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대동맥과 말초혈관질환 치료의 전문가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차림새부터 마음가짐까지, 정성을 다해 환자 만난다
    


젊어서는 병을 다 안다는 듯이 환자를 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졌습니다. 까다로운 케이스에 속하는 초진환자에게는 짧게 봐선 잘 모르겠다고 편안히 이야기합니다. 영상의학과나 외과와 상의해서 좋은 답을 드리겠다고요. 한 환자를 두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모아 팀으로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건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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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색 수트 차림이었다. 푸른색 와이셔츠에 가느다란 체크무늬가 들어간 조끼를 덧입고 밝은 빛 타이를 맸다. 단정한 느낌이었다. 머리칼도 깔끔히 정리해서 한 올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렇지만 사진관 진열장에 내걸린 ‘모범사진’ 같은 어색함은 보이지 않았다. 옷이 몸에 착 붙는 품새가 늘, 또는 자주 이런 입성인 듯했다. 적어도 인터뷰가 신경 쓰여 목욕재계하고 꼬까옷을 찾아 입은 분위기는 분명 아니었다. 하루 종일 만나는 이라 봐야 환자와 동료의사, 간호사가 전부일 텐데 이렇게 반듯하게 차려 입은 까닭이 궁금했다.
 

근사해 보입니다. 오늘 무슨 특별한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
교회에 다니시나요? 크리스천들은 예배당에갈 때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습니다. 마음가짐을 바로하려는 거예요. 비슷한 뜻에서, 저는 환자들을 만날 때도 차림새에 신경을 씁니다.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셔츠를 입고 넥타이도 세심하게 고르죠. 낯빛도 최대한 밝게 가지려고 하고요. 일 년에 한두 번 저를 만나러 오는 환자들을 흐트러진 매무새에 굳은 표정으로 대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대단한 환자라도 치료하러
가시나 보다 했습니다.

의사에게 환자는 다 같은 환자일 뿐이지 대단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큼 유명하거나 가진 게 많은 분들도 있고, 살림이 넉넉지 않아서 꼭 필요한 검사조차 망설이는 분들도 있지요. 하지만 모든 환자를 한결같은 마음가짐과 똑같이 웃는 낯으로 대하려고 나름대로는 무척 노력합니다.이분들이 찾아오신 건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세브란스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압니다. 결국 병원의 얼굴로 환자를 맞는 셈인데 그런 태도를 갖는 게 당연한 일이겠죠.


인터넷에 설명을 잘해주신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다기보다 잘 봐주신 덕일 겁니다. 젊어서는 환자가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시키는 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갑갑해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차츰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싶더군요. 의사가 방대한 정보를 짧은 틈에 다 전하거나 환자가 그 얘길 단박에 알아듣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지금은 환자의 나이와 성향을 먼저 파악해서 거기에 맞추려 애쓰는 편입니다. 감정적으로 어루만져줘야 할 환자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할 환자, 다정하게 격려해야 할 어르신과 분명하게 짚어줘야 할 분을 가려서 대응하는 식이죠. 환자를 오래 대하다 보면 걷는 모습, 문을 여는 방식, 인사하는 표정 등으로 유형을 얼추 가늠하는 힘이 좀 생기거든요.


그래도 설명이 쉽진 않겠더군요. 왠지 까다
로울 것만 같은 질환을 주로 보시잖아요?

대동맥과 말초혈관질환을 봅니다. 대동맥 쪽으로는 부풀어 늘어나다 터지는 확장증(대동맥류)과 갑자기 혈관이 찢어지는 박리 환자가 많습니다. 대동맥류는 CT나 초음파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됩니다. 치명적인 결과가 닥칠때까지는 자각증상이 없어서 더 무서운 만성질환입니다. 박리는 젊은이들에게 찾아오는데 격렬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게 일반적입니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반수는 생명을 잃습니다. 급성 대동맥박리는 사망률이 심근경색보다 높을 정도입니다.


멀쩡하던 혈관이 왜 늘어나고 갑자기 찢어
지는 거죠? 미리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대동맥이나 말초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의 원인은 대부분 동맥경화입니다. 말초혈관질환의 80%는 동맥경화에서 비롯됩니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같은 위험인자가 없는 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인자나 가족력을 가진 분들은 관심을 가지고 대동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CT나 복부 초음파 검사만으로도 금방 판별됩니다. 예방법 역시 착실하게 약을 먹고, 운동하고, 식이를 조절하는 게 전부입니다.

어떻게 중재시술 전문가가 되셨습니까?
심장혈관중재술을 공부하다가 심장혈관질환뿐만 아니라 대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을 전공하는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그쪽에 더 비중을 두게 된 거죠. 꽤 젊은 나이부터 시작한 터라 지금은 경험이 좀 많은 축이 됐습니다. 3년 전부터는 대한심장학회에서 말초혈관과 대동맥을 좀 더 깊이 연구하는 혈관중재연구회(K-VIS)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 해에 두어 차례, 강의와 까다로운 시술 시연으로 젊은 의사들에게 도움을 주고 매뉴얼도 발간했습니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환자 한 분 한 분이 의사에게는
다 소중하고 값진 재산입니다.
심장질환 환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은 터라 사소한 증상에도 화들짝 놀라는 거죠.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은 제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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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 바깥일까지 하시는군요. 그
만한 보람은 찾으셨습니까?

