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미학; Shall We Dance ?

 

필자가 90년대초, 처음 대장내시경에 입문할때는 검사 건수도 하루 2-3, 한번 할 때 소요시간도 적어도 30분이 걸렸었고, 대장내시경검사를 한 날 저녁에는 피검자 못지 않게 온몸이 뻐근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근자에 와선, 대장암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필자가 검사하는 날 대장내시경 건수는 보통 25-30건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 다르듯, 대장의 길이나 순응도도 다 달라서 교과서에 나오는 검사 방법과 다른 경우도 있어 가끔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수면내시경이 도입된 데다가, 경험이 쌓이다보니,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 대처 방법이 늘게 되어 이제는 대장내시경은 환자 및 시술자가 다 편안하고, 시간도 5분 내외로 끝나는 비교적 수월한 검사가 되었다.

 

대장내시경을 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은 대장내시경이 ’(특히, 사교 댄스)과 참 흡사하다는 것이다. 춤의 기본이 청결한 몸과 복장이듯이, 대장내시경을 잘 받으려면(또는, 하려면) 기본적으로 장 세척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파트너한테 춤을 신청할 때와 같이 내시경을 삽입할 때는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정중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삽입하면서, 환자한테는 검사 시작함을 알린다. 검사전 직장수지검사를 할 때, 더러 전공의가 환자에게 불필요하게 -‘소리를 내어 보라고 하는데, 입을 벌리는 것과 항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리고 내시경을 삽입한 순간부터는 내시경 화면에만 집중해야한다. 검사 내내 사자의 눈으로이상 유무를 관찰해야하고, 조직검사를 하게 되면, ‘독수리의 발톱으로 떼어 내어야 한다. 춤 출 때도 자기 파트너한테만 신경을 써야 하듯, 검사에 집중하지 않고 검사 도중에 내시경실 직원과 대화하거나 혹은 핸드폰 통화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내시경을 항문에 삽입한 후, 직장-에스자상 결장 접합부까지는 오른손 손가락으로 내시경 축을 잡고, 능동적으로, 부드럽게 진입하는데, 여기서 공기는 최소한으로  넣어야 한다. 춤에서도 리드(lead) 라는 용어가 있다. 리드 할 때에 힘을 주어서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부드럽게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듯이, 내시경을 처음 진입할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전면이 제대로 안보일 때가 있는데, 공기를 송기하지 말고, 내시경을 후퇴시켜서 시야를 확보한다. 이어 밖에 나와 있는 내시경을 검사대 위에 올려놓는데, 장내에서 루프 (loop)를 형성하게되면, 밖에 있는 내시경이 꼬이게 되므로, 밖에서도 장내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초보자들에게 에스자상 결장 부위가 대장내시경검사의 소요 시간과 용이성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부위라고 늘상 강조한다. 이 부위에서 루프가 생기지 않도록 시계 방향으로 회전 운동을 하거나, jiggling을 하면서 장을 직선화시킨다. 춤 출때도 회전을 잘해야 한다. 우회전을 하는 내츄럴 턴 (natural turn), 좌회전은 리버스 턴 (reverse turn)이라는 용어도 있잖은가!

 

하행 결장에 이르면, 필자가 만들어낸 용어인 경환일체’, , 내시경과 환자가 한 몸이 되어야 한다. 춤도 마찬가지다. 파트너와 호흡이 잘 맞아야, 스텝도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상대방 발도 밟지 않게 된다.

이곳에서는 내시경을 무조건 밀어 넣는다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시경에 대장 내강이 끼워지게끔, 공기를 흡인하고 후킹 (hooking)을 하면서, 넣는 것 보다는 뺀다는 생각으로 비장 만곡부에 도달한다. 이 부분에서 초보때에는 에스자상 결장에 루프를 만들어 놓아서, 만곡부 각도가 예각이 된다든지, 점막이 꼬인 모양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때는 다시 후진해서 루프를 풀어야한다. 비장 만곡부를 통과할때면, 내시경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내시경축에 새겨진 길이를 살짝 확인해 보아야하는데, 60cm 전후면 합격이다.

 

횡행 결장에 들어가면, 삼각형의 추벽이 보인다. 이때도 경환일체란 생각으로, 흡기를 하고 jiggling을 하면서, 간 만곡부까지 진입한다. 이때도 춤을 추듯, 강약의 일정한 규칙을 되풀이하는 리듬을 타야 한다. 미처 풀지 못한 루프가 있다면, 횡행 결장에서 해결해야한다. 내시경을 뒤로 길게 빼다보면, 저절로 내강이 앞으로 달려오면서 간 만곡부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횡행 결장에서 루프가 생길 때는 조수로 하여금 복벽을 압박시켜도 도움이 된다.

 

상행 결장에 들어오면, 환자를 우측와위로 돌려 눕히던가, 혹은 단순히 공기 흡기만 해도 맹장 부위까지 저절로 도달할 수 있다. 이때 내시경 길이 표시를 보면 70-80cm 정도를 나타내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 되면 내시경이 직선화되어서 전대장내 들어가 있는 모양이 7자 모양 (figure of seven)이 된다. 회맹판이 직시하에 보이면 쉽게 들어가지만, 잘 안열리고, 통과가 안되는 경우에는, 맹장 바닥에 가서 내강 공기를 흡인하면 회맹판이 열린다. 이떄 화면에 표시된 타임 워치는 대략 5분을 치게 된다.

