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고홍 교수의 분변미생물이식술로 고통 없는 일상 누리는 김강후 씨
“복통 없는 평범한 일상, 완전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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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인 크론병을 진단받은 강후 씨는 약물로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아서 극심한 복통에 자주 시달렸다. 그러나 올해 초 두 차례의 분변미생물이식을 받은 후, 더없이 편안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약으로도 다스려지지 않은 지독한 증상들  
“크론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입니다. 강후가 올해 스물한 살이니까 앞으로 최소 60년은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약에 대한 반응도가 떨어지는 편이어서 의료진들의 걱 정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 강후에게 건강한 사람의 변을 통해 유익한 미생물을 이식받는 분변미생물이식 임상 시험을 권유했어요. 이식술 후 많이 건강해졌다는 게 얼굴에 서도 보이네요.” 고홍 교수가 아빠 미소를 지으며 강후 씨를 바라보자, 강후 씨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김강후 씨가 고홍 교수를 만난 건 2009년이었다. 당시 십대 초반의 강후 씨는 지속적인 체중 감소와 설사, 복통, 혈변 등 장염 증상으로 1년 넘게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어디서 도 병명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약 한번 써보지 못한 상태였다. 살이 쭉쭉 빠지는 아들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기는 날이 많았던 엄마는 마지막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세브란스를 찾아왔고, 고홍 교수로부터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정확한 진단에 따라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1년 넘게 지속된 체중 감소가 드디어 멈췄다. 복통과 설사, 혈변의 빈도도 다소 줄어들었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서 키도 좀 크고 체중도 다소 늘었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발병한 크론병은 강후 씨를 지독 하게 괴롭혔다. 약의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성이 생겨 약에 대한 반응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을 바꿔보고 신약을 추가하고 복용량을 늘려도 효과는 잠시뿐, 1년 정도 지나면 더 이상 약이 잘 듣질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열아 홉 살 때는 심한 염증으로 협착이 생겨 소장 일부를 절제하는 큰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의료진들은 깊은 고민 끝에 강후 씨에게 분변미생물이식 임상시험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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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심각한 복통이 하루에도 열 번씩 찾아오니까 정말 괴로웠습니다. 지금은 복통이 거의 사라졌고, 혈변과 설사도 많이 줄었어요. 분변미생물이식술의 효과를 정말 톡톡히 봤죠.


복통 없는 하루에 더없이 만족  
‘다른 사람의 변을 이식받는다고? 더러운 거 아니야?’ 주치의 김승 교수(소아소화기영양과)로부터 분변미생물이식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강후 씨는 찝찝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게다가 정식 치료법이 아닌 임상시험이라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강후 씨의 고통을 가장 잘 아는 가족들은 임상시험 을 적극 권유했다. 크론병 환자가 많지 않았던 10년 전 유일 하게 정확한 진단을 내려준 고홍 교수가 주도하는 임상시험이라는 말에 강후 씨 또한 신뢰가 생겼다. 평소 자신을 꼼꼼하게 돌봐준 주치의 김승 교수의 자세한 설명에 마음이 한 발짝 또 움직였다. ‘적어도 지금보단 상태가 나아지지 않 을까?’ 강후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했고, 4주 간격으로 2번에 걸쳐 분변미생물이식 술을 받았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
“일단 복통이 없으니까 정말 좋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날마다 배가 아팠거든요.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심각한 복통이 하루에도 열 번씩 찾아오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매일 크론병 약을 복용하는 것만 빼면 일반인과 거의 똑같습니다. 혈변과 설사도 많이 줄어들었고, 체력은 더 좋아 졌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무게가 60kg을 넘었어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지만 강후 씨는 그다지 걱정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 세심하게 돌봐준 세 브란스 의료진들이 앞으로도 계속 살뜰히 살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혹시라도 약물치료를 받다가 힘든 시기가 오면 이번처럼 분변미생물이식을 통해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큰 걱정거리를 덜어낸 그의 미소는 참으로 맑고 산뜻했다.



