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대장암 수술의 대가, 외과 김남규 교수
감사하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따듯한 가슴으로 마음의 창을 반쯤 열어놓고 손을 잡아준다면 환자나 보호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큰 보람이 됩니다. 가운을 입고 있는 한, 자기 이익보다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아가야 의사다운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에디터 최종훈 | 포토그래퍼 이관형



주말이면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들을 잔뜩 고른다. 의업 醫業 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므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스컴이 말하는 이른바 베스트 닥터 명단에 이름이 오른다는 게 의사의 능력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무의미한 짓’으로 매도해버릴 일도 아니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기투표라면 모를까, 속내를 빤히 아는 의료인들이 첫손에 꼽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대장항문 분야, 특히 외과 쪽에서는 김남규 교수가 바로 그런 의사다. “전국 16개 대학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외과 의사 76명을 설문조사” 해서 제작했다는 책자는 김 교수를 해당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 꼽으면서 “과에 상관없는 전체 추천 순위에서도” 톱 클래스에 들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마음으로 외과 의사가 베스트 닥터로 꼽혔다면 일차적으로는 수술 솜씨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김 교수의 전공은 ‘상행결장부터 직장항문까지 160cm 구간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그러니까 대장암이나 직장암 따위를 찾아내서 말끔히 제거하는 데 뛰어난 전문가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김 교수의 설명은 지극히 교과서적이어서 그것만 가지고는 어디가 어떻게 탁월하다는 건지 가늠할 수 없다.

 “암이 발생한 자리와 주변 림프절을 잘라내는 수술을 합니다. 물론 그 전에 환자의 병세가 몇 기에 해당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합니다. 곳곳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인자가 도사리고 있으므로 마무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가서 “명의” 운운하거나 수술 능력을 들먹이는 걸 불편해하는 눈치다. 수술 역시 기술의 일종인지라,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인 뒤부터는 누구나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며 선을 긋는다.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도 50-70명 정도 환자를 경험하고 나면 어떤 외과 의사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안전하게 치료를 마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술이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게 아니어서 솜씨를 자랑할 만한 일이 못 된다고 아예 쐐기를 박는다.

 “대장암을 치료하는 데는 수술이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진단 및 치료 내시경,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들과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좋은 치료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대장암클리닉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소통하는 기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각 분야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소리를 다 들을 줄 알아야 독단에 빠지지 않고 환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 속에서도 궁금증을 푸는 실마리를 넉넉히 찾을 수 있다. ‘최선’이나 ‘소통’ 따위의 키워드를 조합해보면, 오랫동안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쌓인 노하우에, 일인자라는 평가에 현혹되지 않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성실함, 그리고 최상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관련 분야의 동료들과 힘을 모으는 소통 노력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베스트 닥터의 꼬리표는 매스컴이 달았는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는 환자들이 보내는 전폭적인 신뢰다.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서, 특히 가족의 추천으로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만 봐도 믿음의 깊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직장암 수술을 받고 완치돼서 가끔씩 들르는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3년쯤 지난 뒤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찾아왔어요. 대학교 졸업반인 아들도 똑같은 암에 걸렸다는 겁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돼서 건강을 찾았습니다. 결혼해서 아들까지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먼저 수술을 받은 아들이 팔순 노모를 모시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아 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대장암 수술을 끝내고 지금껏 별 탈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그밖에도 부모와 자녀, 부부, 형과 동생, 세 자매를 수술한 케이스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낙제는 면했다는 안도감이 들더군요. ‘겪어보니 식
구를 맡길만 하더라’라고 인정해준 것 같아서요.”


마음의 창을 반쯤 열고 손을 내민다면
 의사들에게 “왜 이 길에?”라고 묻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인류를 고통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따위의 모범답안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라든가 “주위의 권유로”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무언가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품고 진로를 정한 김남규 교수의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다.

 “중학교 때 사춘기를 거치면서 철이 들 무렵,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그동안 거리를 두었던 성당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어요. 신앙이 자라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초 과학자보다는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의술이 좋을 것 같아 의대를 선택했습니다.”

