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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편한 세상’ 향한 우직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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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센터 정준 소장>


꾸준히 발병률이 증가하는 유방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유방암은 연평균 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방암은 왜 생기며, 5대 암 가운데 유방암만 환자가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방암의 주원인 중 하나는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되는 것.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 초혼이 늦어지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것도 여성호르몬 노출을 길게 해 유방암 발생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거기다 식생활 또한 고지방식이 늘고 영양이 과다해지면서 전형적인 서구형 암이었던 유방암이 느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는 2013년 유방암 수술이 연 280건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540건으로 많이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그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늘어가는 발병률 앞에서 가장 적극적인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유방외과 정준 교수는 최선의 치료로 주저 없이조기 검진을 꼽는다.

“유방암에 걸려도 별다른 증세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 유방에서 멍울이 잡히는 것이 흔한 증상이고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8.4%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환자가 완치된다고 할 수 있죠. 액와림프절에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높은 5년 생존율을 보이는 편인데요. 원격전이가 됐을 경우에는 38.3%까지 뚝 떨어져요.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죠. 30세 이후부터는 매달 자가진단을 해봐야 합니다. 35세부터는 2년마다 병원 검진을, 40세 이후에는 1, 2년마다 유방 촬영과 진찰을 권합니다.”

이미 진행된 유방암이라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도 의료진의 사명일 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유방암 수술 중 방사선 치료(IORT)를 시행하는 등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1995년 국내 최초로 센터 개념의 유방암클리닉을 도입했습니다. 역사가 긴 만큼 유방외과·성형외과·방사선 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간 원활한 협진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죠. 특히, 국내 최초로 수술 중 방사선 치료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6.5주 동안 33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수술과 동시에 수술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해 후반부 치료를 대체하면서 총 치료 기간과 횟수를 4.5, 23회로 각각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과정에 비하면 10회가량 방사선 치료 횟수를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거죠. 앞으로는 저위험군 환자를 선별해 외부 방사선 치료 없이 수술 중 방사선 치료만으로 모든 방사선 치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준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기 위한 글로벌 신약 연구에 여러 차례 참여해왔다. 2013년과 2014년 두 해에만 3건의 다국적 임상연구를 수행했으며, 지난해에는 유방암 환자의 항암 치료 여부를 유전자 검사 대신 PET-CT로도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정준 교수 앞에 최근 새롭게 놓인 연구 과제는혈중암세포(CTC: Circulating Tumor Cell)’. 혈액을 따라 신체를 순환하는 이 세포는 암의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암의 진단과 예측, 치료와 관련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혈액에서 이 암세포를 제대로 검출하는 기술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것. 정준 교수는 국내 여러 연구기관 및 제약사들과 공동으로 이 혈중암세포를 발견하고 기능을 차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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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의학자의 자세

유방암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 치료도 중요하다. 유방암 환자의 상실감은 다른 암 환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24%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정준 교수가 연구와 진료로 바쁜 와중에도 병원 안팎에서 환우들과 교감하며 용기를 북돋우는 이유다.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한 걷기 대회2006년 이희대 교수님이 시작하셨어요. 함께 걸으면서 유방암 인식 개선에 일조하는 캠페인 성격의 행사였죠. 2016년부터는홍보보다 ‘교육과 교감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 밖에 연 2회 연령별·암종별 등 각 환우 그룹이 야유회를 함께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진료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는위드 캠페인’을 작년부터 시행 중이죠. 매주 목요일 환자 대기실로 목사님을 초청해 예배를 드리는 ‘힐링 터치 13년째 진행해오고 있어요. 이 모든 일을 펼치는 이유는, 의술의 한계를 절감하기 때문이에요. 세브란스의 미션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잖아요. 완치 판정을 받고도 여전히 암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환자를 진정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치료를 함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끝없는 항암 치료와 수술, 전이, 재발을 반복하며 웃어도 웃는 게 아닌 환자들 앞에서 의사는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환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며우리가 앞으로 당신과 쭉 같이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우직하게 동행하며 환자를 돕는 의사가 되어야죠.”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전한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은 새롭게 발견되고, 달라지는 사회환경으로 인해 어떤 병들은 발병률이 높아져만 간다. 그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의학자들의 어깨에 얹힌 무거운 짐은 좀처럼 가벼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료에서 연구까지, 첨단 의료가 나아가야 할 먼 길 앞에서 묵묵히 한 걸음씩 귀한 발걸음을 내딛는 정준 교수와 같은 의사가 있어, 우리는 매일 더 나아지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의학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암이 더는 사형선고가 아니게 됐지만, 여전히 암은 치료 후에도 많은 숙제를 남깁니다. 유방암 치료에는 고도로 숙련된 의사들의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힘든 치료 과정을 잘 견뎌내야 할 환자의 굳은 의지와 믿음도 필요하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사받고, 유방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저희 의료진도 포기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그 여정에 함께하겠습니다.”


윤진아  사진 안용길


2019/01/04 12:34 2019/01/0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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