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질환과 달리 예방가능…검진 받고 생활습관 고칠 필요
가족·친척 한자리에 모인다면 특정 질병 발생여부 확인 기회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은 대부분 가족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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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종사했던 A씨는 지난해 폐암으로 사망했다. A씨 가족은 다른 가족에 비해 암환자가 많았다. 부친은 위암, 작은아버지는 폐암, 이모는 여성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A씨는 죽기 3년 전에 담배를 끊었지만 바쁜 삶과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건강검진을 수년째 받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계단을 오르다가 흉통을 느껴 몸에 뭔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폐암 말기로 심장 쪽에 암세포가 전이돼 있었다. A씨를 떠나 보낸 가족은 집안에 암환자가 많은 사실을 인지하고, A씨가 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했다면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가족과 친척이 많이 모이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은 '가족력 질환'을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족력 질환은 한 가족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사례를 말한다. 정확하게는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중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리면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질환이 유전돼 기대수명을 단축시키지는 않지만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주기 때문에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민규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라 일컬어지는 성인병은 대부분 가족력에 속한다"며 "나의 가족이 잘 걸리는 질환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하고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족력 질환은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지만 가족력과 유전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유전자 이상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100% 결정한다.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록색약과 같이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 있지만 대체로 예방할 방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을 말한다.


이에 반해 가족력은 '후천적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사, 주거 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유전 정보도 일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특정 질환 유발 인자에 약한 체질을 타고나서 해당 질병이 쉽게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조기 진단으로 적극 치료하면 예방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중에 어떤  질환이 발병했다면 다른 가족의 발병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 진단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족력과 관련해 주목받는 질병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은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골다공증 등이며 유방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위암 등과 같은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당뇨병은 부모 모두 증상이 없을 때보다 한쪽이라도 당뇨가 있으면 자녀의 발병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부모 중 한쪽이 제2형 당뇨병일 경우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은 약 10~30%다. 환자의 형제자매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은 약 10~40%로 알려져 있다. 양친 모두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은 40%로 알려져 있다. 소수의 당뇨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모디'는 유전자 결함으로 우성유전 형태로 유전되는 당뇨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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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도 마찬가지다.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면 50%까지 가능성이 커진다. 골다공증도 어머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2~4배 증가한다.


심장병도 부모나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아진다. 심장병의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이지만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암도 발병 원인으로 흡연, 과음, 잘못된 식습관 등이 주로 꼽히지만 암환자 4명 중 1명꼴로 가족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가 2011년 암환자 1만17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49명(26.8%)이 암 가족력과 관련이 있었다. 유방암은 전체 환자 중 5~10%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BRCA1, BRCA2라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가족력 질환은 유전적 요인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가족끼리 공유하는 환경적 요인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력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건강검사를 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뚱뚱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아내도 마찬가지로 비만이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다. 이는 부부가 결혼 후에 오랫동안 같이 살아오면서 서로 식생활 습관이 비슷해지고 운동을 잘 하지 않는 등 좋지 않은 생활습관까지 공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생 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을 부모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는 자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부모의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그대로 자녀에게 전해지고 결국 각종 만성질환까지 물려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력은 자신의 취약한 질병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가족력을 미리 알면 식생활 습관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고 발생 시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면 짜지 않게 먹도록 하고 과식·과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하거나 혈압을 낮추는 데 꼭 필요하다. 제2형 당뇨병은 비록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 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혈당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다공증은 술, 담배, 인스턴트식품 등 식사습관과 부족한 신체활동이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식생활 습관 개선과 조절, 신체활동 증가와 같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계가족 중 암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위내시경, 저선량 폐CT, 유전자·암표지자검사를 실시해 미리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40~55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이 발생한 사람이 있다면 보다 이른 나이에 정기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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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14:49 2016/10/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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