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재활에서의 기적, 지속적 후원이 만들어냅니다
재활 환자들의 가장 미더운 동반자, 신지철 교수


평생 앉아서 살아야만 했던 이가 벌떡 일어나 걸었다는 성경 속 이야기. 현실에서도 그만한 일이 일어나야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신지철 교수(재활의학과)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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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철 교수(재활의학과)
진료 분야 : 척수손상 및 절단 환자의 재활
신지철 교수는 후배 의사들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까지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무서운 의사로 유명하다. 그가 이렇게 엄격 한 이유는 환자의 특성을 살려 재활의 의지를 강고히 하기 위 해서다. 그의 회진은 매일 아침 4시간씩 진행된다. “회진이 저 에겐 기도와 같습니다. 환자를 열심히 보는 것만큼 환자를 위 한 일은 없으니까요.”


당장은 걷기 힘들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10-20년 후에는 걸을 수 있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상태만 보고 여기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휠체어도 더 좋은 것으로 몸에 맞게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신체 상태를 평가하고 관리 받으라고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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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재활과 실제 환자에 게 요구되는 재활은 다를 것 같습니다.
보통 재활이라고 하면 장애를 기적적으로 극복 해서 혼자 잘 사는 걸 생각하는데, 재활은 단순 한 치료가 아닙니다.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신체 의 남은 기능을 오래도록 아끼면서 잘살 수 있도 록 돕는 것이 재활입니다. 즉 어떤 환자든 평생 지속적인 중간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지요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겐 더 큰 의미의 재활 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지금 당장 걷느냐 못 걷느냐보다 먼 미래를 바 라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해졌 다는 뜻입니다. 향후 재활 시스템은 로봇재활 과 줄기세포, 특수 신경재활 프로그램(taskspecific neurorehabilitation) 이 3가지를 복 합적으로 이용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겁니다. 예를 들어 부분마비 환자의 경 우, 줄기세포를 통해 마비된 신경 일부를 좋아 지게 만들고, 최첨단 로봇보행장치로 걷는 연습 을 시켜주고, 특수한 신경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휠체어를 타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지요. 완전마비인 아이들은 첨단 공학의 집합체인 엑소스켈레톤 로봇 시스템을 착용하고 걸을 수 있는 거고요.


소아 척수손상 환자는 진단이나 치료 면에 서 성인과 차이가 있나요?
임상적으로 보면 소아 척수손상 환자는 완전 마비가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은 정확하게 의 사 표현을 못 하기 때문에 불완전마비인데 완 전마비로 오해받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또 성 장하면서 신경도 자랄 수 있어서 더 많은 가능 성이 열려 있지요. 그러니까 당장은 걷기 힘들 지만, 마비된 부분까지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면 10­20년 후에는 걸 을 수 있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상 태만 보고 여기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휠체 어도 더 좋은 것으로 몸에 맞게 사용하고, 정기 적으로 신체 상태를 평가하고 관리 받으라고 권유합니다.

소아 척수손상 환자들은 관리의 질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씀처럼 들립 니다.
의학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아이들의 성장에 맞 는 적절한 관리와 좋은 보조기구 사용은 더욱 중 요합니다. 소아 환자들은 성장하기 때문에 적어 도 1­2년에 한 번씩은 몸에 맞춰 휠체어를 바꿔 줘야 합니다. 문제는 가격에 따라 기능과 질이 확 달라지는데, 아이 성장에 맞게 비싼 휠체어 를 바로바로 교체해줄 형편이 되는 가정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휠체어나 의지(義肢)를 책임져주는 후원 자를 찾아 일대일로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소아 환자들은 성장과 재활을 함께 생각하 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좋은 휠체어나 의지를 한 번 사용했다고 몸이 완전히 좋아지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절단 환 자들이 사용하는 의지는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 다. 발목을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것, 앞뒤좌 우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 울퉁불퉁 한 길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것까지요. 그런데 최대한 많은 아이에게 혜택을 주기 위 해 의지 후원이 한 번으로 그친다면 어떻게 될까 요? 고급형 의지를 사용해 뛰었던 아이는 저가 형 의지를 사용하면서 걷기만 해야겠지요. 그래서 재활 환자를 위한 기부는 적어도 아이가 성 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기기를 공급해주는 방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로봇다리 세진이’로 유명한 김세진 군의 주치의 경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나요?

