생




생명을 살리는 실천
 신종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하던 2009년, 손위생이 강조되면서 안과 클리닉에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가 줄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듬해 이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또 병원 전체의 캠페인성 활동으로 반코마이신내성 포도알균과 같은 내성균주뿐만 아니라 병원 내 감염률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영국과 웨일즈, 호주에서는 2000년대 말
국가적으로 벌인 손위생 캠페인을 통해 손씻기 수행률이 증가하고 손소독제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의료와 관련된 포도알균 혈류감염 발생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손위생의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부터 손위생에 대한 전 세계적인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이름하여 ‘Clean hands, Save lives’. 손위생을 통해 궁극적으로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를 감소시키자는 것이다. 70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천 개의 병원들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손소독, 환경까지 생각하는 효과적인 손위생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기계적 마찰을 통해 미생물의 숫자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비누로 손을 문지르고 헹궈내고 다시 건조시키는 손씻기는 씻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시설이 여의치 않은 곳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곳에서는 손소독제가 진가를 발휘한다.

 손소독제의 장점은 손의 일시적 오염균뿐만 아니라 상재균까지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 또한 물이나 종이타올의 소모가 적어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세균 중에는 상황이 안 좋아지면 포자를 형성해 버티는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물 테러에 사용할 수 있는 탄저균과 병원 환경에서 위막성대장염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알코올성 손소독제로는 제거되지 않으므로 물과 비누로 씻어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손이 오염되었을 때는 물과 비누로 씻어내야 한다. 손씻기를 하든, 손소독을 하든 손의 모든 표면을 골고루 문지르는 것이 중요하다. 손톱 끝, 손가락 사이, 손바닥 손금, 엄지손가락, 손목 등 모든 부분이 충분히 씻길 때까지, 손소독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마를 때까지 문질러주자.




세브란스병원의 확실한 손위생 실천!
 2008년 12월부터 세브란스병원은 감염관리와 손위생을 장려하는 ‘하이파이브(Hi-Five) 캠페인’을 시작해, 의료진과 전직원이 손위생 전도사로 나섰다. 손위생 홍보활동을 통해 병원 내의 손소독제 사용량과 손위생 수행률이 크게 증가한 결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손위생 수행률을 80% 이상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한 감염발생률이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세브란스에서는 직원들이 환자에게 인사나 설명을 하면서 먼저 손소독을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하이파이브(Hi-Five) 캠페인’이란, 병원에서 손소독을 하거나 손을 씻어야 하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상황(WHO 제시항목)에서 수행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1) 환자 접촉 전
2) 환자 접촉 후
3) 무균시술 수행 전
4) 혈액이나 체액의 노출 가능성이 있는 행위 후
5) 환자 주변환경 접촉 후






2012/06/29 16:22 2012/06/29 16:22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카테고리

전체 (2539)
세브란스 Top (124)
수현일기 (12)
치치(治齒)의 행복 (22)
Smile (44)
Body Age (24)
HOT (17)
A letter from Dr.Park (37)
A letter from Dr.Chung (23)
The Scene (66)
세브란스 인물열전 (37)
지난호 보기 (2)
곁길동화 (12)
People (70)
세브란스 탐구생활 (46)
WORDS (65)
Issue (57)
S Story (82)
Special report (221)
Gallery (105)
우문명답 (34)
Ranking (20)
성산로 250 (59)
the first & the best (29)
Information (18)
you. the excellent (18)
치료에 좋은 밥상 (35)
Photo Essay (36)
선교지에서 온 편지 (12)
Quiz (12)
길 위의 기적 (36)
5 Checks (12)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49)
암, 완치의 꿈 (36)
암환자를 위한 닥터푸드 (36)
검사실 돋보기 (12)
Dr. MAH’S POEM (12)
따뜻한 창문 (3)
응급상식 119 (12)
FOCUS (48)
FACE & FAITH BOOK (10)
THE ROAD (39)
모르면 독, 알면 약 (39)
Special (218)
국가대표 암병원, 세브란스 (113)
초짜농부 생명일기 (8)
EVENT (1)
special interview (2)
A Letter from Dr.Yoon (23)
Only ONE (1)
The Love (48)
The Faith (27)
행복 (12)
My Hero (27)
Yes or No (12)
치과 솔루션 (12)
The Hope (4)
ZOOM IN (8)
Love Nepal (3)
플러스 + (2)
국가대표, 세브란스 병원 (5)
Severance Times (66)
건강한 밥상 (15)
Good Doctor Says (15)
부산발 희망편지 (24)
A Letter from Dr. Lee (3)
특별기고 (1)
HOT SPOT (8)
풍경 (16)
Miracle (30)
HISTORY (29)
HAPPY SOLUTION (8)
WISDOM (9)
NOW (10)
책갈피 (7)
HAPPY NEW YEAR (1)
집중탐구 (21)
치과 TALK TALK (11)
지금여기 (1)
S diary (12)
S NEWS (15)
식탁 (8)
공감 (1)
Heart (9)
Wow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