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알레르기질환 치료의 최고봉 박중원 교수
‘최상’을 넘어
‘맞춤’ 치료의 길을 찾는다
    


“요즘 들어 의사의 눈높이에서 최상의 진료를 하기보다 환자의 필요와 여건에 맞춘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합니다. 환자의 의학지식은 제한적이어서 100% 거기에만 맞출 수는 없을 테니, 의학적인 판단과 환자의 필요를 감안해 적절한 치료 수준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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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필락시스. 젊고 예쁜 연기자가 갑자기 출연하던 드라마에서 하차했다는 뉴스에서 처음 만난 말이다. 온몸에서 일어나는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가리키는데, 원인물질에 노출되면 갑자기 반응이 시작되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빨리 진행돼서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설명이 뒤따랐다. 그 원인물질이라는 게 식품이 될 수도 있단다. 아무 생각없이 입에 넣은 음식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니, 납량특집이 따로 없다. 이게 정말일까? 알레르기질환 명의로 손꼽히는 박중원 교수(알레르기내과)는 대답 대신 한숨부터 몰아쉰다.

기사에는 알레르기로 죽을 수도 있다고
나와 있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에효, 이건 뭐…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몹시 드문 일이어서 알레르기질환을 곧바로 죽음과 연관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실 알레르기질환은 콧물, 호흡곤란, 가려움증, 기침처럼 생사를 가르지는 않지만 삶의 질에 영향을 줍니다. 다른 내과 질환에 비하면 그나마 죽음과 거리가 먼 편이죠.

그렇다면 지나치게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인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대부분 경증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죠. 환자들에게는 늘 신경 쓰이고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중증 환자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전 국민의 30% 정도는 알레르기질환을 앓고 있고, 그 가운데 10% 정도는 굉장히 심합니다. 천식만 하더라도 80-90%는 조절이 아주 잘 되지만, 나머지는 이만 저만 힘들고 고생스러운 게 아닙니다. 아토피피부염도 마찬가지고요. 치료법도 제한적입니다. 또 환경 통제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원인도 좀 다양해야 말이죠.

식품이나 약물 말고도 원인이 또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럼요. 식품이나 약물 알레르기와 달리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집먼지진드기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스트레스, 찬바람, 감기바이러스, 미세먼지도 기관지천식을 일으키거든요. 평생 멀쩡하게 살았는데 왜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겼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그 근원을 한마디로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만큼 치료법도 까다로워요. 식품이나 약물 알레르기는 유발물질을 피하거나 조심하면 되지만, 스트레스나 찬바람, 미세먼지 같은 걸 어떻게 피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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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피부염이나 중증 천식 환자분들의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호흡곤란이 이어지면 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얼굴에 아토피 증상이 집중되면 대인관계에도 지장이 생깁니다.”


고등어나 복숭아 같은 것들만 안 먹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군요.

식품 알레르기는 선입견이 굉장히 많은 분야입니다. 흔히 증상을 특정 식품과 연관시키는데, 사실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아요. 식품첨가물을 가지고도 이러니저러니 논란이 많지만, 정말 문제가 되는 경우는 15-20% 정도입니다. 반려견은 더 예민한 문제죠. 가족으로 여기고 함께 지내는데 알레르기의 주범이라면 얼마나 곤란한 일입니까? 하지만 전문가를 찾아 확인해보지 않고 들리는 소문이나 선입견으로 판단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상관없음’으로 나오는 일이 허다하거든요.

하지만 일단 질환이 시작되면 절대로 낫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도리어 알레르기는 조절이 잘되는 편입니다. 소아알레르기질환은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절반이 넘습니다. 소아천식, 소아아토피피부염 환자의 50% 정도는 성장 과정에서 차차 증상이 사라집니다. 만성 두드러기도 2-3년 안에 없어지는 사례가 60% 이상이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 생기는 질환은 악화 요인이 다양하고 불가피해서 상대적으로 오래갑니다. 환경 관리가 도움이 되는데, 그게 어
디 쉬워야 말이죠. 결국 꾸준하게 관리하고 조절해서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게 최선일 겁니다.

원인이 다양하다면 치료법도 환자마다 다
를 수밖에 없겠군요.

질환의 무겁고 가벼움을 판단해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반응을 기다렸다가 미흡하면 더하고 증상이 잡혀가면 약의 강도를 낮추는 게 진료의 뼈대입니다. 가설을 세우고 패턴을 찾아가는 연역적인 방식인 셈이죠. 의학적으로 보자면 그동안 2가지 면에서 큰 진보가 있었습니다. 우선 분자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진단이 더 정확해졌고, 항체치료법이라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개발돼 확산을 앞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식약청의 승인이 나서 서구의 여러 나라들처럼 본격적으로 항체치료법이 의료현장에 적용되면 수많은 환자들이 큰 도움을 받게 될 겁니다.