보람이라면 우리나라 전체의 대동맥질환과 말초혈관질환의 데이터를 모은 게 으뜸일 겁니다. 해외학회에 갈 때마다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서 우리 병원의 사례들만 정리해 발표하는 데 그치는 게 늘 아쉬웠거든요. 100여 명의 데이터를 가지고 논문을 써봐야 권위 있는 저널에 게재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연구회를 맡자마자 그 일을 해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손꼽히는 국내 병원을 통틀어 이미 8,000케이스의 데이터를 수집해 논문 출간을 앞두고 있고, 10여 편의 논문도 준비 중입니다.

심장내과 쪽의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
서 외과와 겹치는 영역이 많아졌습니다.

의학 자체가 끊임없이 발전하도록 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심장내과 쪽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많은데 낯선 도전에는 거부감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브란스에서는 심장혈관병원이 새로운 건물을 세워 독립할 당시부터 꾸준히 MS(Medico-Surgical) 컨퍼런스를 계속해서, 역량을 모으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어려운 케이스를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논의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비판해 최고의 결과를 끌어내는 모임입니다. 덕분에 조절과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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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교수(심장내과)
진료 분야 : 대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최동훈 교수는 주치의로부터 “좋습니다”는 한마디 듣는 것이 간절한 환자에게는 검사 결과를 낱낱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꼼꼼히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환자에게는 차근차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의사와 만나는 짧은 진료 시간을 위해 환자가 겪었을 마음 졸임을 생각하면, 자신 역시 말 한마디 몸짓 하나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명의의 배려가 남다른 대목이다.


굳이 다학제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관
련 분야 사이의 협력이 원활한 편이군요
.
오늘 점심만 하더라도 정형외과 족부 파트에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당뇨를 보시는 선생님과 다리를 주로 보시는 선생님, 저 이렇게 셋이서 꾸리는 모임 아닌 모임이 있거든요. 예전에는 족부정형외과에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환자가 들어오면 대부분 절단을 했지만, 이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막힌 혈관을 뚫어보고 당을 조절하면서 더 나은 길을 찾아냅니다. 작정하고 이런 시스템을 만든게 아니라 서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임이지요.

전문가들의 협력과 나눔. 환자로서는 더
없이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군요.

만나본 일은 없지만 항상 마음으로 존경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안드레아 그룬치히(Andrea Grunzig)라는 분인데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처음으로 정립한 의사입니다. 이분의 위대한 점은 독특한 기법을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걸 값없이 전문가들에게 공개해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건졌다는 데 있습니다. 임상실험에 성공하자마자 특허를 내서 독점하는 대신 200여 명의 전문가들에게 직접 시연하며 가르치는 쪽을 택했습니다. 빠른 시간에 보급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돌릴 심산이었던 겁니다. 사실, 의술에는 특허를 걸 수가 없습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나만 써야 하는 기술이란 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다리 동맥에 생기는 흔한 질병, 동맥경화가 원인


말초혈관 폐쇄질환은 대동맥이나 관상동맥 등의 주요 혈관을 제외한 동맥 또는 정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질환군을 말한다.
치료 대상은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을 사지로 공급하는 동맥의 완전 폐쇄 또는 협착이며, 주로 복부 대동맥 이하 다리로 통하는 동맥에 대한 질병이 가장 흔하다. 일반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나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나 흡연 같은 요인들이 질병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증상 : 다리가 당기듯 아프다
동맥의 협착이 생기더라도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약한 경우가 많다. 다리로 향하는 동맥이 좁아지면 혈액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다리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 공급이 감소하면서 허혈 양상이 나타난다. 흔히 파행성 보행이라고 하는, 일정 거리 이상 걸으면 다리가 당기듯이 아프다가 쉬면 좋아지는 양상이 가장 전형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실제 말초혈관질환 환자 중 10% 정도다. 특히 노인 환자에서 흔한 관계로 다른 퇴행성 질환인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또는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혼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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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발목-상완 지수 확인부터진단을 위해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는 검사는 발목-상완 지수(ABI, Ankle-Brachial Index) 측정이다. 이 지수는 질병이 있는 다리의 발목에서 측정된 수축기 혈압을 상완의 수축기 혈압으로 나눈 값이며, 정상 수치는 1.0-1.3이다. 0.4 이하의 수치를 보인다면 안정 시에도 통증을 느끼거나 심한 경우 조직이 손상되는 임계 하지 허혈 상태로의 진행을 의심할 수 있다. 도플러 초음파나 CT 혈관조영술, 또는 필요시 MR 혈관조영술 등이 진단법으로 활용된다.

치료 : 위험인자 조절과 혈류 개선치료는 2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또한 병변으로 인해 차단된 혈류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즉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적정 혈압을 유지하고, 당뇨 환자는 혈당 조절을 철저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을 지속할 경우 질병 악화로 심하면 사지 절단까지 진행될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므로, 금연은 필수다.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70 mg/dL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권고되며 스타틴 제제의 복용이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 요법은 증상을 호전시키고 보행 거리를 향상시킨다. 다리의 파행이 나타날 때까지 걷고 이후 휴식을 취한 뒤에 증상이 없어지면 다시 보행을 하는 방법으로 하루 30분 이상, 주 3회 이상으로 최소 3개월 넘게 꾸준히 할 경우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혈류의 재개통은 주로 경피적 혈관중재시술이라고 말하는 방법으로 시행된다. 주로 사타구니 또는 상완의 동맥을 통해 혈관 내로 치료 기구를 병변까지 접근시키며, 풍선이나 스텐트라는 의료 기구를 통해 좁아진 혈관을 넓힌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수술로 우회로를 만들어 병변 아래로 혈류가 공급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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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5:29 2017/04/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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