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DIART

오래전 그날, 간호사들의 일기
88올림픽 이전엔 부족한 것이 많았다. 환자들은 냉장고, TV 등을 공용으로 사용했다.
지금처럼 의료용품이 선진화되기 이전, 간호사들은 만사에 시간과 에너지, 손품과 발품을
총동원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유리 주사기와 바늘을 매번 열탕 소독했고,
매시간 소변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50cc 주사기를 들고 환자에게 달려갔다.


1980년대 병동 풍경

글, 사진제공 간호국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병동에 딱 하나뿐인 냉장고와 텔레비전
요즘은 환자 침상마다 소형 냉장고가 개인별로 지급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병동에 냉장고가 딱 하나뿐이었다. 여러 환자들이 같이 쓰는 만큼 분실 방지를 위해 냉장고에 넣어두는 자기 물건에는 이름을 붙여놓으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없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환자들끼리 왜 내 음식을 가져갔느냐고 큰소리를 내기도 하고, 간호사를 찾아와 자기 음식을 찾아달라며 소란 피우는 환자들도 있었다.
병동에 한 대밖에 없는 TV를 보려면 30분, 1시간마다 동전을 넣어야 했다. 환자들은 순번을 정해놓고 동전을 넣거나 “이번에는 당신이 동전을 넣을 차례”라며 눈짓을 보내기도 했다. 보호자들이 간호사를 찾아와 동전을 바꾸어달라고 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1980년대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식수로 쓰도록 배식할 때마다 온수통에 보리차를 넣어 병동으로 배달했다. 1990년대 초반 병동에 자판기와 전자레인지가 있는 탕비실이 마련되었을 때, 환자와 보호자들은 “너무 좋다”며 감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일 전기곤로를 이용한 주사기 열탕 소독
요즘 젊은 세대는 곤로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1980년대에는 병동마다 코일형 전기곤로가 있었다. 곤로 위 열탕기에 유리 주사기를 넣고 소독했다. 지금은 감염 방지를 위해 모두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하지만, 그때는 아예 일회용 주사기라는게 없었다. 오직 유리 주사기를 소독해서 재사용할 수 있을 뿐. 사용한 주사기를 모조리 모아다 곤로 위 열탕기에 넣어 펄펄 끓는 물에 소독한 후 무균 상태로 보관하는 일은 간호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관장용 튜브(Rectal Tube)까지 소독해서 재사용을 했다고 하면 요즘 간호사들은 아마 기겁할 것이다. 심지어 환자 항문에 들어갔다 나온 튜브에 남아 있는 분비물을 빼기 위해 고생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3D 업무였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그 시 절엔 간호사의 일상적 업무였다.
시간별 소변 측정 용기(Urine Hourly Bag)가 없었던 시절엔, 일반 소변 용기(Urine Bag)에 소변을 모아 매시간 50cc 주사기로 소변량을 측정했다. 물품이 모자라면 다른 병동에서 빌려 쓰는 것도 흔했다. 소소한 간호 용품 하나가 모자라면 계단을 수시로 오르내 리며 빌려야 했다. 지금은 기본 물품이 여유 있게 비치되어 있어서 다른 병동에 가서 ‘빌린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불과 20-30년 전의 일인데 의료 소모품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발전이 있었다. 이제는 병원에 웬만한 물품들은 다 들어오고, 원하는 물건은 마음만 먹으면 자재 코드를 생성해 들여올 수 있다.


"말린 해파리 사오는 거여?"
그때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소모품도 병원에서 공급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 앞 의료기 상사에 가서 직접 사와야 했다. 정맥용 도관(IV Catheter), 헤파린 락(Heparin Lock) 같은 것들이 가장 흔한 예였다. 한번은 70대 할머니에게 헤파린락을 사오시라고 말씀드리며 종이에 잘 적어드렸다. 그러고는 다음 날 병실에 가서 할머니에게 “사오신 헤파린락 주세요” 했더니, 할머니는 해맑게 웃으며 되물으셨다. “어, 그거. 안 그래도 다시 물어본다는 걸 내가 깜빡 했네. 말린 해파리 사오는 거여, 불린 해파리 사오는 거여?” 이렇게 의료용품 용어가 낯선 환자와 보호자들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헤파린락 : 간헐적 정맥 접근 장치.




2018/08/09 16:04 2018/08/09 16:04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1 2 3 4 5 6 7  ... 2371 

카테고리

전체 (2371)
세브란스 Top (111)
수현일기 (12)
치치(治齒)의 행복 (22)
Smile (44)
Body Age (24)
HOT (17)
A letter from Dr.Park (37)
A letter from Dr.Chung (23)
The Scene (66)
세브란스 인물열전 (37)
지난호 보기 (2)
곁길동화 (12)
People (57)
세브란스 탐구생활 (46)
WORDS (59)
Issue (55)
S Story (69)
Special report (221)
Gallery (101)
우문명답 (34)
Ranking (20)
성산로 250 (59)
the first & the best (29)
Information (18)
you. the excellent (18)
치료에 좋은 밥상 (35)
Photo Essay (36)
선교지에서 온 편지 (12)
Quiz (12)
길 위의 기적 (36)
5 Checks (12)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49)
암, 완치의 꿈 (36)
암환자를 위한 닥터푸드 (36)
검사실 돋보기 (12)
Dr. MAH’S POEM (12)
따뜻한 창문 (3)
응급상식 119 (12)
FOCUS (48)
FACE & FAITH BOOK (10)
THE ROAD (39)
모르면 독, 알면 약 (39)
Special (203)
국가대표 암병원, 세브란스 (113)
초짜농부 생명일기 (8)
EVENT (1)
special interview (2)
A Letter from Dr.Yoon (23)
Only ONE (1)
The Love (36)
The Faith (27)
행복 (12)
My Hero (27)
Yes or No (12)
치과 솔루션 (12)
The Hope (4)
ZOOM IN (6)
Love Nepal (3)
플러스 + (2)
국가대표, 세브란스 병원 (5)
Severance Times (66)
건강한 밥상 (15)
Good Doctor Says (15)
부산발 희망편지 (24)
A Letter from Dr. Lee (3)
특별기고 (1)
HOT SPOT (8)
풍경 (16)
Miracle (17)
HISTORY (16)
HAPPY SOLUTION (8)
WISDOM (9)
NOW (10)
책갈피 (7)
HAPPY NEW YEAR (1)
집중탐구 (8)
치과 TALK TALK (8)
지금여기 (1)
S diary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