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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이런 음악


음악은 늘 우리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준다. 추억의 어느 순간이나 상상하고 싶은 저 먼 곳 어딘가로. 지친 마음을 도닥이고 싶을 때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다독다독 마음을 위로하는 가사와 가만히 귀 기울이고 싶은 멜로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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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은 그 자체로 ‘쉼’이 된다

2019년은 이전과는 조금은 그러나 분명히 다른 해가 되었다. 특히 주말이 달라졌는데 이전에는 토요일만 되면 일요일까지 짧은 여행을 다니거나 종일 돌아다니곤 했다. 올해는 비록 몇 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그냥 집에 머물면서 음악을 듣고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그게 꽤 괜찮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낸 후의 토요일 오전. 느긋하게 침대에서 일어날 때의 그 감각이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3시쯤 커피를 내리다가 창밖 건물 모서리에 가까스로 걸린 해를 보면서 ‘어머, 이제 겨우 오후 3시잖아?’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문득 휴식이라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닐까’ 하고 깨닫게 된다. 분주하고 정신없는 중에 문득 멈춰서 한숨 돌리는 것. 잠깐 쉬는 것. 그건 특별히 따로 시간을 빼야 가능한 게 아니라 그저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노래들을 바로 지금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다. 여기엔 낯선 노래들도 있고 익숙한 이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망설이지 말기를. 모두가 좋을 테니까. 그러니까 저기요 잠깐만요. 한 10분 정도만 이 노래들을 함께 들어요.


휴식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

나이트오프의 ‘ 잠 ’
‘나이트오프’는 2000년대 초반, 미니홈피의 BGM으로도 유명했던 ‘못(MOT)’의 이이언, 그리고 한국 인디 음악 역사에 한 페이지를 적은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였던 이능룡이 손을 잡은 프로젝트 팀이다. 유려한 기타와 날카로운 가사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곡으로 특히 일상의 한 조각을 음악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다.


민수의 ‘ 섬 ’
이 노래는 첫 가사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지만 아름답고 몽롱한 휴가 상태를 느끼게 하는 노래를 만든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섬으로 가요 둘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시간이 멈출 것 같은 곳으로 가요. 별거 없어도 돼요. 준비하지 말고요. 아무 걱정 없는 상태가 되면 좋겠어요.”


Bright Eyes 의 ‘First Day Of My Life ’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브라이트 아이즈’는 2000년대 초반의 어쿠스틱 인디 팝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 곡은 특히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데 다양한 커플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사랑에 빠진 모습을 담담히 렌즈에 담아낸다. 그게 전부지만 그 울림은 어떤 영상이나 음악보다 강렬하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습니까?


Aretha Franklin 의 ‘A Brand New Me’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는 늘 다른 세상의 이미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이 목소리를 ‘영혼이 느껴지는 소울풀한 소리’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된달까. 오래된 코트, 오래된 신발을 신은 내가 누군가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는 내용의 노래, 휴식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가벼운 우울을 즐기는 당신에게

여행스케치의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어’
많은 사람이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사랑하지만, 개인적으론 두 번째 앨범의 이 곡을 최고로 꼽고 싶다. ‘여행’을 테마로 삼은 이들의 노래답게 기차 소리로 시작되면서 그리움과 슬픔의 감각을 재현한다. 심란한 마음으로 훌쩍 기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면 더더욱 특별하게 들릴 곡이 아닐까.


김동률의 ‘노래’
김동률이 서동욱과 함께 결성한 ‘전람회’는 1993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과 특별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원래 ‘특별상’은 없었지만 심사위원들이 대상만 줄 수 없다는 이유로 급조한 상이었다. 그렇게 김동률은 서정적인 발라드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런 그가 2018년, 무척 오랜만에 발표한 싱글. 1년 전에 발표한 <답장> 의 후속곡이기도 하다.

장필순의 ‘저녁 바다’
1980년대 중반부터 활동한 장필순의 최근 곡. 2015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소길화’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발표한 싱글 중의 하나. 이적, 조동희, 배영길, 이상순, 이경 등의 음악 동료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제주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곡이다.

정준일의 ‘안아줘’
밴드 ‘메이트’의 활동을 벗어난 정준일이 처음 선보인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 이 노래는 특히 ‘목소리만으로 오롯이 감동을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을 고스란히 반영하는데,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솟아오르는 고음이 독특하게 슬프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한 숨 돌리고 싶은 당신에게

9와 숫자들의 ‘평정심’
들으면 들을수록 되새기게 되는 ‘9와 숫자들’의 노랫말. “아침엔 기쁨을 보았어,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도 없이 스치고. 분노와 허탈함은 내가 너무 좋다며 돌아오는 길 내내 떠날 줄을 몰라. 평정심. 찾아 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뒤섞인 감정의 정처를 나는 알지 못해. 비틀비틀 비틀비틀 비틀거리네.” 그러니까 평정심이란 한숨 돌리며 쉬는 데에 꼭 필요한 감각이 아닐까.

The Innocence Mission의 ‘500 Miles’
‘피터 폴 앤드 메리’가 부른 원곡을 나긋하고 안락한 분위기로 재해석한 곡. ‘이노센스 미션’은 카렌 페리스와 돈 페리스 부부가 결성한 밴드로 처음에는 CCM 그룹으로 출발했으나 아름다운 멜로디와 음색으로 보편적인 인기를 누리는 팀이 되었다. 500마일은 804km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거리기도 하다. 서울과 부산 사이의 거리가 390km니까 2배가 넘는 거리이다.

조규찬의 ‘무지개’
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무지개’라는 곡으로 금상(그해 대상은 없었다)을 수상한 조규찬의 데뷔곡.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가 떠오르는 곡으로 지금 여기의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멀리 떠나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한 여름날 소나기를 흠뻑 맞은 아이들의 모습에 살며시 미소를 띄워 보내고⋯” 하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는 곡이다.

악동뮤지션(AKMU)의 ‘오랜 날 오랜 밤 ’
사실 굉장히 유명한 곡이지만,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사춘기> 란 제목인데, 그 제목 그대로 우리가 한 번은 거쳐온 시간을 되짚어가면서 무르익는 감정이 담겨 있다. 일기장에 썼던 ‘오늘의 기억해야 할 일’이 떠오르는 노래.

차우진(음악평론가)


2019/04/01 11:19 2019/04/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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