 

내시경이 들어갈 때 검사 전처치 용액이나 변에 가려져서 병변을 놓칠 수도 있으므로, 뺄 때는 환자의 체위를 넣을 때와 반대편으로 눕혀서, 장내 액체를 이동시키면 작은 병변이라도 덜 놓치게 된다. 직장까지 뺀 후에는 직장, 에스자상 결장에 병변이 가장 많으므로, 다시 하행 결장 원위부까지 재삽입해서 빼면서 한번 더 관찰한다. 이때는 공기를 최대한 흡인해서 환자가 검사후 가스 때문에 느낄 불편감을 최소화한다.

우리나라 최근 통계에서 대장암은 발생 빈도와 암사망률에서 3위로 올라섰다. 검진 목적으로 50세 이상에서 5년 간격으로,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으면 40세부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라쿰파
르시타 혹은 ‘King & I’의 주제곡을 틀고, 즐겁게 춤 한번 출까요? “Shall we dance ?”

 


2011/02/10 14:17 2011/02/10 14:17

한국가구박물관에 다녀와서


                                                                                           박효진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맛이 나고, 안이 깊어 닿는 데가 없는 바하의 음악처럼, 지난 주말 다녀온 한국가구 박물관은 생각할수록 그 곳에서 느꼈던 감흥이 되살아나고, 그 느낌을 제대로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스럽기도 하다. 몹시도 추웠던 겨울 주말 오후,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찾아가지도 못할 성북동 고갯길을 구불구불 돌아, 널찍한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목조 대문에 들어서서, 차가운 공기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이리 오너라~!”라고 외치기도 전에, 어느 새 큐레이터가 반갑게 맞이 한다. 대기실겸 다실로 사용하는 궁채에서 투어는 시작된다. 앞마당에 흰 눈 덮힌 흙들이 얼기와 녹기를 거듭한 14년동안 수많은 기둥과 기와를 옮겨와 한옥 열채를 재건축하면서 흘렸던 집주인의 땀과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안방, 사랑방은 서서 지나가며 스치는 곳이 아닌지라,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고, 창가에 들어 앉은 문갑에 팔을 기대어 바깥을 내다 본다. 창문을 열면, 남산 언덕의 완만한 능선이 맑은 하늘을 가로 지르며, 평온한 느낌으로 가득 들어온다. 그 느낌은 밤낮으로, 계절에 따라 달라질 것을 생각하니,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가 경외스럽기만 하다.

 

청산유수 설명도 잘 하는, 착하게 생긴 큐레이터를 따라 내이와도 같은 복잡하고 좁은 통로를 따라가니, 방 하나하나 의미가 있고 새롭다. 출구는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입구라는 것처럼, 낯 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함, , , 반닫이, 서안, 소반, 약장, 그리고 뒤주 등 500여점의 다양한 종류의 가구들을 만나니, 다음 코너를 향한 통로를 지나는 짧은 순간에도 기대감과 호기심이 생긴다.

 

유리창에 갇힌 가구가 아니라, 제 위치에 자리 잡은 가구들은, 먹감나무, 단풍나무, 오동나무, 그리고 소나무 등 각종의 재질에 따라, 세월의 때를 입고,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나이테 무늬로 영원한 존재감으로 다가선다. 중국이나 서양 가구처럼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문양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함께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가구의 직선은 딱딱하지도 않고, 나비 모양한 경첩의 곡선은 가볍지도 않다.

 

옛글에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란 말이 있듯, 다양한 가구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우리 옛가구는 아직까지 살아있고, 숨쉬는 생명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11/01/24 15:00 2011/01/24 15:00

눈 오기 직전

                                   박효진


눈 오기 직전 뿌연 회색빛 하늘

겨울눈이 귀한 고향의 어릴 적엔 ,

몽실몽실 눈송이 쏟아질 하늘을 기대하며

가슴에 품었던 설레임.

 

눈 오기 직전 꾸물꾸물한 하늘.

무슨 말을 하고픈 듯

잔뜩 찌푸린 사람이 연상되며

흩날리는 싸락눈이라도 반가워했던

그 시절 동심,

그리고 그리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0/12/30 11:34 2010/12/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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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광장 [건강하게 삽시다] 변비편에 대장암 클리닉 팀장님이신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님께서 출연하셨습니다.

KBS뉴스광장 [건강하게 삽시다} 바로 가기
2010/12/08 12:37 2010/12/08 12:37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박효진      

 

장롱에서 해묵은 두터운 옷을 꺼내입고

아직은 어색한 성탄절 장식 불빛들이 비춰지는 거리에서

고독한 그림자 길게 끌고 싶다.

 

우연히 들른 육교밑 책방 구석진 書架에서

자연과 영혼을 주제로한  무명 작가의 수필집을 고르고 싶다.

 

各色의 네온사인 사이로 검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어느 단골 레스토랑에서

오랜 친구와

조금은 덜익은 스테이크에 붉은 포도주를 어울리고 싶다.

 

레스토랑 벽에 걸린 마지막 한장 남은 달력을 쳐다보며

내일은 첫눈이 내릴거라는 일기예보를 듣고싶다.

 

가끔은 日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집 근처 조그마한 카페에서 드뷔시의바다를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지난 여름 바다의 은빛 물비늘을 떠올리며

삶의 旅程의 詩를 쓰고 싶다.

2010/12/01 10:25 2010/12/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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