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숲길 너머 책 길, 철길 위에 마음 길

경의선 숲길과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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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강아지에 비둘기까지 수많은 생명들이 가을볕을 받으며 공원을 걷습니다.


여기다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는 게, 그 마음이 놀랍고 신기합니다. 세계 곳곳의 이름난 공원들보다 더 멋지다곤 못 하겠습니다. 끝없이 넓은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덕분에 동네 강아지와 비둘기까지 마음껏 숨 쉬고 뛰놀 터를 얻었으니까요. 인간과 짐승 모두를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글,
사진 나벽수(여행가)


책이 좋았습니다. 학교 앞 헌책방은 보물창고이자 아지트였습니다. 낯을 튼 주인장은 두어 시간씩 틀어박혀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다 문고판 한 권 사들고 나가는 대학생 손님을 타 박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살이도 글 만지고 책 만드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번화가가 된 홍대 근처에서 오래 일 했습니다. 하루 종일 글자를 들여다보다 지치면 골목 산책 에 나섰습니다. 경의선 철길을 따라 걸으며 머리를 식혔습 니다. 우연히 책거리를 소개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책, 경의 선, 홍대입구 따위의 낯익은 단어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어 서 와서 구경하라고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아 늘 북적거리는 홍대 쪽 대신 연남동 쪽 에 차를 두고 걸어가기로 합니다. ‘경의선 숲길’을 끝까지 걸은 뒤에 ‘경의선 책거리’로 넘어가는 10리 길입니다. 첫발을 들이 는 순간부터 감탄의 연속입니다. 우선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에 놀랍니다. 너른 빈터에는 잔디가 덮이고 나무가 섰습니다. 걷 는 길을 따라 자전거 길과 도랑이 흐릅니다. 원래 실개천이 흐 르던 곳이라니 본래의 얼굴을 되찾았다고 해야 할까요? 공항 철도 유출수를 모아 개울을 만들고 주위에 꽃 풀들을 심었습니 다. 부들도 보이고 수크령도 보입니다. 높다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고 곳곳에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들이 놓였습니다. 철길 을 중심으로 잡풀이 우거졌던 옛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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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즐기는 방법도 가지가지, 걷고, 뛰고, 춤추고, 페달을 밟기도 합니다.


숲길은 동교동 삼거리에서 끝납니다. 책거리는 길 건너에 있 다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공사장 이 나오는 바람에 지하도를 몇 번이나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감사의 마음이 30분을 못 넘기고 험구로 바뀝니다. “빌어먹 을!” 여기가 거기임을 알리는 이정표 앞에 서고 나서야 간신히 가라앉습니다. 미리 초를 치자면, 대단치 않습니다. 약 250m, 구경은 금방 끝납니다. 책과 관련된 조형물 몇 점, 객차처럼 생긴 서점, 전시장, 책방들이 전부입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책방보단 산책로가, 벤치가, 스탠드가 더 붐빕니다.


미디어로서 책의 수명은 끝났다고들 하던가요? 뉴미디어가 넘 치는 세상에 누가 책을 보겠냐고도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책을 기억하는 거리가 생기고 다만 한둘이라도 책방을 기웃거리는 꼬맹이들이 있는 한, 책의 종말이 말처럼 쉬 오진 못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방 한구석에 중학생처럼 보이는 소녀 둘이 자 리를 잡고 글을 읽습니다. 늦가을 코스모스처럼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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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숲길, 책거리 가는 길
경의선 숲길은 연남동과 동교동 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주차 공간이 많 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편리하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와 곧바로 연결된다. 책거리는 6번 출구로 빠져나오는 편이 빠르다. 창천동 쪽에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2017/11/23 17:18 2017/11/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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