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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여전히 멀고 먼 이웃인가?
북한에 대한 동반자 의식과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


최근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수위 높은 제재와 압박이 가해지면서 긴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은 북한 정권이 아니다.


 추상희 교수(연세의대 임상간호과학과) 포토그래퍼 최재인 스타일링 신수민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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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보건의료인은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인도주의 원칙하에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과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북한 주민의 건강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통일 후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과 보건의료 분야의 위협을 낮추는 주요 전략이 될 것이다.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냥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 수백만 명의 가족이 북한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이제는 헤어짐의 고통을 냉엄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겨우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북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유엔 북한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고,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같은 비극을 겪은 듯 눈물 흘립니다. 안보리를 떠나며, 우리는 북한에 있는 무고한 형제자매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북한 인권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부디 훗날 우리가 오늘을 되돌아볼 때 북한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는 그들을 위해 말입니다.”

_ 2014년 12월, 북한 인권문제가 정식 의제로 상정된 유엔안보리회의에서, 오준 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지난 5월 23일 통일보건의료센터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오준 전 유엔 대사가 강단에 섰다. 그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은 오준 전 유엔 대사의 강의를 통해 북한의 핵과 인권, 그리고 통일문제를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의실을 가득 채운 청중들 앞에서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오준 전 유엔 대사의 강연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것이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동일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준비된 통일은 축복
2년 전부터 연세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
터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던 북한과 북한 주민,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 같이 준비한 제1회 세브란스 통일의 밤은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5년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 일단 물꼬가 트이면 상황은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라는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의 발언,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혼란이지만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라는 독일 통일의 주역인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의 말은 그동안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없는 ‘통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책임감을 가져다주었다. 통일보건의료의 핵심은 통일 직후 혼란한 급성기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대비하며,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건강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인 비용으로 운영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통일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모두 통일과 함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북한 주민도 질병으로부터 구원받을 권리가 있다
“남한 사람들은 북에서 온 사람을 뭔가 약간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해요. 북한 사람은 남한 사람보다 모자라야 오히려 정상이라고 여기는 거죠.” 최근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남한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초점집단면접 또는 개별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터뷰 룸으로 들어오던 그들의 너무나도 세련되고 평범한 모습에 사실 나도 살짝 당황했었다. 통일이 되면 우리는 북한 출신 학생, 환자, 보호자들을 늘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낙후된 북한 지역의 보건의료환경을 개선하고 북한 주민의 건강을 향상시키려면 북한 보건의료인과의 소통과 협력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보건의료인 양성체계도, 보건의료 및 사회경제적 환경도 모두 다른 두 사회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북한 사회와 주민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의료 및 간호 서비스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과 그들의 문화, 북한의 의학 관련 용어까지 우리가 공부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적인 태도로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싫어서 남한으로 온 사람들이에요. 그런데도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면 남한 사람들은 우리를 탈북민이 아니라 북한 그 자체로 생각합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아들의 어린이집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야, 연평도에 니가 쐈지?’” “연평도가 포격되자 병동에서도 대뜸 제게 ‘너네 왜 그러냐?’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들한테 저는 탈북자가 아니라 여전히 북한 주민인 거예요.” 연일 사드 배치 찬반 시위와 함께 한반도 안보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심상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반도 내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점점 옹졸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정권이 아님을, 그들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질병으로부터 구원받을 권리가 있는 인류임을, 우리와 같은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는 민족임을 말이다.


북한 주민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약 70년 동안의 오랜 분단으로 인해 남북한 사이에는 경제 격차뿐만 아니라 언어적, 문화적, 제도적 이질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사회 전반의 차이를 가져왔다. 같은 얼굴, 같은 언어로 마주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2017년 2학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간호대학, 보건대학원에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현재 통일보건의료센터 운영위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가 남북한의 차이를 이해하고 북한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태도를 익히는 데 필요한 토대를 만드는 또 다른 출발점이다. “제가 시험 망치고 힘들어 하니까, 같이 스터디 하는 친구가 음료수를 건네면서 ‘언니 힘내’ 이러더라고요. 그 친구 덕분에 잘 견뎠죠.” “같은 (북한) 사투리만 들어도 뭔가가 좀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고….” “어떤 사람들은, 특히 새터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진짜 뿔 달린 사람 본 듯 신기하게 생각하던데요.” “북한에서 왔다는 걸 밝히는 순간, 만나는 환자마다 일일이 다 설명해야 되고, 또 일하는 데도 지장이 생기고….” 북한 억양을 없애기 위해 스피치 학원을 다니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어느 북한이 탈주민의 말을 들으면서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대체 이들을 얼마나 차별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럽고 씁쓸해졌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북한이탈주민이 살고 있다. TV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북한 이탈주민이 나오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의 무지와 외면이 희망을 찾아 남쪽으로 온 그들을 더 외롭고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북한이탈주민을 이해하고, 그들이 훗날 또 다른 북한주민을 도울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성장해나가겠다는 마음과 노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북한에 남아 있는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관점의 지원을계속하는 것이리라.


세브란스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우리에게는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도전과 헌신의 DNA가 있다고 믿는다. 지난 통일수액모금 당시 단기간에 약 1억 원의 모금 결과를 이끌어냈던 우리의 도전과 헌신의 DNA는 통일 시대에 더 가치 있게 빛날 것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되어야
최근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 미국 청년 웜비어의 사망으로 국제사회는 어느 때보다 수위 높은 제재와 압박을 북한에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은 같지 않음을, 또 보건의료인으로서 남북한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인도주의 원칙하에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과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도주의적 관점의 보건의료 협력과 지원은 북한 주민의 건강 향상에 기여할뿐만 아니라, 통일 후 우리가 감당해야할 경제적 부담과 보건의료 분야의 위협을 낮추는 주요 전략이 될 것이다. 세브란스인들의 DNA는 특별하다. 지금 우리가 세브란스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것은 우리 속에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도전과 헌신의 DNA 때문이 아닐까? 지난 통일수액모금 당시 단기간에 약 1억 원의 모금 결과를 이끌어냈던 우리의 도전과 헌신의 DNA는 통일시대에 더 가치 있게 빛날 것이다.


세브란스의 통일 한 걸음, 통일수액 프로젝트
2,170명 참여, 1억 800여만 원 모아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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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는 ‘연세통일기금’을 만들어 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그 첫 번째 활동으로 ‘통일수액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5년 10월, 수액세트 1개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2,000원을 1구좌로 설정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은 것. 총 2,170명이 참여해 모은 1억 800여만 원을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에 전달했다.






2017/08/09 14:06 2017/08/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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