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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팀 의뢰로 토막글을 보냈다.
어디 드라마에서 남성 유방암이 나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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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3 18:40 2016/09/03 18:40
나 보고 유방암이 아닌 유방에 생기는 병 중 괴질 3개를 꼽으라면

1. 만성 육아종성 유방염 (Granulomatous mastitis)
2. 락티페로스 관의 편평 화생 (Squamous Metaplasia Of Lactiferous Duct, SMOLD, Zuska's disease)
3. 가성혈관성 기질 증식증 (Pseudoangiomatous stromal hyperplasia, PASH)
 
를 들겠다.

1번은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다.
1번과 2번은 재발을 잘하는 염증성 병변이라는 비슷한 점이 있으나, 현미경으로 조직을 봤을 때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2번의 경우 담배나 함몰유두 같이 자극을 주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 아직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1번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3번은 그냥 유방혹을 조직검사 했는데, 우연히 나오는 경우가 있고, 대부분 양성의 경과를 보인다.(예후가 나쁘지 않다). 간혹 크기가 엄청 큰 혹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광범위한 수술적 제거가 필요하다. 사이즈가 작고 우연히 절제후 발견되는 경우는 보통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크기가 큰 종양의 경우는 절제후 가슴 모양의 변형이 생긴다. (가슴 모양이 찌그러진다.) 이 경우 추가적인 재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요즘 어떤 원인인지 이 3대 괴질로 치료 중인 환자 분들의 방문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병원이 새로 지어져서 환자가 많이 의뢰되어서 그런지, 계절의 영향을 받아 세균감염이나 염증이 더 심해져서 그런지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일단 이런 환자가 오면 치료하는 나야 경험이 있으니 대강 경과가 예상되지만, 상처가 잘 안낫고, 낫더라도 잘 재발하고, 커진 혹을 제거하고 나서 꺼지는 유방 모양등을 생각하면 당하는 환자 입장에선 매우 당혹스럽다. 특히 침생검에서 진단이 안되고 수술적 절제후 진단이 되는 경우는 수술 하기 전에 이런 점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으므로 수술이 잘 못되어 이렇게 된게 아니냐는 원망아닌 원망을 간혹 듣기도 한다. 시간이야 많다면 차근히 병에대해서 설명하면 좋겠으나 외래 시간이 제한된 탓에 그러지 못하는 점도 그런 불만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치료하기가 쉽진 않지만, 아직까지 이 3대장이 유방암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어 불행 중 다행이다. 연구자로써 이런 병에 대해서 연구가 필요다는 생각이 있다. 하나, 연구가 썩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1. 빈도가 너무 낮고, 2.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병 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런 병을 가진 환자분들이 비교적 낙천적이면,의사로서 고맙기도 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말을 많이 건낼 수 있어 환자-의사 관계가 좋게 치료를 이끌어 갈 수 있지만, 병에 대해 인식이 부족해 의료진에 불신을 가지고 비관적이 되면 안그래도 기간이 긴 치료를 끌고가기가 쉽지 않게 된다. 보통 이런 환자분들이 치료 과정 중 여러 번 병원을 옮기게 된다. 환자분들이 긴 치료기간과 반복적인 재발로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가 많을 텐데, 이 병들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병이 아니니, 불편하고 귀찮고, 속상하더라도 낙천적으로 맘을 먹고 치료에 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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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3 18:38 2016/09/03 18:38
의사의 친절한 한마디가 환자를 움직이게 한다. 환자에게는 실력있는 의사도 중요하겠지만, 친절함도 꽤 중요하다. 친절도 의사의 실력에 포함되냐 선뜻 대답하기 안되냐는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중요한 덕목인 건 분명할 듯.

그런데 나는 친절한 의사인가? 친절하게 한마디를 건내는 의사인가? 아무리 물어봐도 아주 친절한 의사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라고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30년 정도 부산에서 자라고 살았음) 자기 합리화를 하긴 하지만,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는 건 인정해야할 듯. 그렇다고해서 가식적이 되고 싶진 않은데, 가식적인 친절을 베푸는 사람보다 천성이 친절한 사람이 부럽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이미 불혹을 넘었는데, 실현 가능...?).

가끔은 가식적인 친절도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 보다는 진정 맘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그런 사람이 주위에 존재할까? 생각해 보니 극소수의 몇 명이 있긴 하다. 내가 아는 가장 친절한 사람은 부천 순천향 병원에 있는 현종이 형일 것 같다. 그 형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학창 시절 같이 사랑방에서 살았던 몇 년동안 이 형은 왜 화를 내지 않을까? 왜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늘 나에게는 미스테리였다. 현종이 형 잘 지내죠? 나는 이전 보다는 나이가 들어 조금 철이 든 것 같은데(정말?) 아직도 형에 비하면 먼 것 같아요. 담에 한번 본다 본다 하면서 그러지 못하네요. 진짜 한번 봐야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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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께, 간혹 무뚝뚝한 제 인상에 놀라지 마세요. 혹시라도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죄송해요.
진료 중에 일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그늘이 지기도 하고, 상냥하게 말한마디 전하는 것도 외래시간에 쫓겨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의사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저에게 온 환자라는 점을 기억하며 늘 진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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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8 23:32 2016/07/08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