걷기 위해 혹독한 재활을 견뎌내는 세진이, 아 이 몸에 맞는 의지를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 는 세진이 엄마를 보며 어떻게든 돕고 싶었습 니다. 하지만 일회적인 도움은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하고, 세진이가 성장할 때까지 의지를 지원해주는 일대일 후원 시스템으로 효과적인 재활이 가능하도록 도왔습니다. 한 사람의 기 부가 기적을 이끌어낸 경우죠. 이 경험을 통해 소아 환자를 잘 키우는 게 얼마 나 중요한지 확인하게 되었고, 그래서 매칭 후 원 시스템을 확장하려 노력 중입니다. 한 사람 의 인생을 책임지고 돌봐주는 것, 이것이 참된 기부고 진짜 기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에도 세브란스 재활병원의 ‘기적’을 자 주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7년 재활병원이 세브란스병원에 세워진 것 부터가 기적이었지요. 당시는 뇌성마비 아이는 집에서 내다버리는 상황이었고, 대한민국 통틀어 재활의학 전문의는 고작 50명 정도였습니 다. 전국에 100명 남짓 되는 입원환자라고 해봐 야 뇌성마비 환자가 복지관에서 장기간 사는 것 같은 수준이었죠. 그때 신정순 교수님께서 백 방으로 노력한 끝에 독일로부터 40년 상환으로 건축 비용을 받아 재활병원을 세우셨습니다. 척박한 사회적 인식과 열악한 의료 환경에도 불 구하고, 세브란스니까 할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기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나요?
기적은 기적을 낳는다는 걸 재활병원의 역사를 보면서 확인합니다. 첫 건축 때부터 장애인 후 원회를 만들어 연 5,000만 원에서 1억 정도는 다 양한 방법으로 환자분들에게 돌려드리는 일들 을 해왔습니다.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아 매년 3명의 해외 의료진과 10명의 국내 환자를 향후 10년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얼 마 전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기부 받은 10억 원 또한 온전히 환자들을 위해 시설 개선과 의료 기구 지원에 전액 사용했습니다. 재활병원 의 료진과 직원들은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드 리기 위해 늘 고민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세브란스의 정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지철 교수의 도움 받아 두 발로 꿈 이뤄가는 김세진 군

유일하게 저한테 걸을 수 있다고 말해주셨어요



장애인들의 롤모델,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 김세진 선수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로봇다리 세진이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선천성 무형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 오른손 세 손가락과 두 다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세진 군은 의족을 끼고 5km 마라톤 완주와 로키산맥을 등반했고, 11년간 수영선수로 활동하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3관왕을 이루어냈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 수영 마라톤 예선에 참가해 10km를 완주하며 또 한 번 장애를 극복해내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걸을 수 있어. 내가 걷게 해줄게”
신지철 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세진 군에게 두 발로 걷는 일은 그저 허황된 꿈이었다. 세진 군의 엄마가 어린 아들을 업고 전국 유명한 병원을 다 돌아다녔지만, “이 아이는 걸을 수 없습니다”라는 답만 들어야 했다. 세진 군이 걸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 의사는 신지철 교수뿐이다. “걸을 수 있어. 내가 걷게 해줄게. 한번 해봅시다.” 기적은 신지철 교수가 건넨 그 말에서 시작되었다.
걷기 위해 김세진 군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의족을 착용할 수 있도록 다리뼈와 살을 매끄럽게 깎아내는 수술만 6차례. 게다가 날마다 근력운동은 기본, 의족에 닿는 살들이 짓무르다 못해 까맣게 죽을 때까지 한 걸음씩 연습, 또 연습해야 했다. “살아 있는 신경과 뼈를 깎아내는 수술이라서, 정말로 수술 부위에 닿기만 해도 아프거든요. 오죽하면 제가 마지막 수술 끝나고 너무 아파서 도저히 못 걷겠다고 의족을 집어던졌다니까요. 그런 다리로 끊임없이 재활 훈련까지 해야 하니까, 정말 죽어나간다는 표현이 딱 맞죠.”


아버지처럼 따듯한 호랑이 선생님
“교수님은 환자를 충분히 관찰하고 가능성을 보세요. 환자에게 뭐가 필요한지 가장 잘 아시니까 저는 교수님만 믿고 무조건 따랐죠. 사실 재활치료 받으러 날마다 대전에서 세브란스를 오가던 시절에는 가족들이 컵라면 하나를 나눠먹을 정도로 형편이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의족이 워낙 비싸잖아요, 보험도 안 되고. 감사하게도 교수님이 익명의 후원자분을 연결해주셔서 지금까지 의족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습니다. 정말 보답할 수 없는 큰 사랑을 주셨어요.”김세진 군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신지철 교수가 장애인들의 의지처로 남아주는 것을 소원으로 꼽았다. 더 많은 소아 환자들이 자신처럼 걷는 세상을 열어가는 데 신지철 교수의 호된 길잡이와 따듯한 진심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표현이 딱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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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만 있어도 다리가 훨씬 덜 아프니까 지팡이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근데 교수님이 단호하게 말리셨죠. 지금 힘들다고 지팡이 쓰면 평생 거기에 의존하게 된다고요.”






2017/11/23 15:57 2017/11/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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