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간질환자의 희망, 소아청소년과 김흥동 교수

만족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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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신경 환자의 치료는 의사와 부모의 공동 작업이라는 게 김흥동 교수의 지론이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의사와 기쁜 마음과 확신을 가지고 자녀를 돕는 부모의 노력이 만날 때 최상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어린 친구들을 상대해서일까? 인상은 부드러웠고 음성은 나지막했다. 전문분야인 소아신경계질환으로 이야기가 접어들어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힘을 모아서 극적인 치료성과를 끌어낸 경험을 말할 때조차 낯빛이 환해지는 게 전부였다. 음성에 금속성이 실리기 시작한 건 발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의 아픔에 이르면서부터였다. 톤은 변하지 않았지만 느낌은 확연히 달라졌다. 소아간질 치료에 한 획을 그었으며, 최근 5년 동안 40여 편의 소아간질 관련 SCI 논문을 발표했고, <마르퀴즈 후즈 후> 인명사전에 3년 연속 등재된 전문가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Q.대단히 드문 병을 전문분야로 택하셨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어느 개그맨이라면, “그래서 살림살이 나아지시겠습니까?”라고 물었을 것 같은데요?

다들 소아간질을 아주 드문 병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많게는 어린이의 1퍼센트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입니다. 간질은 뇌신경세포의 전기에너지 조절에 이상이 생겨서 일어나는데, 온몸을 떠는 대발작에서부터 정신만 살짝 잃게 되는 비경련성 발작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또 역사도 깊어서 히포크라테스가 활동한 시대부터 있던, 인류와 아주 친숙한 병이기도 합니다.


Q.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정신을 잃는다면 어린 환자는 물론이고 부모의 충격과 고통이 말도 못하게 크겠군요.


그렇습니다. 환자는 신체적인 고통 외에도 심리적인 중압감에 시달립니다. 사회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심각한 타격을 받습니다. 사고 위험도 커서 수영장이나 대중탕에서 익사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 역시 놀라서 허둥대기 십상입니다.
  

대책은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뿐입니다. 뇌파를 검사해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예후가 어떻게 될지 판단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환자의 80퍼센트는 약으로 통제가 가능합니다. 나머지 난치성 간질 가운데서도 절반 정도는 수술이나 식이 조절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Q.식이요법만으로 간질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하루 정도 탄수화물 공급을 끊으면 인체는 당 대신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게 되는데, 그때 뇌세포가 훨씬 활성화되고 비정상적인 활동이 억제됩니다.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진 이 사실을 발전시켜서 체계를 세우고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킨 게 케톤생성 식이요법입니다. 국내에서는 우리 팀에 의해서 1995년부터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고, 2-3일간 금식을 시키고 시작하는 기존의 방식을 개선해, 금식 기간 없이 바로 시작하는 방법이 2004년 우리가 보고한 이래로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쉽게 치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바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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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그밖에도 교수님의 연구 뒤에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게 많더군요.


사립체세포병증이 여러 종류 간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고, 케톤생성 식이요법은 사립체질환에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기도 했습니다. 간질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수술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걸로 알려져 있었지만, 저희가 27케이스를 연구해서 금년 1월에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투자가 현저하게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주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건 연구진의 지극한 헌신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저만 아니라 대다수 연구자들이 다 그렇게 삽니다.


Q.치료효과가 얼마나 탁월하기에 세계가 이처럼 주목하는 걸까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발작을 일으킨 여자아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케톤요법을 써보자는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치료법이라 두려워했었죠. 다른 병원들을 전전하는 동안 아이의 증상은 차츰 심해졌습니다. 결국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아빠, 엄마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됐습니다. 마침내 부모는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성과는 매우 극적이었습니다. 2-3개월 만에 말문이 다시 트였습니다. 한 해 뒤에는 완전히 정상을 되찾고 전교에서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 됐습니다. 이 환자를 계기로 케톤요법이 사립체질환에 효과적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Q.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이, 그것도 신경계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을 돌보며 달려오셨습니다. 이 분야의 어떤 점에 끌리셨습니까?


아이들이 좋았습니다. 적절한 치료만 해주면 치료효과가 눈에 보일 만큼 두드러지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치명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경학이 매력적이었고요. 이 분야의 개척자 가운데 한 분인 고창준 선생님의 권유와 선친의 삶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950년에 세브란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평생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의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가르치셨고, 스스로 그렇게 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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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목적지에 거의 다 오셨습니까, 아니면 아직도 한참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도 치료가 되지 않는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백퍼센트까지는 어려워도 최소한의 요건을 채울 정도는 되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면 두 가지 영역에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간질의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는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환자가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똑똑하지 않아도, 장애가 있어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여태껏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목적지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2011/10/14 14:08 2011/10/14 14:08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화이자제약은 '제9회 화이자의학상' 기초의학상 수상자로 김우현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생화학교실 교수를, 임상의학상에 김흥동 연세대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를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우현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에 의한 정자 운동성 활성화에 필요한 프로스타솜 유래 칼슘 신호전달물질'이라는 논문으로 이번 상을 받았습니다.

또 김흥동 교수는 '레녹스가스토증후군에 대한 간질 발생 병소 절제 수술'이라는 논문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2일 오후 6시,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각 수상자에게는 3천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됩니다.

한편, 화이자의학상은 인류의 질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 업적을 낸 연구자를 격려하기 위해 1999년에 제정됐습니다.




 

2011/10/10 14:36 2011/10/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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