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

환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간호사들의 생생 스토리


날마다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여기

하루 방문객만 200명이 넘는 외래 주사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내원객들을 접하는 곳이기에 간혹 예상치 못했던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세브란스병원 간호사여서 참 감사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건 따듯한 격려로 오히려 간호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초 주사실로 발령을 받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커튼을 치는 과정에서 작은 오해가 생겨 환자와 마찰을 겪었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환자는 공격적인 언사로 나를 아프게 했다. 속상하다 못해 모욕감까지 느꼈던 최악의 사건이었다. 10년 여 병동 근무를 하면서 다른 누군가가 환자와 갈등을 겪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할 정도 로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 생소한 경험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에게 받은 상처는 환자를 통해 치유된다. “오늘 기운이 참 없었는데,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해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아졌어요.” “역시 세브란스병원은 달라요. 여기 선생님들은 주사도 잘 놓고 참 친절해요.” 어르신들의 따듯한 칭찬과 격려에 더 성심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주사실에서 일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한 환자가 나를 바라보며 건넨 말이었다. “기도 없이는 일하기 어렵더라고요.” 무심코 던진 한마디였지만, 정말 진심이었다. 잠시 후, 다른 환자분이 눈물을 글썽이 며 내손을 잡았다. “아까 선생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기도하며 일하는 분이 아직 있네요. 매일 기도한다는 말, 정말 감동이에요.” 환자의 말에 그동안 내 안에 쌓인 아픔과 상처가 거짓말처럼 다 씻겨 내려갔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진한 감동이 차올랐다. “어르신 말씀에 제가 더 감동받았습니다. 힘들었던 마음이 다 회복되고 치유되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환자들은 간호사인 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분들이야말로 나에겐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불 편함을 살펴드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아하신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인데, 너무나 흡족해하며 고마워하시는 그분들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간호사가 아니었으면 경험할 수 없었던 소중한 인생 수업을 이곳 세브란스에서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항생제 투여를 위해 일주일 동안 주사실을 찾은 누하(Nuha)는 나를 “자매(sister)”라고 불렀다. 수술을 받기 위해 두바이에서 날아온 그녀는 세브란스의 의료진이 모두 친절해서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다. 자매라는 호칭도 나에 대한 그녀 나름의 감사와 호감의 표시였다. 한국어를 전혀 몰라도, 주사실 간호사들이 자신과 다른 환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다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부족하나마 항상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이 언어가 다른 이 무슬림 여인에게도 전해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환자들이 내원하는 외래 주사실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주사 처치를 위해 성심을 다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감사하다.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며 몸과 마음 이 함께 치유되는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됨을 이곳 간호 현장에서 체험하며 목격한다. 간호사인 나를 오히려 치유해주는 환자들을 생각 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힘차게 그분들을 만나러 간다.


 장원미(외래간호팀)



2019/01/16 16:34 2019/01/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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