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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신규 발생 줄고 대장암 급증
육류 섭취 줄이고 섬유질 먹어야


일반적으로 암이라고 하면 ‘위암’을 떠올리게 됩니다. 남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암 1위를 줄곧 놓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성에서도 4위로, 다른 암과 비교해 환자 수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국가 암 등록사업의 1999~2013년 암 발생기록과 통계청의 1993~2014년 암 사망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순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올해 남성 대장암 신규 환자 예측치는 2만 3406명으로, 남성 위암 신규 환자 수(2만 3355명)를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여성에서는 이미 대장암이 위암을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여성 대장암 신규 환자 예측치는 1만 4562명으로 3위, 위암은 1만 976명으로 4위입니다.

대장암은 보통 ‘서구형 암’으로 불립니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구권에서 환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말도 앞으로는 ‘한국형 암’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팀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명당 45.0명으로 조사 대상 18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각국의 통계를 표준화해 분석한 결과 한국 다음으로는 슬로바키아(42.7명), 헝가리(42.3명), 덴마크(40.5명), 네덜란드(40.2명), 체코·노르웨이(38.9명) 등으로 서구권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 평균은 17.2명, 아시아 국가 평균은 13.7명입니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도 대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서구식 식습관에 이제는 ‘한국형 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장으로 대장암 수술 권위자인 김남규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는 1일 인터뷰에서 ‘서구식 식습관 확산’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1990년대 1인당 하루 육류 섭취량은 50g 수준이었지만, 2010년에는 100g으로 두 배로 늘었습니다. 위암은 냉장고 보급과 소금 섭취 감소로 발병률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위암의 중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도 음식 덜어 먹기, 술잔 돌리지 않기, 물 끓여 먹기 등 생활습관 변화로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대장암이 남성에서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여성에서는 이미 3~4년 전 위암을 제치고 대장암이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30년 전부터 누적된 서구식 식생활 패턴, 비만 인구 증가가 종합돼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같은 나라는 아시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문화를 먼저 받아들이고 비만 인구가 늘면서 우리보다 앞서 대장암 환자가 위암 환자보다 많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육류·과식 줄이기… 실천이 어렵다

환자 증가세를 우려한 학계도 나섰습니다. 대한암예방학회는 지난달 ‘한국형 대장암 예방수칙’ 10가지를 공개했습니다. 첫 번째가 과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백미나 흰 빵 대신 잡곡밥과 통밀빵을 먹고 채소나 해조류, 버섯 섭취량을 늘리라고 했습니다. 반대로 소고기나 돼지고기, 햄·베이컨·소시지 등의 육가공식품 섭취는 줄여야 합니다. 숯불에 굽거나 탄 고기, 음주를 피하고 운동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심혈관 질환 예방수칙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실천이 어려운 것입니다.

대장암 명의로 알려진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은 “육류 섭취가 많고 섬유질 섭취가 적은 사람들이 문제”라며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집 안에서 누워 지내기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대장암에 취약하다”고 말했습니다. 과하게 굽거나 탄 고기에서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옵니다. 동물성 지방도 담즙산 분비를 늘려 2차 담즙산이 생성되게 하고 이것이 대장암 발병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육류는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육류 섭취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더 위험한 행동입니다. 김 교수는 “암 진단을 받자마자 육류 섭취를 딱 끊는 분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항암치료를 버텨 내지 못한다”며 “닭고기나 생선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장암과 위암 환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암 환자는 병원에서 처음 진단받을 당시 1기 환자가 74.5%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반면 대장암 환자는 전이암인 3기가 36.3%로 가장 많았고 4기(14.1%) 환자까지 합하면 3기 이상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5년 이상 생존율이 90% 이상인 1기 환자는 21.2%, 즉 5명 중 1명에 그쳤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내시경 수검률’입니다. 김 교수는 “위암 검진률은 50%에 육박한 반면, 대장암은 27% 수준에 그친다”며 “대장 세척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1㎝ 이상 용종 1년마다 내시경해야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출혈을 대변에서 살피는 ‘분변잠혈검사’ 시작 연령을 기존 50세에서 지난해 45세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귀찮다고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나 형제 가운데 55세 이전에 암이 발병했거나 연령과 관계없이 두 명 이상에서 암이 발병했다면 40세부터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가족 발병 연령이 55세 이상이라면 본인은 50세부터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김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상 선종성 용종이 발견됐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크기가 1㎝ 미만이면 절제 후 3년마다, 1㎝ 이상이나 다발성이면 절제 후 1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체 대장암 환자 중 유전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15~3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암으로 진단받았다고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내 대장암 환자 5년 이상 생존율은 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보다 높습니다. 외과적 치료 성과가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라는 의미입니다. 폐나 간 전이가 일어나도 5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25~40%에 달합니다. 김 교수는 “더이상의 치료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환자 스스로 오판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식품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대장암은 수술 후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으로, 3375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수술 후 5년 이상 생존율이 1기는 95%, 2기 87%, 3기 69%로 나타났다”며 “심지어 수술 당시 전이가 있었던 4기 환자도 종양을 완전히 제거할 경우 5년 이상 생존율이 47%에 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6/05/02 16:47 2016/05/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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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암도 마찬가지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가 1만879명을 건강검진해보니 1.4%에 해당하는 149명이 암진단을 받았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은 40대 0.5%, 50대 1.8%, 60대 3.0%, 70대 이상 5.4%로 나타났다. 여성은 40대 1.1%, 50대 1.4%, 60대 2.3%, 70대 이상 3.1%에서 암이 진단됐다.