 순수한, 또는 순진한 동기에서 뛰어든 길이었지만 그 여정이 줄곧 순탄했던 건 아니다. 한동안은 규모가 작은 분원에서 외과와 정형외과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환자를 봐야 했다. 미래는 불투명했다. 외과 의사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면 보따리를 싸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 암울한 시절은 문자 그대로 ‘인술’을 배우는 시기이기도 했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서 저마다 딱한 사연들을 품고 있었다. 집까지 찾아가서 환자를 만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깊은 무력감을 떨쳐내고 일에 매달렸던 당시의 경험은 어려서부터 가졌던 신앙과 더불어 의사의 소명의식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빚어졌지만 약하고 유한한 육신에 그 신성이 갇힌 탓에 힘들고 고단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따듯한 가슴으로 마음의 창을 반쯤 열어놓고 손을 잡아준다면 환자나 보호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큰 보람이 됩니다. 가운을 입고 있는 한, 자기 이익보다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아가야 의사다운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의식은 김남규 교수의 마음을 지켜주는 일종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의료 기술과 약품, 각종 장비가 발전을 거듭해서 첨단을 달린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몸에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다. 온 힘을 다해 진료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예상치 못했던 사태가 닥칠 수 있다. 100% 회복할 줄 알았던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와 같은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외과 의사의 숙명과도 같은 그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거기에 맞서는 자세가 다를 뿐이다.

 “의과대학에 들어올 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함을 지키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환자의 편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을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지키고 의사로 첫발을 내디딜 때 했던 다짐을 잊지 않으면 그런 스트레스를 넉넉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갈 길 멀지만 꾸준히 
 대장암이 국내에서 발병률 2위(여성은 4위)를 기록할 만큼 흔해지면서 오해도 늘었다. 변비와 치질이 해묵으면 대장암이 된다거나, 육식을 포기하고 채소만 먹어야 한다거나, 일단 칼을 대면 끝없이 수술만 하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따위의 흉흉한 얘기가 떠도는 것이다. 하나같이 두려움이 빚어낸 지레짐작에 불과하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운동에 신경 쓰고 정기적으로(50대 이후에는 5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설령 암에 걸렸다 하더라도 무작정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다양한 치료 방법과 약물 덕분에 완치율은 물론이고 중증 환자들의 생존 기간 역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사보다 삶의 질인데, 아직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성기능이나 배뇨, 배변과 관련된 기관이 손상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김남규 교수의 시선은 그런 현실을 최대한 극복하려는 목표를 향해 있다.

 “가급적 수술 범위를 줄이는 게 기능을 보존하는 데 유리합니다. 환자 하나하나의 상태에 맞춰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의료 기술의 새로운 흐름에 맞추어 정확하고 안전하며 재발률이 낮은 표준 수술 기법을 개발해서 정착시키는 일도 중요하고요.”

 매년 워크숍을 열어서 젊은 의사들을 가르치거나, 그 경험을 모아 책을 쓰거나,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술대회를 통해 세브란스의 앞선 지식과 경험을 여러 나라들과 나누는 작업은 모두 그 고지에 오르는 여정의 일부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꾸준히 갈 뿐, 초조해하지 않는다.


 베스트 닥터의 꼬리표는 매스컴이 달았는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는 환자들이 보내는 전폭적인 신뢰다.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서, 특히 가족의 추천으로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이 유난히 많다는 사실만 봐도 믿음의 깊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 김남규 교수 |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연세의대 외과학교실에 재직 중이며, 전문 진료분야는 대장암, 직장암, 항문 질환, 유전성 대장암, 최소 침습 수술(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대한임상종양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세브란스병원 대장암클리닉 팀장을 맡고 있다.




2012/02/08 13:13 2012/02/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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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 순이 2012/02/27 0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어머니 팔순의 연세에 대장암 수술받고 김 남규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로 대해주심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 다시한번 김 남규 선생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선생님도 건강 하세요..

  2. 강재완 2012/02/27 0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모두 충실히 지키는 의료인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또 기독인으로서의 진정한 삶이 진료 전 과정에도 반영됨으로서 더욱 신뢰감이 확고해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의료인으로서 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진실로 존경합니다.저는 11년전 3기 직장암 수술을 받아 현재까지 전이도 없고, 더욱 건강희 활동하고 있으면 적년 9월엔 어머님 S결장암 절제 수술 후 더욱 건강해 지셨습니다.특이 한건, 척추협착증에 의한 통증도 많이 경감되었다는 점입니다.

  3. 강재완 2012/02/27 1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급히 글 올리다보니, 철자오류가 많아졌네요. "적년">>"금년", "건강희">>"건강히" 정정합니다.

  4. 오현숙 2012/03/04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남규 교수님께 11넌도 10월에 수술을 받고 지금 항암치료중인데요 세심하시고 정확성을 기하는 모습에 신뢰를 합니다 차분하시고 환자마음을 편하게 해주셔셔 감사 하고 확신하며 치료 잘 받고 현재몸도 가볍고 좋아요 항상 건강하셔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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