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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의 기적, 캥거루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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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임주희 교수


인큐베이터를 떠나 엄마 품으로 돌아온 아기
매년 10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캥거루 케어 데이’를 맞아 특별한 꼬마 손님들이 찾아온다. 엄마의 손을 잡고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들에게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태어남의 축복을 함께한 고향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아기를 품에 안고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던 산모들에게는 더욱 감회가 클 수밖에 없다.
보통 이른둥이로 태어나 세상의 빛을 일찍 보게 된 아기들은 엄마의 품을 떠나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인큐베이터 안에서 오랜 시간 홀로 치료를 이겨내야 한다.
더 품어주지 못해 미안하기만 한 엄마는 짧은 면회 시간에 인큐베이터에서 힘겹게 치료를 감당하는 아기를 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이런 안타까운 엄마의 마음을 담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2012년 10월부터 캥거루 케어를 시작했다.
“캥거루 케어란 이른둥이를 인큐베이터 밖으로 꺼내 배주머니 속에 새끼를 보듬고 키우는 캥거루처럼 산모와 아기가 피부를 맞대고 안음으로써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보조적 치료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아기의 체온이 유지되고 산모와 아기 모두가 정서적.육체적으로 안정을 얻게 되죠. 1978년 의료 환경이 열악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이른둥이를 돌보는 방법으로 처음 시작된 후 현재는 국내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이른둥이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캥거루 케어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협소한 공간과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진들은 캥거루 케어야말로 세상이 궁금해 조금 일찍 나온 이른둥이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2012년 처음 27주의 쌍둥이에게 캥거루 케어를 시작한 이후 2017년까지 513명, 6,570회 이상의 케어를 통해 이른둥이들이 엄마의 체온과 심장소리를 직접 느꼈다. 효과는 놀라웠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이른둥이들은 입원 기간이 평균 84.2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이른둥이들보다 14.3일 더 짧았다. 체중도 평균 160g 높았으며 패혈증, 저체온증이 단 한 명의 아이에게서도 발생하지 않았다.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듯 캥거루 케어는 이른둥이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고 심각한 감염과 패혈증, 저체온증, 하기도 감염의 발생 빈도를 줄여줍니다. 또한 아기의 체중을 늘리고 키를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이죠. 산모와 아기의 애착 관계 형성에도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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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온기
임주희 교수는 캥거루 케어는 ‘신생아와 부모 사이에 서로를 자각하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캥거루 케어를 시행한 아기는 신생아기 이후에도 엄마와의 애착이 증가 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보고가 많다. 산모들은 아기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면 자책감과 상실감에 빠지기 쉽다. 또 아기와의 분리로 인한 불안과 낮은 애착,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캥거루 케어는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함으로써 아기와 엄마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동시에 줄여준다. 캥거루 케어의 또 다른 장점은 아기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집에서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른둥이가 아닌 정상아기의 경우에도 캥거루 케어를 시행했을 때 아기의 성장과 감수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가정에서 캥거루 케어를 시행할 때는 우선 아빠나 엄마가 편안한 의자에 앉은 채로 앞섬을 풀어줍니다. 그다음 기저귀와 모자만 착용한 아기의 앞가슴과 복부가 최대한 부모에게 닿게 수직 위치로 안아줍니다. 아기가 작을 때는 엄마 품에 품어주는 단순한 방법으로 실시하지만 아기가 자라면 신체접촉 방식을 바꾸면서 아기와 소통하는 것도 캥거루 케어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죠. 아기가 자랄수록 해줄 수 있는 접촉도 다양해집니다. 가령 아기가 걷기 전까지는 많이 안아주고 잘 먹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성장하면 손을 잡고 걷거나 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신체접촉이 더해지죠. 이를 통해 아기와 부모가 애착을 쌓고 교감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 스킨십이 캥거루 케어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요. 아마 이런 행위들은 의학적인 부분을 넘어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은 모든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캥거루 케어
태어남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이른둥이들을 임주희 교수 역시 부모의 마음으로 품어왔다.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 신생아집중치료실을 거쳐간 모든 아기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소생술을 받으며 힘겹게 태어난 이른둥이들이 기도삽관을 제거하고 양압기를 한 채로 엄마 품에 안길 때는 의료진들도 감동해 눈물짓곤 한다. 아기들은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캥거루 케어를 시작하며 울기만 하던 산모가 점차 기력을 되찾을 때도 마찬가지. 마침내 케어를 마치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들이 건강하게 퇴원할 때는 치료를 잘 따라와준 아기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저희가 늘 산모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아기를 믿으시라는 말이죠. 이른둥이, 저체중아, 아픈 아기들의 부모님은 스스로 더 품어주지 못해서라거나 본인이 무엇인가 잘못해서 아기가 아프다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로 인한 우울감과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하시죠. 하지만 아기들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아기를 믿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응원해주세요. 우리 아기들은 할 수 있습니다.”
임주희 교수는 가족의 격려와 엄마의 응원 덕에 씩씩하게 치료를 견뎌내는 아기들을 위해 신생아 분야 치료 연구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최신 지견이 빠르게 변화하는 신생아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한편 아기가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하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이뿐만 아니라 나름의 연구 영역을 개척하여 더 심도 있는 학문적 소양을 쌓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캥거루 케어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아이들을 보며 누군가는 이를 ‘엄마 품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저 체온을 맞대고 서로의 심장소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 놀라운 생명의 기적이 매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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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경 사진 안용길



2019/07/12 10:52 2019/07/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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