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_세브란스와 독립운동

이태준과 내몽골 지역의 독립운동
시대적 아픔과 문제를 실천으로 극복하다


세브란스연합의학교 제4회 졸업생 이원재는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비진료운동을 펼쳤다. 독립운동가인 부친 이가순 선생의 요청으로 경기도 고양에 자리 잡은 그는 양수장과 수리조합을 만들어 만성적인 홍수와 가뭄 피해에 시달리던 지역사회의 숙원을 해결하기도 했다.

신규환 교수(연세의대 의사학과) 사진 동은의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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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李元載 (1886~1950)

2018년은 세브란스병원의학교의 제1회 졸업생이 배출된 지 110년 되는 해이자, 삼일운동 99주년이 되는 해다. 세브란스는 국권피탈의 중심에서 국난을 맞았으며, 세브란스와 졸업생들은 독립운동의 상징이자 중심인물로 한 시대를 이끌었다. 이 역사를 기리며 독립운동의 중심에 섰던 세브란스의 인물과 활동을 조명한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이 의술로 독립운동 지원
이원재는 함경남도 원산에서 독실한 남감리회 신자였던 이가순(李可順, 1867-1943)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원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부친 이가순은 원산 지역의 만세운동을 주도한 후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2년 6개월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출소 후에도 대성학교 건립, 신간회 조직 등 독립운동 을 이어갔다.
이원재는 1914년 세브란스연합의학교를 제4회로 졸업하고, 그즈음 독립운동가 노백린의 딸 노숙경과 결혼했다. 이후 그는 부친과 장인의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원산 구세 병원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원산에서 이원재는 주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얼빈 등지의 독립운동을 지원했으며, 1920년대 초에는 하얼빈시 도외구에 고려병원을 개원하고 한인들의 자립과 독립운동을 도왔다. 1920년대 중반, 건강이 악화된 이원재는 요양을 위해 강릉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강릉에서도 관동의원을 개원했으며, 강릉농산조합 등을 조직해 조합원들의 자립자족을 도왔다.

일제강점기 실비진료운동에 앞장서다
일제강점기 한국 의료계는 의료의 상업화를 극복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의료의 도시 집중 및 빈부 격차 심화는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했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전개했으며, 그중 하나가 실비진료운동이었다. 실비진료운동은 가난한 민중들에게 실비 수준의 재료 비만 받는 것으로, 병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었다. 1930년대 초 경성으로 돌아온 이원재는 개원을 통한 영리 추구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실비진료소와 실비진료병원에 관심을 가졌고, 고민 끝에 1931년 5월 종로2가에 유석창과 더불어 ‘사회영 중앙실비진료원’을 창립한다. 이원재는 사회영 중앙실비진료원의 부원장을 맡아 실비진료운동을 지원했으며, 1년 동안 그가 진료한 환자만 5만여 명에 달했다.

3개월 후 이원재는 종로1가에 금강의원(金剛 醫院)을 개원하고 실비진료를 확대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80% 이상이 회충과 십이지장충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기생충 박멸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금강의원에서 그는 매일 30명에게 무료로 기생충 검사를 실시 하고 10명을 치료하는 등 기생충 박멸에 앞장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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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초 이원재는 한인들의 자립과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하얼빈에 고려의원을 설립했다.
 사진은 고려의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대를 이은 양수장 건설로 지역사회에 물길을 내다
1930년대 원산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부친 이가순은 일제의 감시망이 강화되자 칠순을 앞두고 친인척들이 모여 살던 경기도 고양으로 이주를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고양군 토당동에 대지 10만 평을 구입하고 백석농장을 설립했다.
당시 토당동 일대의 농민들은 한강의 주기적인 범람과 가뭄으로 농지 개간에 애를 먹고 있었다. 심각성을 인지한 일제 식민당국이 1920년대부터 수리조합 건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가순은 한강과 인접한 행주산성 일대 행주외동의 대지 1만 평을 구입하고 양수장 건설을 시작했다. 양수장은 가뭄에 한강물을 끌어들이고, 홍수 때 용수를 한강으로 배출하는 시설이었다.
1939년부터 시작된 양수장 건설 사업은 1943년 이가순의 사망으로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 아들 이원재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양수장 건설을 계속했고, 해방 즈음 행주 외리에서 행주내동, 토당동, 삼성당 마을을 지나 내곡, 백석에서 장항리까지 15km에 달하는 수로를 완성했다. 이것이 고양군 최초의 양수장이자 양수 설비였다. 이렇게 건설된 양수장은 ‘행주양수장 1호 용수간선수로’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고양과 파주의 경계를 넘어 삼남리까지 총 길이 100여km에 이르는 주변 농경지 약 4,500ha에 용수를 공급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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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주민들은 이가순, 이원재 부자의 공덕을 기리며 행주산성 역사공원에 송덕비를 세웠다.>



지금 여기
세브란스 본관 앞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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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몇 시예요?”

중학교 영어 교과서의 5과쯤에서 “What time is it?”을 배웠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말로도, 영어로도 이제 시간을 물을 일은 없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시계 하나쯤은 어디에나 있고,
지금은 손목 위보다는 손 안에서 시간을 확인하기 쉽다.

최근 세브란스 본관 앞에는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시계탑 하나가 세워졌다.
‘알렌의 시계’라는 이름을 가진 기품 넘치는 시계탑.
134년 전, 알렌이 사용했던 회중시계에서 도안을 가져와 제중원 탄생 시점을 적어넣은 시계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시간은 지금도 세브란스에서 흐르고 있다.
오늘부터 약속 장소는 여기로. “본관 시계탑 앞에서 만나요!”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2018/10/25 14:47 2018/10/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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