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희망편지

평범한 일상, 특별한 하루

 
이규현(부산 수영로교회 담임목사)


매일 걷는 길, 늘 마주치는 사람, 날마다 하고 있 는 일… 평범한 일상은 대개 반복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특별함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개는 일상의 벽 안에 갇혀 있다. 돌고 도는 일상은 쉽게 지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에 지쳐 있다 보면, 주변 환경에 둔감해져 변화의 기운들을 놓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알고 보면 미세한 변화는 어디서나 일어난다. 날씨도 하루 동안 다양하게 변하듯이, 사람도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 내가 매일 마주치 는 사람도 변한다. 어제의 태양이 오늘도 동일 하게 떠오르고 지는 것 같지만, 어제와 같은 풍 경은 아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같은 하 루는 없다. 변화가 있는 반복이다. 변화를 감지 하지 못할 뿐, 세상의 모든 존재는 흥미진진하 게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와 씨름하는 엄 마는 피곤하지만 아이는 매 순간 자라고 있다. 서쪽으로 지는 노을은 같은 형태가 없다. 날씨 와 온도, 바람과 구름의 상태에 따라 기묘한 조 합이 일어난다. 뜨거운 날일수록 그 열기만큼이나 노을의 장관은 붉고 강렬하다. 한껏 달아오 른 태양은 아주 서서히, 드라마틱하게, 서쪽 편 으로 뒷걸음친다. 때로는 사라지지 않을 것처 럼, 온 세상을 그 고운 빛깔로 물들여놓을 것처 럼, 분초를 다투며 변신을 거듭한다. 단 한순간 도 같은 움직임이 없다. 노을은 질투심에 가득 한 연인처럼 눈과 마음을 한순간도 다른 곳으 로 돌려놓지 못하게 하려는 듯, 초절정의 순간 을 초 단위로 끊임없이 연출한다.

크고 작은 구름들은 빛의 마지막 잔영들을 기 막힌 채색으로 수놓는다. 거대한 하늘 캔버스 위에 물감을 아낌없이 풀어놓은 듯하다. 누구 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묘한 색상의 구름들은 기 상천외의 에어쇼를 벌인다. 숨 막히는 광경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얼얼하게 만든다.

노을은 부드럽지만 때론 거세고 강렬하다. 몽 환적 분위기는 현실 세계에서 살짝 벗어나게 한다. 노을은 열정의 분출이다. 뜨거운 자신의 몸을 온통 불태워 모든 것을 다 쏟아놓을 것처 럼 보인다. 카메라에 그 장관들을 담아보려는 욕심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카 메라와 기술이라도 미세한 변화를 도무지 담아 낼 수 없다.

늘 바라보는 일상의 노을, 흔한 듯하지만 흔하 지 않은 순간들,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의 저녁, 먼 산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같은 하루는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처럼 익숙하나 낯선 연출은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있다.


특별한 날! 그런 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삶의 대부분은 평범으로 엮어진다. 행복은 멀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주 성큼, 매우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반겨준다.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


미세한 변화의 기운을 알아챈다

평범하게 여겼던 것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잔잔한 진동과 함께 행복이 밀려 온다. 낯설게 다가오는 다름이 주는 행복은 어 디에나 널려 있다. 지나쳐버렸던 일상이 곁에 서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알면 지루함은 지워 진다. 내 곁에 조용히 있던 것들, 사소한 것이 사소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때, 가슴이 벅차다.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해내는 눈이 있어야 한다. 무료한 시간, 소파에서 뒹굴다가 벽에 늘 걸려 있던 액자의 그림이 갑자기 시야 를 채우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순간을 포착해 먹이를 낚아채는 새의 눈은 집중력이 탁월하다. 관찰력을 키우면 내 곁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에 놀 란다. 미미한 변화를 읽는 눈을 기르면 삶은 풍 요로워진다.

아침마다 태양은 장관을 이루며 솟아오르고, 파도는 늘 다른 소리를 내고, 꽃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지만 반복이란 없다. 아이의 작은 얼굴 의 미소에도 종류가 셀 수 없다. 나무는 변화 없 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신 자신의 옷을 갈아입 고 있다. 길가의 작은 들풀이 지닌 신비로움을 볼 줄 알면 감탄사는 어디에서나 터진다.

삶은 밋밋하지 않다. 지루한 반복으로 세월을 보낼 이유가 없다. 미세한 변화의 기운을 알아 챈다면 일상은 늘 신선하고 특별하다. 감동할 일은 많다. 주위에 바뀌는 것이 없다고, 늘 지루 한 반복이라고 푸념하고 있다면, 내가 변하면 된다.



이규현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인생의 바람이 불 때>, <끝에서 시작하시는 하나님>, <나는 상처를 축복이라 부르기로 했다> 등의 책을 썼다.





2017/11/22 16:25 2017/11/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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