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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잠잠하더니 요새 들어 또 나오더라. 그놈의 ‘숙변(宿便)’ 없애준다는 약들.

약을 파는 업체들 설명에 따르면, 숙변이란 내장 주름 사이에 코딱지마냥 엉겨 있는 찌꺼기다. 여드름·기미·두통·당뇨는 물론 비만에 동맥경화까지 유발하는 독약계의 팔방미인이라 카더라.

그런 거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세상에 숙변 따위는 없다. 사람 내장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다, 표면에서 끈끈한 물질(점액질)이 계속 나와 표면에 묻은 찌꺼기를 걷어낸다. 숙변이 있다 주장하는 사람들은 “장이 움직이고 찌꺼기가 걷혀도 장 표면에 묻는 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변이 4~10㎏씩이나 ‘묻어’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참고로 현대 한국인 하루 배변량이 150~200g 정도다.

박수정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숙변이란 것 자체가 없는 걸로 알고 있으며, 대장내시경을 할 때도 숙변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대장내시경 하기 전 장 세척을 받으니 당연히 숙변도 없어지는 거다”고 말한다. 그 말대로라면 효과가 불분명한 숙변 제거제를 먹느니 차라리 주기적으로 장 내시경을 받는 게 낫다. 장 내 찌꺼기도 없애고 내장 검사도 하고 일석이조다.

한의학계 역시 숙변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다. 박재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는 “한의학 관련 서적이나 이론에서도 숙변 혹은 숙변 비슷한 개념을 찾을 수 없다”며 “한의학계에서는 숙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한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역시 “장 운동이 약해지며 변비가 생길 수 있다는 이론 정도는 있는데, 장 틈새에 변이 낀다는 건 한의학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설명 방식”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숙변 제거제를 먹으면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그 물질은? 그냥 변이다. 변은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양이 달라진다. 고기 위주 식단인 서양인은 하루에 변을 100g 정도밖에 보지 못하지만,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은 배변량이 하루 1㎏에 달한다. 숙변 제거제는 대부분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대변을 크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 늘어난 대변량 때문에 숙변이 나온듯한 착시가 생기는 것이다.

숙변 제거제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변이 나왔다면? 그것도 숙변이 아니라 그냥 변이다. 어차피 평소에 보던 대변 역시 내장 상피세포와 대장균 시체가 부피 중 약 30%를 차지한다. 달리 들어오는 게 없어도, 기본으로 나오는 찌꺼기가 있다는 것이다.

숙변 제거 다이어트?

숙변을 배출하고 살이 빠졌다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대부분 그저 변비가 나은 거다. 사실 웬만큼 이상한 처방이나 약재를 쓴 게 아니라면 숙변 제거제 대부분은 훌륭한 변비 치료 보조제다. 변을 보기 쉽게 만들어주는 성분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걸 굳이 ‘숙변 제거제’ 이름을 붙여 비싸게 팔면 문제가 될 뿐.

별 노력 없이 약만 먹어도 살이 빠지고 배가 들어간다니 솔깃하기 쉬운데, 평소 변비가 있던 분이 아니라면 재미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변비 해소라면 보다 싼 변비약으로 해도 될 일이고.

무엇보다 설령 숙변 제거제를 파는 사람들의 말을 인정하더라도, 장 내 주름을 없애버리지 않는 이상 평생 약을 먹어야 숙변 4~10㎏이 없는 상태 체중이 쭉 유지된다. 들어갈 돈을 헤아려 보면 아득하다.

그러니 웬만하면 그냥 운동을 해서 살을 빼자. 때마침 창에 든 볕이 여간 따뜻한 것이 아니다. 생각하면 삼월이 아니냐. 안 하던 운동에 손댈 결심이 쉽지야 않겠지만, 마음 빼고 다 잘 먹으니 살이 찌는 거다. 괜한 곳에 돈 쓰지 말고 팔다리를 움직여 체중을 줄여보자.

위험하다

여담으로 맨 위 사진처럼 변기 위에 쪼그려 앉는 게 숙변 제거에 좋다는 주장도 있는데, 큰일 낼 소리다. 변기는 도자기다. 사람이 온 무게를 실어 앉으면 깨지기 쉽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이런 사고가 워낙 잦아, 경고문까지 만들어 붙일 정도다.
/인터넷 캡쳐
물론 쪼그려 앉는 게 배변에는 더 좋긴 한데, 그건 사실 ‘변비일 때 일 보기 좋은 자세’다. 항문이 보다 벌어져 변이 나오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숙변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정 이런 자세를 취하고 싶다면, 변기 위에 오르는 대신 발밑에 높은 받침대를 괴는 게 훨씬 안전하다.

문현웅 기자
2017/03/27 10:40 2017/03/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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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체 부위를 일컫는 단어 '배'가 '배짱이 두둑하다.'는 문장에선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어에서도 소장, 대장을 뜻하는 'gut'라는 단어가 용기, 마음이란 의미로도 쓰입니다. 언어 표현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장의 건강이 나빠지면 뇌가 직접 영향을 받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건강라이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설사, 변비 같은 증세가 오랫동안 나타나지만 특별한 이상을 찾아낼 수 없는 질병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한진호/과민성대장증후군 : 병 자체의 고통보다는 어디 갈 때나 버스 동선에도 내려서 갈 만한 화장실, 지하철 화장실 이런 것을 늘 생각하는 게 (힘듭니다.)]

최근엔 이 질병이 대장의 세균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장에는 100조 개, 무게로 1킬로그램이나 되는 여러 세균이 서로 일정 비율씩 균형을 맞춰 살고 있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물론 비만과 당뇨병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연구팀이 쥐의 대장 내 세균의 균형을 2주에 걸쳐 깨뜨려 봤습니다.

세균의 균형이 깨지자 친구 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었고, 먹이를 줬을 때 기뻐하는 반응도 확연히 떨어졌습니다.

쥐의 뇌 특정 부위에서 신경세포도 손상돼 있었습니다.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먹은 음식을 소화시킬 때 독성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물질이 뇌까지 퍼지면서 사교성은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높인다는 설명입니다.

장내 세균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는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합니다.

[한윤대/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 불규칙적이고 때로는 과식을 한다거나 식사를 건너뛴 다거나 이러면 우리 장이 규칙성을 잃어버려서 언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균형을 잃게 됩니다.)]

김치나 청국장 같은 발효 음식에는 장내 세균을 건강하게 하는 물질이 많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 영상편집 : 신호식) 
출처 : SBS 뉴스 /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82930&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2016/07/19 10:23 2016/07/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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