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인물열傳


선도적 연구로 기초 의학 체계를 확립하다
한국 최초의 병리학자, 윤일선

윤일선은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학교 병리학교실 주임교수로서 병리학의 기초를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사협회를
조직하고 《조선의보》를 발간하는 등 한국 기초 의학 발전에 기여했다.
글 신규환 교수(연세의대 의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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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제국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병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윤일선 교수.

| 윤일선 |

1896년 일본 도쿄 출생

1923년 교토제국대학 의학부 졸업

1927년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학교 조교수

1929년 교토제국대학 의학 박사

1932년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학교 학감

1946년-1962년 경성대학 의학부장, 서울대학교 대학원장 및 총장 역임

1987년 사망



 1930년 2월 21일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학교 강당에 조선을 대표하는 의학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조선 의학계의 발달, 조선 민중의 위생사상 향상과 보급, 지식교환 및 상호 친목도모 등을 목표로 조선의사협회를 조직했다.


 조선의사협회가 한국인들의 첫 의사 조직은 아니었다. 그보다 앞서 1908년 조직된 의사연구회는 특정학교 출신들로만 구성되어 유명무실했다.


 이에 반해 조선의사협회는 세브란스의전 출신뿐만 아니라 경성제국대학과 경성의학전문학교 출신 등이 고루 참여했고, 400여 명의 한국인들이 전국적 규모로 만든 최초의 의사조직이었다. 조선의사협회 발기모임은 세브란스의전 강당에서 추진되었고, 협회 사무실도 세브란스의전 병리학교실로 정해졌다.

 이 조직을 처음부터 주도한 인물이 한국 최초의 병리학자 윤일선.

 그는 조선의사협회의 기관지로 순우리말 의학잡지인 《조선의보》를 편찬했다. 조선의사협회는 서태평양지역 외과학술대회에 한국 대표를 파견하는 등 국제적 학술활동을 지향했으나 안타깝게도 총독부의 탄압으로 1941년 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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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병리학 실험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윤일선(뒤쪽 오른편에 서 있는 이).



민족 후학 양성 위해 책임을 다하다
 윤일선은 1896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고향은 충남 아산으로, 조부 윤영렬은 6남 2녀를 두었다. 장남 윤치오가 윤일선의 부친이고, 차남 윤치소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부친이다. 또 한말의 계몽사상가 윤치호가 부친 윤치오의 사촌 형이다.


 윤일선의 부친은 일찍이 개화운동에 투신하다가 윤치호의 권유로 일본에 유학해 게이오의숙을 졸업했다. 윤일선은 윤치오가 일본 유학 중에 낳은 장남으로, 그는 1919년 교토제국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1923년 교토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윤일선은 독일 피르호(Rudolf Virchow)의 제자이자 일본의 대표 병리학자인 후지나미 아키라(藤浪鑑) 교수 밑에서 병리학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윤일선은 건강 문제로 대학원을 중퇴하고 휴양차 귀국했다가 건강이 회복되자 세브란스의전 오긍선 교장과 경성제대 의학부장 시가 기요시로부터 동시에 교수직 제의를 받았다. 윤일선은 한국인 학생이 소수에 불과한 경성제대 의학부의 제의를 뿌리치고, 한국인 제자를 양성하고 토착화시킬 수 있는 세브란스의전을 선택했다.

 윤일선은 한국인 최초로 병리학 교수가 되었다. 그가 부임한 후 세브란스의전 분위기는 크게 새로워졌다. 연구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그는 도서관을 정비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책임자가 되었다. 또 학교 당국을 설득해 동물실험동을 신축했다.


 윤일선의 열성에 감동한 러들로 교수는 매년 병리학교실에 3천 달러를 기부했고, 윤일선은 이를 기반으로 연구활동에 매달렸다. 1929년 3월 그는 교토제대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아 한국 최초의 병리학 박사가 되었다.


 윤일선이 지도하는 병리학교실은 인적자원, 연구시설, 연구실적 등에서 1930-4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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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교수연구실에서.



1932년 세브란스의전 학감에 취임한 후, 윤일선은 일본 문부성의 지정을 받아내
세브란스 졸업생들도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서 자유롭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학교, 연구, 제자를 키운 열정
 1932년 2월 세브란스의전 학감에 취임한 윤일선에게는 일본 문부성의 지정을 받는 일이 당면한 최대 과제였다. 경성제대와 경의전은 일본 문부성의 지정을 받아 졸업생들이 한국과 일본과 만주 등에서 자유롭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브란스의전이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학교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 뻔했다. 윤일선은 문부성 규정에 맞게 학교시설, 교수진, 학제 등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 1934년 지정을 받아냈다.

 1935년 6월, 윤일선의 첫 제자인 이영춘이 교토제국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17일 교토의 전보는 순전히 조선 안의 사학에서 학업을 닦고, 또 조선인 교수의 지도 밑에서 연구해 필경 박사의 논문이 통과되었다는 뉴스를 전해왔다. 이것은 철두철미 우리의 힘으로 길러낸 최초의 박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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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두철미, 우리 힘으로 길러낸 최초의 박사! 윤일선 박사의 지도하에 연구, “문화조선에 새 광명”
이영춘의 박사학위 소식을 다룬 당시 신문기사 (동아일보, 1935년 6월 19일자).



 이영춘은 일본병리학회에서 세 차례나 강연 요청을 받을 정도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윤일선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윤일선은 1937년 오긍선 교장의 권유를 받아 유럽과 미국 등지로 의학시찰을 나갔다. 그는 당시 세계 병리학계를 주도하던 오스트리아 빈대학을 방문했을 때 알레르기에 관한 책을 한 권 선물받았는데, 그 책에 자신이 지도한 이영춘의 논문이 인용된 것을 보고 감격했다고 한다. 그것은 세브란스의 의학 연구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인정받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해방 후 미 군정청은 경성대학 의학부장으로 윤일선을 임명했고, 이후 그는 서울대 대학원장 및 총장 등을 역임했다. 세브란스의전과 서울대학교 양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윤일선은 한국인 최초의 병리학자로 세계적 수준의 의학 연구를 수행, 기초 의학 체계의 확립과 토착화를 위해 평생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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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1 13:55 2012/05/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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