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조병학과 조중환 부자(父子)의 뜻깊은 기부  


위기에 처한 세브란스를 살린 두 사람의 약속

오늘의 세브란스병원이 있기까지, 그 이면에서 지고한 뜻과 헌신을 실천한 기부자들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페이지에 적혀 있는 귀한 기부
조병학, 그리고 그의 아들 조중환.
안타깝게도, 그리고 미안하게도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두 사람의 이름은 깊고 깊은 책장 한구석, 먼지 쌓인 두꺼운 책의 한 페이지에 남아 있을 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펴낸 <의학백년> 중 “일제 말기의 시련을 딛고”를 다룬 4부의 ‘재정 위기를 모면케 한 희사’ 편에 조병학, 조중환 부자의 귀한 기부 내용이 나와 있다.

“때마침 전 교장 오긍선과 친분이 깊은 서울의 부호 독지가 조병학이 육영사업에 관심이 깊은 것을 알고 교장 이영준이 학교를 지원하여 달라고 요청한 바, 조병학은 사유재산의 큰 부분인 토지 시가 60만 원의 2천 석 추수 토지를 학교 운영비에 충당해달라고 기부하고, 다시 그해 부족분을 담당하겠다고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하여 재단은 크게 확충되었고 일제의 협박 구실도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135쪽)

1930년대 말, 세브란스병원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미국은 일본에 경제적 압박을 가했고, 일본은 반미 태도를 노골화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인과 선교기관에 대한 핍박이 가해졌다. 재정 간섭에 이어 일어 사용, 신사 참배, 군사훈련의 압박으로 선교기관은 존폐 위기에 놓이고, 세브란스의 에비슨, 마틴 등 여러 교수들은 1939-1940년 사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결국 세브란스는 미국 선교단체에서 들어오던 운영자금 마저 봉쇄돼 일본의 숨은 의도대로 재단 부실화가 진행되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

교장 이영준은 세브란스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어느 자산가도 쉽사리 동참하지 못했다. 자칫 기부금이라도 냈다가 일제로부터 보복을 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병학씨는 흔쾌히 60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약속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조병학 씨가 갑자기 병환으로 작고한 것이다. 그러나 아들 조중환 씨는 일제의 탄압이 예상됨에도 당당히 선친의 약속을 지켜 1943년 토지를 세브란스에 기부했다. 지금 시가로 따지면 5억 5천만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산이며, 당시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위협과 탄압에 맞서 끝까지 기부 실천
이로써 세브란스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조중환 씨는 일제로부터 끝없이 시달 렸다. 세브란스에 기부를 인가받는 조건으로 조선총독부에 10만 원의 헌금을 내야 했고, 서 울 장교동에 있던 그의 집은 도로 개설 명목으로 빼앗겨 무너지고 말았다. 게다가 일제는 기 어이 조중환 씨에게 노무자 징용 영장을 발부하며 그의 인생을 위협했지만, 다행히 해방을 맞아 징용은 피할 수 있었다.
2007년 90세를 넘긴 조중환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밝힌 바 있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내가 기증한 재산으로 세브란스가 재기해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덕에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다.”(2007년 3월 1일, 오마이뉴스)
조병학, 조중환 부자의 기부에서 보듯 인생은 들판의 꽃처럼 시들어 사라지지만, 인생이 남긴 헌신은 숭고한 거름이 되어 오늘을 꽃피운다.


2019/01/17 11:21 2019/01/17 11:21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 2451 

카테고리

전체 (2451)
세브란스 Top (117)
수현일기 (12)
치치(治齒)의 행복 (22)
Smile (44)
Body Age (24)
HOT (17)
A letter from Dr.Park (37)
A letter from Dr.Chung (23)
The Scene (66)
세브란스 인물열전 (37)
지난호 보기 (2)
곁길동화 (12)
People (63)
세브란스 탐구생활 (46)
WORDS (59)
Issue (55)
S Story (75)
Special report (221)
Gallery (105)
우문명답 (34)
Ranking (20)
성산로 250 (59)
the first & the best (29)
Information (18)
you. the excellent (18)
치료에 좋은 밥상 (35)
Photo Essay (36)
선교지에서 온 편지 (12)
Quiz (12)
길 위의 기적 (36)
5 Checks (12)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49)
암, 완치의 꿈 (36)
암환자를 위한 닥터푸드 (36)
검사실 돋보기 (12)
Dr. MAH’S POEM (12)
따뜻한 창문 (3)
응급상식 119 (12)
FOCUS (48)
FACE & FAITH BOOK (10)
THE ROAD (39)
모르면 독, 알면 약 (39)
Special (218)
국가대표 암병원, 세브란스 (113)
초짜농부 생명일기 (8)
EVENT (1)
special interview (2)
A Letter from Dr.Yoon (23)
Only ONE (1)
The Love (41)
The Faith (27)
행복 (12)
My Hero (27)
Yes or No (12)
치과 솔루션 (12)
The Hope (4)
ZOOM IN (8)
Love Nepal (3)
플러스 + (2)
국가대표, 세브란스 병원 (5)
Severance Times (66)
건강한 밥상 (15)
Good Doctor Says (15)
부산발 희망편지 (24)
A Letter from Dr. Lee (3)
특별기고 (1)
HOT SPOT (8)
풍경 (16)
Miracle (23)
HISTORY (22)
HAPPY SOLUTION (8)
WISDOM (9)
NOW (10)
책갈피 (7)
HAPPY NEW YEAR (1)
집중탐구 (14)
치과 TALK TALK (11)
지금여기 (1)
S diary (6)
S NEWS (8)
식탁 (2)
공감 (1)
Heart (2)
Wow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