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기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인터뷰 직후 급하게 심장혈관병동 회의실로 향했다.
심장내과는 물론 외과 등 여러 교수들이 모여 ‘타비(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시술’ 환자에 대해 집중 토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타비는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인공 판막을 부착한 스텐트(그물망)를 심장에 삽입하는 시술을 말한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가장 큰 혈관인데,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동맥경화로 대동맥이 막히는 증상이다. 대동맥 질환 치료는 과거에는 수술이 주였으나 최근에는
스텐트를 삽입하는 중재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홍 교수는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수술을 통해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 첫 번째 치료법이지만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많아 인공 판막 수술 후 회복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환자는 중재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비 시술은 개심(開心)술이 불가능하거나 고위험 수술이 예상되는 심한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서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80세 이상 중증 대동맥 협착증 환자 14명에게 수술을 시행한 결과 ‘병원 내 사망(in-hospital mortality)’이 4명(28.6%)이었고, 30일 내 뇌졸중 발병이 3명(21.4%),
재입원 2명(14.3%) 등이었다. 하지만 타비 시술을 받은 7명은 병원 내 사망은 한 명도 없었으며, 뇌졸중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7명 모두 퇴원해 추적 관찰 중이며, 이들은 전신 상태 및 운동 능력에서 괄목할 만한 호전을 보이고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2012/01/09 16:02 2012/01/09 16:02
21세기 초 현대인은 심·뇌혈관 계통 질병과 암·고혈압·당뇨 등 중증 및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100세 건강 장수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국내 일류 의료진과 함께 싸워나가야 할 신종 질병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화일보 건강의료팀은 매주 한 차례 중증·만성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 의학계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각 분야 정상급 의료진을 발굴해 풍부한 건강·의학 정보를 곁들여 소개하려고 한다.
현대인의 사망 원인 1∼3위로 꼽히는 심·뇌혈관 질환과 만성질환, 관절·척추 등 다빈도 질환, 정신질환, 암과
장기이식 등 중증질환, 질병 퇴치의 최일선에서 기초 및 임상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연구팀을 집중 소개할
계획이다. 또한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의료 정보를 제공하고자 국내 대형병원 등의 치료 전문센터를
심층 취재하는 지면도 선보일 예정이다.

생사의 기로 최전선에서 사(死)를 생(生)으로 바꾸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 급성 심근경색증 등 심장병을 다루는 의료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심장의 괴사 속도는 빨라진다. 따라서 시간과의 사투에서 이겨야 환자를 살려낼 수 있다. 항상 응급환자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가슴속에 담고 있는 말은 무엇일까.

홍명기(51)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난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치료가 늦어지는 것만큼 심장 근육(심근)은 죽습니다.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환자가 오자마자 1시간 안에 바로 치료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환자나 보호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고 ‘그게 맞느냐’는 식으로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 의사는 오히려 ‘똥줄’이
타는데 환자나 보호자가 그러면 아찔합니다. 그럴 땐 ‘내가 의사인 당신을 100% 신뢰하니까 잘해 주세요’ 하고
맡기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심근경색증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이나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이 일어나는 부정맥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급성 심근경색증 같은 위급한 상황에선 좋은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큰 병원에 빨리 가는 게 급선무”라고 단언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던 홍 교수는 2009년 초 모교로 돌아왔다. 그는 급성 심근경색증 중재(intervention) 시술의 명의로 알려져 있으며, 자체 개발한 ‘스텐트(stent·그물망)’를 사용해 중재술을 하고 있다. 심장 중재술은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 동맥 등의 혈관을 통해 풍선이나 스텐트를 넣어 심장 관상동맥 등을 넓히는 시술을 말한다.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은 무엇이고 왜 생기나.
“둘 다 콜레스테롤 등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혈관 내부에 점차 쌓이고 굳어지면서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생긴다. 콜레스테롤 등으로 혈관이 점차 좁아지면서 심근 일부에 피가 통하지 않아 흉통이 발생하는 것을 협심증이라고 한다. 심근경색증은 콜레스테롤 덩어리(죽상경화반)가
터지면서 생기는 혈전(血栓·피떡)이 혈관을 막아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일으킨다. 보통 30분 이상 격심한 통증이 지속되는데, 갑작스러운 실신이나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한다.
원인은 흡연,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다.”

―심근경색증은 어느 정도 위험한가.
“사망률이 보통 5% 정도에 달한다. 병의 정도, 연령,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느냐 하는 변수에 따라 사망률의 차이는 있다. 심근경색이 심해 심장 쇼크가 생기면 병원 내 사망률이 30%에서 많게는 70%에 달한다. 심근경색증이 처음 발병하면서 그처럼 심각한 상태일 수도 있고, 적절한 조치를 못해 쇼크가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진 기술로는 제때에 오면 쇼크가 더 진전되는 것을 중간에 끊을 수 있다.”

―심근경색 시술 및 수술은 어떤 게 있나.
“약물요법, 스텐트 시술(혈관확장술), 우회로 수술(손상된 관상동맥을 다른 신체의 혈관으로 대체) 3가지 모두
가능하다. 병의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흉통이 나타난 뒤 1시간 이내에 혈액이 다시 통하는 재관류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면 급성 심근경색증이라 하더라도 임상 경과가 양호하다.”

―어떤 경우 중재술을 하고, 어떤 경우 수술을 하나.
“급성 심근경색증은 신속하게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초래된 혈관 모양이
스텐트 시술에 적합하고, 동맥경화증이 나타난 부위가 적어도 스텐트 등 시술을 하는 게 좋다. 하지만 혈관 모양이 복잡하고 시술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 동맥경화증이 여러 곳에 나타난 경우에는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하는 게 좋다.”

―심근경색 예방은 어떻게 하나.
“금주, 금연, 체중 조절, 기름진 육류를 억제하는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강도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건강한 심장 기능에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 심혈관 질환 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 대학 병원 의료진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전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매우 우수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한국에 있었다면 살아날 수 있었을까.
“우리 기술 수준으로 봐서 살려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북한 의료진 수준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경험이
부족하다. 우리는 어려운 환자의 경우에도 살려내는 다양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2012/01/09 15:55 2012/01/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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