염증성 장질환의 특별한 해법, 분변미생물이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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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 교수(소아소화기영양과)
진료 분야 : 분변미생물이식, 희귀 간질환
진료실을 찾은 아이를 폭 껴안아주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고홍 교수의 마음은 아픈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안타 까움으로 가득하다. 분변미생물이식센터를 설립하고 미생물 연구에 뛰어든 이유도 오랜 약물치료로 내성과 부작용 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 어서였다. 아픈 아이가 잘 회복해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진료 철학은 “아이를 더 많이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분변미생물이식술은 어떤 치료법인가요? 진짜 변을 이식하는 건가요?
사람의 몸에는 100조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장에 분포합니다. 그런데 해로 운 미생물이 장 속에서 비정상적인 비율로 증식하면 자신의 면역체계와 이상반응을 일으키고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망가진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변에 있는 미생물을 환자의 몸에 넣어주는 치료법 이 바로 분변미생물이식술입니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서 장질환의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세브란스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에 의해 발생하는 가막성 대장염의 치료에 효과를 인정받아 신 의료기술로 첫 승인을 받았습니다. 현재 세브란스 분변미 생물이식센터에서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장증후군,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다제내성균 감염, 이 세 가지 질환의 치료에 분변미생물이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약이 많을 텐데, 굳이 변을 이식하는 치료가 필요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임상시험 중인 염증성 장질환을 예로 들어볼까요?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 성향과 환경적 요인, 식생활, 면역체계의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합니다. 쉽게 말해 내 몸의 면역체계가 장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이어서 평생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죠. 그러나 제아무리 치료 효과가 좋은 약도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약에 대한 반응도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에는 당장 좋은 신약이 있다고 이것저것 함부로 약을 쓰다 보면 모든 약에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더 이상 약으로 증상을 다스릴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요.
분변미생물이식술은 이렇게 만성질환에서 치료의 절벽에 다 다랐을 때 다리가 되어주는 좋은 치료법입니다. 장내 미생물 의 균형을 잡아주면 기존의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완화되니까 약을 증량하거나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환자 들의 고통은 훨씬 줄어들고요.

구체적으로 누구의 미생물을 어떤 방법으로 이식받는 건가요?
환자의 지인들 중 건강한 사람의 변을 기증받을 수도 있고, 세브란스 분변미생물이식센터에서 공고를 통해 기증자를 모집 하기도 합니다. 우선 기증자의 변을 특수 용기에 받은 후 섬유 질을 비롯한 고형물을 싹 제거하고 일정한 처리 과정을 거쳐 묽은 상태의 미생물 용액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미생물을 비롯해 미생물의 각종 유전자와 대사산물, 미생물과 관련된 환경 등이 고루 담겨 있는 이 미생물 용액을 환자의 몸속에 넣어주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대장뿐만 아니라 식도, 위, 소장 등에도 염증이 나타난 경우에는 주로 위내시경을, 궤양성 대장염처럼 대장에 한정해 증상이 발생하면 대장내시경을 이용합니다. 흔히 콧줄 이라 불리는 비위관을 통해 이식하는 경우도 있고요.



TIP  국내 최초! 세브란스 분변미생물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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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변미생물이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행하기 위한 센터로, 세브란스가 국내 최초로 설립했다. 현재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장증후군, 다제내성균 감염에 대한 분변미생물이식 공식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완전히 공인된 분변미생물이식 임상시험은 세브란스의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염증성 장질환에서 분변미생물이식 임상시험은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시험센터의 승인까지 받았다.

변을 이식한다는 면에서 감염이나 부작용에 대한 염려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변에 대한 더럽다는 인식, 낯선 시술에 대한 두려움 등 으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변미생물 이식술은 사람마다, 또 질환마다 치료 효과가 다를 순 있어도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또 문진과 혈액검사, 대변검사 등 철저한 사전 스크리닝을 통해 감염 문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요. 대변 기증자의 현재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과거 병력과 가족력, 병원균이나 기생충 감염 여부, 장내 미생물의 분포도까지 꼼꼼하게 살펴서 완전히 정제된 건강한 변만 이식술에 사용하거든요. 실제로 건강을 자신했던 기증자들 중에서도 세브란스 분변미생물이식센터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세브란스 분변미생물이식센터는 이식술을 시행하는 곳인가요?
이식술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건강한 변을 꾸준히 기증받아야 하고, 기증받은 분변을 잘 처리해서 미생물 용액을 만든 다음 영하 180도에 보관해놓을 수 있는 여러 시설, 그리고 이식받을 환자에게 잘 배달해주는 프로세스 등이 있어야 합니다. 세브란스 분변미생물이식센터는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유지되도록 뒷받침 해주는 곳이자 핵심 연구가 진행되는 허브와도 같은 곳이지요. 의사뿐만 아니라 미생물학자 등 여러 과학자들이 모여 미생물이 각 질환에 미치는 영향과 환자별 치료 효과 등을 연구, 분석해서 데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장증후군은 임상시험이 상당히 진척되어서 어떤 미생물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를 내는지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정식 치료법으로 승인받으면 각 환자별 맞춤 미생물이식을 통해 최상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향후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면 뇌전증, 자폐, 신경계 질환 등 여러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8/08/09 14:48 2018/08/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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