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_Jordan 02

깨져 튀어 오르는 햇살, 암벽 위에 또 얼굴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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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태양부터 땅거죽까지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쏜살같이 날아온 빛살은 주먹돌에, 바위에, 모래흙에, 몇 그루 남지 않은 풀과 나무 위에, 그마저 뜯으러 돌아다니는 양과 염소의 등짝에 부딪혀 이리 튀고 저리 튑니다.
그 빛의 방향에 따라 옛 성터와 높은 돌기둥, 암벽을 후벼 판 물길, 심지어 오가는 이들 의 얼굴까지 시시각각 새로운 표정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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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1
수도 암만의 한복판, 언덕 꼭대기의 옛 성터 시타델로 올라갑니다.
한낮에 폐허라니 선택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뜨겁게 달궈진대지 위로 너울너울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숨이 턱턱 막힙니다. 높다란 석주가 만들어준 그늘에 앉아, 건너편 암만 시내를 내다봅니다.
어제에 서서 오늘을 내다보는 느낌이 신비롭습니다.두어 발 떨어진 댓돌 위엔 팔뚝만 한 도마뱀이 앉아 뒤룩뒤룩 눈알을 굴립니다.
녀석은 건너편 동네의 또 건너편, 미래의 어디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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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리막길을 걸어서 고대 경기장으로 갑니다. 시타델 담장 아래론 넉넉하지도, 빈한하지도 않은 이들이 모여 사는 평범한 동네입니다.
볕을 피해 집안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창밖으로 우릴 내다봅니다. 손을 흔들자 얼굴에 입꼬리가 싸악 올라갑니다. 고대경기장에서도 숱한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나온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햇살 같은 웃음을 뿌리다가도 말을 걸면 이내 엄마의 치마꼬리를 잡고 숨습니다. 그 수줍음마저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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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쉬

높다란 돌기둥이 좌우에 늘어선 큰 길, 돌바닥을 깔고 회랑을 두른 광장, 언덕마다 들어선 신전들. 로마식 신도시 연합 데가볼리의 하나로 이름을 날렸던 동네답게 성문부터 웅장합니다. 머릿속에서 CG 화면을 돌립니다.
길가에 천막을 세우고, 좌판을 늘여놓고, 장사꾼과 구경꾼들을 불러냅니다. 눈을 부릅뜬 로마 병사들과 그이들의 눈을 피해 모임을 갖는 필라델피아교회 크리스천들의 모습도 되살려냅니다. 엉겅퀴와 잡풀이 우거진 언덕 위에선 예수님을 만납니다.
한 남자를 사로잡아 밤낮없이 무덤가를 떠돌게 하던 군대 귀신들에게 당장 나가라고 호통을 치시는군요. 몰려난 귀신들은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고요. 그 뒤론 어떻게 됐을까요? 세계 곳곳 에 스며들어 돈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세상을 만드느라 분주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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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와 알카락

모압 왕국의 수도였던 알카락과 나바테아인들이 바위를 쪼고 갈아 만든 도시 페트라를 잇달아 찾습니다. 궁궐터의 생김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알카락은 높은 산 위에, 페트라는 좁다란 협곡 가장 안쪽에 터를 잡았습니다. 사방팔방 뻥 뚫린 벌판보다는 몇 곱이나 안전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전을 갈망하는 욕구는 긴 시간을 견뎌내진 못했습니다. 왕국은 무너지고 주민들은 흩어졌습니다. 물길엔 물이 끊겼고, 대로엔 인적이 그쳤습니다.
페트라의 붉은 벽을 어루만지며 무엇이 나의,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지,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적어도 돌로, 쇠로, 금으로 만든 무언가는 아니라고 페트라와 알카락의 무너진 담벼락이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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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13:29 2018/02/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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