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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 숨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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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재활센터 최원아 교수>

알 수 없는 이유로 찾아오는 루게릭병

매년 SNS를 통해 확산되는 스타들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화제되곤 한다. 2014년 여름 미국에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쓴 뒤, 세 명을 지목해 “24시간 안에 이 도전을 받아들여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루게릭병 단체에 기부하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확산되어 왔다. 스타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이유는 서서히 근육이 마비되어 마치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근육이 수축하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 병의 치료와 연구에 관심과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루게릭병은 매년 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며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는 세계 전체 인구 중 10만 명당 4명에서 8명꼴이다. 대부분 50대 이상의 남성에게서 쉽게 발견되지만 30대에도 발병할 수 있으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남녀 비는 1.3:1 수준으로 남성의 발병률이 좀 더 높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2,500명의 환자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루게릭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를 찾는다.

“루게릭병이 발병하면 근육의 힘이 조금씩 약해지고 근육 위축이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첫 증상으로 팔이나 다리 등의 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느껴 병원을 방문합니다. 혹은 먹고 말하는 데 관여하는 연수근(혀와 목 근육)이 약해져 발음이 어둔해지거나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 병원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약 30%에서 팔 근육, 30%에서 다리 근육, 25%에서는 연수 근육의 약화가 초기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병이 진행될수록 사지 근육의 약화가 진행되어 운동장애, 연수근의 마비로 인한 의사소통의 장애 및 삼킴 장애, 호흡근의 마비로 인한 호흡 장애 등이 몇 년간에 걸쳐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병의 말기까지 안구운동 장애나 방광 장애, 감각 장애 등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 치매가 동반되는 5%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유지됩니다. 즉 의식 아니 판단력이 또렷하기 때문에 환자본인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질환입니다.”

루게릭병을 비롯해 다양한 호흡재활 환자들을 담당해온 최원아 교수에게 호흡재활병동은 직장이라기보다는 집에 가깝다. 환자를 돌보느라 워낙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는 이유도 있지만,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오랜 시간 마주하며 병세를 살펴온 환자들이 이웃처럼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은 어찌 보면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루게릭병에 걸리면 5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관리를 잘하면 10년은 기본이고 그 이상 생존하시는 분이 많아요. 꾸준한 치료와 재활훈련 등의 의학적 도움과 사회적 지원시스템이 있다면 안정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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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재활로 삶의 질을 높이다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다. 이 질환은 뇌, 뇌간, 척수에 존재하는 운동신경원이 퇴행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로 인해 운동신경의 자극을 받지 못한 근육들이 쇠약해지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호흡근이 마비되어 호흡 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감각신경이나 자율신경 등은 침범되지 않아 촉감을 느끼거나 사고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정신은 살아있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는 병, 루게릭병 환자들이 스스로를 ‘육체 안에 정신이 갇혔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이렇다 할 치료법 또한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에서는 호흡부전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호흡재활 치료를 통해 편안한 호흡을 유도한다.

“루게릭병을 완치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병의 진행 과정에서 환자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관리 방법이 있습니다.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관절 운동을 통해 근력 약화를 지연시키고 안구 인식 센서를 통해 눈동자나 눈꺼풀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안구 마우스, 이마나 안경 등에 작은 센서스티커를 부착하여 미세한 움직임을 인식하는 헤드마우스를 통해 눈동자의 움직임만 가능할 때까지도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FDA 치료제인 ‘리루졸’이나 항콜린성 약물, 비타민 E 등도 도움이 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루게릭병은 쉽게 포기해야 할 두려운 질병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병이라고 최원아 교수는 강조한다. 운동 능력이 퇴화할수록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비롯한 사회적 관심 또한 중요하다.

“강성웅 교수님의 주도 아래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재활센터가 생긴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설립하는 당시만 해도 호흡재활 환자가 전체 입원 환자 중 10명에 불과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이다 보니 센터 설립조차 쉽지 않았지만, 좋은 뜻에 공감해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비롯한 후원자분들 덕분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현재 호흡재활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소수입니다. 지금은 매년 해외 호흡재활 분야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호흡재활 분야에 도움을 주는 센터가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호흡재활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밤낮으로 애쓰고 있는 호흡재활 55병동 센터 직원들, 의료진과 이 분야를 이끌고 계신 강성웅 교수님, 후원자분들, 환자를 지키는 보호자들의 힘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발걸음을 끝까지 함께하고자 합니다. 마지막까지도, 포기하지 않는 분들의 희망을 자양분 삼아 끝까지, 천천히, 묵묵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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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림  사진 안용길


2019/01/04 12:43 2019/01/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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