정부가 암발생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암 경험자는 총 123만4879명으로 전체 인구 41명당 1명이 암에 걸렸다. 특히 65세 이상 암경험자는 48만9080명이며 65세 이상 전체 인구(575만9795명)의 8.5%에 해당한다. 남자는 9명당 1명, 여자는 16명당 1명꼴로 암에 걸렸다. 주요 암종별 연령별 발생률을 분석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44세까지는 갑상선암이, 50~74세까지는 위암이, 75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여자의 경우 60세까지는 갑상선암이, 70~84세는 대장암이, 85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처럼 고령의 나이에 건강검진을 하면 암 발견 가능성이 높다. 암이 발견되면 수술,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암을 치료해도 다른 질환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암환자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완치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암 치료 과정에서 고생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낭비만 하고 사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80대 안팎의 연로하신 부모님을 두고 있는 자녀는 부모님이 암 진단을 받으면 '고생이 되더라도 암 치료를 해야 한다'와 '품위 있게 생활하시다가 그대로 자연사하시는 게 좋다'는 양자택일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노인 암검진 가이드라인이 최근 공개됐다. 5일 국립암센터와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암별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한 연령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위암의 경우 40~74세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위내시경을 이용한 검진을 2년 간격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위장 조영촬영은 개인별 위험도와 수검자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렇다면 특별한 위암 증상이 없는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이드라인은 85세 이상은 위암 검진을 하지 말 것을 명확히 했지만 75~84세에 대해서는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 데 무게중심을 둔 다소 모호한 지침을 제시했다. 이 연령대에서는 위암 검진의 이득과 위해의 크기를 비교 평가할 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즉, 검진을 해도 사망률 감소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75~85세 노인은 여러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암 검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면서 "현재로서는 위암 검진이 주는 이득이 크다고 볼 만한 연구 데이터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장암 가이드라인은 45~80세에서 분변잠혈검사를 1년 또는 2년 주기로 받도록 권고했다. 이처럼 정해진 것은 국내 대장암이 남자는 40대 중반, 여자는 50대에 증가하기 시작해 75세 이상에서도 남녀 모두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특히 올해는 대장암 발생과 사망자 수가 위암을 넘어설 전망이다. 김현수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대장암 진단을 위해 80세 이하 연령대에서는 분변 검사를 하고, 추가적인 대장내시경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81세 이상 노인은 분변을 이용한 대장암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40~69세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검진을 2년 간격으로 시행하라고 가이드라인은 권고했다. 70세 이상의 여성은 굳이 유방암 검진을 선별검사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었다.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일반 인구집단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2년 주기의 유방촬영술이 유방암 사망률을 19%가량 감소시키는 이득이 관찰됐지만 30~39세, 70세 이상에서는 각각 근거 부족과 적은 수준의 이득을 보였다"고 가이드라인 설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2015/10/06 14:17 2015/10/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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