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새나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매운 맛을 낸다. 이런 고추의 '매운 힘'을 이용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고추에서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당뇨병에서부터 소화불량까지 다양한 질병을 다스리는 약으로 사용된다.


◆당뇨병, 대상포진으로 인한 신경통


당뇨병이나 대상포진으로 손발이 화끈거리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을 때 캡사이신 연고를 바르면 통증이 덜해진다. 신경통이나 관절통이 있을 때 고춧가루로 뜸을 뜨는 민간요법도 캡사이신의 통증 완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김민진 고대안암병원 약사는 "캡사이신은 우리 몸에 들어한 직후에는 강한 자극을 주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진통 작용을 한다. 이는 캡사이신이 통증전달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약사는 "캡사이신 연고는 무릎 관절염 통증처럼 범위가 큰 통증보다 대상포진이나 당뇨병 등 때문에 손이나 발끝에 나타나는 작은 범위의 통증에 많이 쓴다"고 말했다.


1g당 캡사이신이 0.25㎎, 0.75㎎ 가량 들어있는 캡사이신 연고를 통증이 있는 부위에 바르면 처음에는 화끈거리고 따가운 느낌이 들지만, 2~3일 후부터는 통증이 점차 줄어든다. 하루 3~4회 통증이 있는 부위에 바르는데, 약을 바른 부위가 뜨거워지면 작열감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목욕직전이나 직후에는 바르지 않는다. 다른 통증연고 보다 3배 가량 비싸고, 의사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소화불량·위염 치료제


한방은 캡사이신을 소화장애 치료제로 이용한다. 캡사이신이 주 성분인 호초(胡椒)가 들어간 한약을 먹거나 호초 소량을 귤, 유자와 같은 과피 또는 녹두가루와 섞어 먹으면 소화불량, 속쓰림 등이 완화된다.


최혁재 경희대한방병원 연구원은 "명치 끝이 답답하며 속이 더부룩하고 쓰린 식체 증상이 있을 때 호초를 먹으면 캡사이신이 침샘과 위샘을 자극해 위산분비를 촉진시켜서 소화기능을 활발하게 한다"고 말했다.


매운 맛은 위를 자극한다는 속설과 달리, 캡사이신은 소량 먹으면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위염을 치료할 수 있다. 이용찬 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는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이 위염 등 위 질환의 원인 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 세포의 염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2007년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고추를 먹는 약으로 쓰지는 않는다. 최 연구원은 "호초보다 고추에 캡사이신이 5~10배 많이 들어 있지만, 고추는 자극이 너무 심해 약효를 볼 정도로 많이 먹는 것 자체가 힘들며, 또 약리활성 기전이 진통해열제나 감기약과 같아 이런 약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요실금·과민성 방광염 증상 완화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성 요실금 환자나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자주 보는 과민성 방광염 환자에게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을 방광에 주입하면 1~2개월간 배뇨장애 증상이 좋아진다. 김하영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절박성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염 환자는 방광점막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어 방광이 일반 사람의 절반만 차도 소변이 마렵다. 이때 방광에 캡사이신을 주입하면 방광점막 신경이 얼얼하게 마비돼 1~2달간 소변을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염 환자에게 보톡스를 주사하는 치료법을 많이 쓰지만, 보톡스 치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캡사이신 치료가 쓰였다. 최근에는 의료용 캡사이신 분말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많이 쓰지는 않지만 캡사이신 치료는 비용이 보톡스보다 저렴하고, 보톡스 치료와 달리 입원하거나 마취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캡사이신을 방광에 주입하기 전에 요도에 소변줄을 삽입해 방광을 깨끗하게 비운다. 이후 캡사이신 가루를 알코올 100mL에 희석시켜 소변줄을 통해 방광에 주입한다. 약이 방광에 일정시간 머물러야 약효가 오래 지속되므로 약물 주입 후 30분~1시간 동안은 소변이 마려워도 참아야 한다. 약물 주입 후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르거나 열이 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민성 방광염이나 절박성 요실금 환자 중 방광을 수축시키는 약물이나 방광훈련 등 행동요법이 듣지 않는 중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2011/05/27 09:55 2011/05/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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