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별난 박사님'·'로봇같은 언어'…

내 아이 자폐증상일까?




같은 자폐스펙트럼장애라도 증상·행동 다양…"정확한 조기진단이 치료에 중요"

"언어 구사 문제없고, 지능 높은 아이 진단 늦어"

(서울=연합뉴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 #. 초등학교 4학년 성준(가명)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았다. 같은 또래 남자아이와 달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지속해서 따돌림을 당해왔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공격적이라는 게 엄마의 설명이었다. 지능지수(IQ)가 123이나 나왔던 아이인데, 언젠가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자 엄마의 속앓이는 깊어만 갔다.

면담과정에서 본 성준이는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말하고 억양이 독특해 마치 영화 속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다. 결국 성준이는 여러 평가를 종합한 결과, 자폐스펙스럼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장애'로 최종 진단됐다.

성준이가 갖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란 대표적인 뇌 발달장애의 하나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 및 제한된 관심사와 반복적인 행동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수년 전까지는 전반적인 발달장애의 한 범주로서 '자폐증'과 '아스퍼거 장애'로 구분했지만, 2013년부터는 ASD라는 하나의 진단명으로 치료하고 있다.

스펙트럼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ASD로 진단을 받았더라도 증상의 정도와 행동 양상이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자폐라는 선입견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ASD 유병률은 2000년 166명당 1명(0.67%)에서 2010년에는 68명당 1명(1.46%)으로 높아졌으며, 최근 들어서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아울러 아시아, 유럽, 북미지역에서도 인구대비 1∼2%라는 비교적 높은 유병률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병률 현황 [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우리나라는 2005∼2009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병률 역학 연구에서 ASD 유병률이 약 1.89%로 집계된 바 있다. 최근 발표되는 해외 각국의 여러 후속 조사에서도 비슷한 유병률이 계속 나오고 있다.

ASD의 빠른 증가에는 여러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우선 질환 자체의 대중 인식도 향상에다 자폐 전문가 확대에 따른 진단 증가, 초기 뇌발달 과정의 이상 등이 꼽힌다.

이때 뇌발달 과정의 이상은 유전적 원인이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의 '유전적 원인'은 부모가 아이에게 장애를 선천적으로 물려주는 유전성 질환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직 밝히지 못한 어떠한 원인으로 아이의 사회성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ASD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라도 이런 개념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전체 ASD의 약 30%가 유전적인 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SD 진단은 아동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상담한 후 정신질환 진단분류매뉴얼(DSM-5)에 근거해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때 양육하는 부모가 작성하는 아이의 자폐증 평점 척도, 자폐증 행동평가척도, 사회적 상호작용 및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 등을 참고하게 된다.

ASD 치료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언어치료와 응용행동분석(ABA) 등을 중심으로 한 특수교육적 접근이 시도된다. 또 동반돼 나타나는 부주의성, 충동성, 불안, 공격성, 자해행동 등을 조절하고 완화하는 데는 약물치료가 많은 도움이 된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동 대상의 '사회성증진프로그램'(SOcial Relationship Improvement, SORI) 진행 모습. 이 프로그램에서는 ASD아동에게 정서를 인식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의사소통 및 또래와의 관계기술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이 중에서도 응용행동분석은 문제행동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바람직한 행동으로 끌어내는 행동치료 방식으로, ASD의 문제행동 개선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사회성 발달과 의사소통에 문제를 초래하는 언어 지연은 발달연령, 언어수준을 고려한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 등이 효과적이다. 언어적 능력과 지적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지지 않은 ASD 아동을 대상으로 사회성 기술 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의 또래 관계를 증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성장기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부모가 ASD를 바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관심을 두고 눈여겨보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봐야 할 상황이 보일 수도 있다.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같은 낯익은 사람을 볼 때 짓는 '사회적 미소'가 나타나지 않거나 반대로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낯가림이 없는 경우, 주 양육자(부모)와 분리되는데도 무감각하고 눈 맞춤이 없거나 청력에 이상이 없는데도 이름을 부를 때 반응이 활발하지 않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발달 시기별로 나타나는 중요한 사회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특히 언어 구사력(억양이나 톤과는 별도로)에 문제가 없거나 지능이 높은 아이의 경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학령기 아이 중 또래 관계에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ASD 선별측정 설문지(측정표 참조)를 통해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학에서 ASD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지속해서 받는다면 아이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간혹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현혹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치료 기간이 길어도 전문가와 함께하는 검증된 치료법만이 최선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 천근아 교수는 1994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자폐연구소 방문교수로서 발달뇌영상 및 자폐증의 사회성 뇌영상 분석을 주제로 연수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소아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연세자폐증연구소'(https://www.yonseiautismlab.com)를 운영 중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자폐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자폐증 클리닉을 통해 수많은 ASD 아이들과 가족을 상담하고 있으며, 사회성 뇌회로 영상 연구 및 역분화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 등 ASD의 신경생물학적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아동용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 표

다음 표에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의 점수(0:아니다, 1:어느 정도, 2:그렇다)가 총점 13점을 넘으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하고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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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me/xsr3JFgh

2017/07/11 11:07 2017/07/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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