항체 얘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원인을
진단하는 키트를 만들어서 큰 상을 받으
셨더군요.

알레르기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약품들이 대부분 수입 제품이라 우리 상황과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외국 회사에서 자국의 실정에 맞춰 개발한 터라 우리 실정에 맞춰 조절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10년 전부터 혈청을 이용한 진단키트 개발에 참여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플레이트 하나에 64라인의 검사 물질을 탑재해 60여 종의 알레르기를 검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음식과 호흡기 알레르기를 검사하는 플레이트 2종을 쓰면 107종의 알레르기를 검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단은 이렇게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지만 치료제 쪽은 아직도 투자를 늘이고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진료는 결국 팀이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젊어서는 내가 잘하는 게 중요했는데 나이 먹을수록
아랫사람들이 잘하는 게 더 기쁘고 팀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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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원 교수(알레르기내과)
진료분야 : 천식, 두드러기, 약물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박중원 교수는 어떤 식품을 먹고 알레르기가 있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식품과 아무 연관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알레르기에 대한 편견과 섣부른 일반화 역시 만만찮은 상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환자의 말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교과서나 학회에서 배우는 것보다 환자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을 중요한 치료 목표로 삼는 알레르기질환 치료의 명의는 저절로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교수님은 어떻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혹시 심한 알레르기가 있으
신가요?

학생들도 그걸 궁금해 하지만 무슨 특별한 사명감이나 뜻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굳이 답을 찾자면 성격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이 많고 원인을 골똘히 파고드는걸 좋아하는 기질이 진단을 내리고 치료 계획을 세워 적용하고, 반응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조절하는 이 분야의 특성과 잘 맞았습니다.

진료 철학이랄까요, 의사로서 경험이 쌓이
면서 굳어진 생각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철학이라기엔 좀 거창하지만, 요즘 들어 의사의 눈높이에서 최상의 진료를 하기보다 환자의 필요와 여건에 맞춘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합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병소를 파고들어 끝까지 해결을 보려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삶의 질을 개선시켜주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거든요. 물론, 환자의 의학지식은 제한적이어서 100% 거기에만 맞출 수는 없겠죠. 의학적인 판단과 환자의 필요를 적절히 감안해 치료 수준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박중원 교수의 11분 특강 _ 식품 알레르기


식품 알레르기,
성인과 소아에서 전혀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은 약 2-3%에 불과하지만, 설문조사를 해보면 일반인의 15-25%는 자신이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답한다. 우유 소화가 힘든 유당불내증을 우유 알레르기로 착각하거나 과로나 스트레스, 또는 다른 물질이 원인인 알레르기질환도 음식물이 원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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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 식품 알레르기, 50%는 자라면 없어져
식품 알레르기가 소아 때 처음 발생해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릴 땐 없었으나 성인이 된 후
새로 발생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식품 알레르기의 50% 이상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 소실되지만, 성인에서의 식품 알레르기는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소아의 식품 알레르기는 아토피피부염이 제일 흔하고 심각하며, 그 외에 두드러기, 아나필락시스 등으로 나타나는 반면, 성인은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식품 의존성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 두드러기, 옻닭에 의한 피부 발진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소아의 경우 계란, 우유, 콩(땅콩)이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지만, 성인은 과일, 해산물, 밀가루에 의한 알레르기가 가장 많다. 성인에서 가장 흔한 식품 알레르기는 과일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꽃가루 성분과 과일은 유사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가 나이 먹으면서 서서히 과일 알레르기가 생긴다. 과거 국내에서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던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한국인도 많아졌다. 식품 알레르기는 소아와 성인의 차이가 있을 뿐, 인종이나 성별로는 큰 차이가 없다. 또한 10여 종의 식품이 식품 알레르기의 90% 이상을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붉은 육류 알레르기 증가 추세
최근 특이하게 밝혀진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붉은 고기’다. 수년 전부터 외국 학술지에 논문이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아온 ‘육류 알레르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과거 육류는 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무, 배추 등과 함께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식품으로 분류되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붉은 고기가 성인에서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붉은 고기 알레르기 환자의 평균연령이 67세였다. 그러나 붉은 고기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닭, 오리와 같은 조류나 생선, 해산물은 아무 문제 없이 섭취할 수 있다.

증상 완화 약물과 전문의 상담
현대 의학은 식품 알레르기의 근본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도 있으나, 완치는 어렵다. 따라서 알레르기검사를 통해 자신의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정확히 알아두고 해당 식품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하나의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그와 유사한 식품에도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높다. 무엇보다도 음식 섭취 후 알레르기 증상이 의심될 때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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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15:09 2017/08/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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