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세인 회사원 김씨는 몇 달 동안 1주에 한두 번씩 반복적으로 극도의 공포감, 땀흘림, 숨가쁨, 가슴이 마구 뛰는 증상과 때로는 심한 흉통, 어지러움, 손가락과 발가락이 마비되는 느낌, 자신이 금방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 등의 공황 발작으로 병원을 찾았다. 처음 내과의원에서 심전도 검사, 혈당 검사를 했지만 정상이었다.

그러나 공황발작 증상이 더 심해지고 빈도도 잦아지자 언제 발작이 생길지 몰라 항상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뭔가 큰 병에 걸렸다고 확신하고 대학병원 심장내과에서 심초음파, 운동부하검사, 홀터 모니터링 등 정밀검사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더 불안해졌다. 내과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했지만 망설여졌다. 자신의 증상은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심각한 신체 증상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현재 딱히 신경쓸 일도 스트레스도 없었다. 그는 4년 전 어려운 입사시험도 너끈히 통과했고 신입사원 시절도 그리 힘들지 않게 지내왔다. 3년 전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김씨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를 찾아 진료를 받은 결과, 김씨는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수 김장훈 씨(44)가 지난 18일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공황장애가 재발해 입원하면서 `공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황장애는 김장훈 씨뿐만 아니라 차태현, 김하늘, 하동균, 이무송, 하유미 씨 등 연예인에게 많아 일명 `연예인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예인들은 극심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와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분 등 후천적 요인 때문에 이 병에 많이 걸린다.

김어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자율신경계 증상들과 함께 극심한 공포감이 밀려오는 현상을 공황발작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공황발작이 반복되고 또한 공황발작이 또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계속되는 질병을 공황장애"라고 설명했다.

◆ 광장공포증과 함께 많이 발병

공황장애는 우리 뇌 속의 위험경보장치로 작용하는 부위가 병적으로 예민해져서 발생한다.
강은호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공황발작 때문에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통에 일시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여러 가지 증상을 겪게 되지만 공황발작이 그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며 "공황장애는 분명 `불안`하고 `불편`한 질환이지만 그 증상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를 말한다. 공황발작(panic attack)은 아무런 외부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거나 어지러움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과 함께 심한 불안과 두려움이 발생하는 것으로 대개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된다.

강은호 교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무섭고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나타나거나, 이러한 무서운 느낌이 다시 올까 봐 예전에는 마음 편하게 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붐비는 백화점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미리부터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는 광장 공포증이 없는 경우와 광장 공포증이 함께 있는 경우가 있다. 광장 공포증은 특정 장소에 갔을 때 견디지 못할 것 같아 가기가 두려운 곳이 다음 10개 항목 중 1~2개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10개 항목은 △운전 △버스, 지하철, 비행기,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 △식당, 극장 등 시끄럽거나 복잡한 장소 △장거리여행, 출장 △사방이 폐쇄된 장소 △사우나, 혹은 냉탕에 들어가기 △혼자 집에 있기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사람이 많은 곳 등이다.

◆ 심근경색 증상과 비슷해 두려움 더해

공황장애는 흔한 질환이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30%나 되며 공황장애로 이어지는 사람은 그중 10분의 1인 전체 인구의 약 3%에 달한다"고 말했다.
공황증상은 전체 인구의 1~4%가 일생에 한 번은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만 약 40만~60만명의 공황장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황장애 발병시기는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잘 생기는 연령은 청소년 후기다. 또한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황발작이 오면 흉부 통증이나 압박감,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뜀, 손ㆍ발 혹은 몸이 떨림, 어지러움,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 메슥거리고 속이 불편함, 설사 등 증상과 함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고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발작은 발작이 끝난 후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온갖 검사를 되풀이해도 신체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발작은 계속 반복된다"며 "환자들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어떤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는 건강염려증에 빠지게 되고 심할 경우 우울증과 함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공황장애 증상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과 비슷해 혹시나 심장마비로 죽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공황발작 때문에 우리 몸의 자율신경 계통에 일시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여러 가지 증상을 겪게 되지만 공황발작이 그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공황장애는 혈액검사, 흉부 X-선 촬영,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신체질환에 이상이 없지만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 증세를 보일 경우 진단을 내리게 된다.

◆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 땐 완쾌 가능

공황장애는 조기에 정확히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거의 대부분 완쾌된다.
강은호 교수는 "공황장애는 계속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무척 `힘들고 불편`할 수 있는 병"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치료하면 거의 모든 환자가 공황의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어수 교수는 "약물치료만으로도 공황발작은 대부분 차단할 수 있으며 6개월 이상 약물을 투여하면 과민해진 뇌 속의 위험경보장치 부위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부분 병원은 약물치료와 병행해 행동치료적인 기법, 인지치료적인 기법을 혼합한 정신치료를 받도록 한다.
공황장애의 약물치료로 삼환계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 계통, 마오 차단제,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차단제 등을 사용하게 된다. 비약물치료 방법에는 정신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교육(psychoeducation) 등이 있다. 인지행동 치료는 환자 자신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으로 공황발작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신념이나 태도를 바꿔주고 두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도록 행동을 교정한다.

정신치료는 심층적인 상담 치료를 통해 공황 증상의 무의식적 의미에 대해 통찰함으로써 증상이 호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바이오피드백은 생체 되먹임 작용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자신의 생리현상들을 컴퓨터를 통해 직접 관찰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2011/11/01 17:33 2011/11/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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