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1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먹는다는 것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미각이 아닌 오감을 쓴다. 식사 전의 소리와 풍경, 냄새와 같은 기본적인 감각뿐만이 아니다. 식사를 하기 전 그날의 기분과 상황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식사를 방해하는 스트레스부터, 불필요한 식사를 강요하는 먹방의 유혹까지. 우리는 정말 잘 먹고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각이 주는 맛 
일본의 튀김집(덴푸라야라고 부른다)에 가면 일정한 공식이 있다. 대개 길게 이어진 바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는다. 요리사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재료에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노릇하게 튀겨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요리는 눈과 혀, 입 그리고 귀로 먹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보통 눈, 혀, 입만을 거론하는데 그 밖의 요소들도 맛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자다.
튀김집에서는 특히 ‘귀’를 잘 이용한다. 일본식 튀김인 덴푸라는 아주 묽은 반죽을 쓴다. 이를 기름에 넣으면 제법 센 반응을 일으킨다. 수분이 많기 때문에 ‘치익~’ 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때 우리의 뇌가 반응하여 내 앞에 놓일 튀김의 맛을 예측하게 되고, 군침을 흘린다. 기름이 가열되면, 수분이 들어가서 증발하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수분의 양이 많을수록, 기름 온도가 높을수록 소리가 커지는데 너무 지나치면 사고가 난다.
일본의 튀김집에서 아주 흥미로운 건, 이런 소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한다. 하나는 앞서 말한 ‘바 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든다. 튀겨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먹는 튀김처럼 맛있는 음식도 드물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 음악을 틀지 않는다. 음악은 튀김이 내는 소리를 온전하게 듣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서 식욕을 돋우는 경우도 있다. 너무 비트가 강한 음악은 긴장을 유발하므로 식당에는 적절치 않다. 그러나 어떤 식당은 역설적으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트는 음식을 먹는 행동에 박자를 넣게 되고, 이는 음식의 맛을 더 흥겹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또 빠른 음악은 음식을 빨리 먹게 유도하고 이를 통해서 ‘자리 회전’을 빠르게 해서 영업 이익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맛있는 감자칩을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그중 감자칩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강한 것을 은연 중에 선택하고 있지 않은가. 여러 실험에 의하면 감자칩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강할수록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감자칩은 건강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염도가 높은 데다가 튀긴 음식이며, 또 바삭거리는 소리가 잘 나기 위해서 쓰는 여러 기술이 대개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 시판 감자칩이 과거 건강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 등을 튀김유로 사용한 것도 바삭한 소리와 촉감을 더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물론 지금은 트랜스지방을 시판 식품에 쓸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내식은 맛을 잘 못 느낀다  
외부 조건이 음식 맛에 주는 영향은 더 이상의 연구가 무의미할 정도다. 우리도 이런 기억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시험을 앞두고 소화가 안되어 고생했던 경험, 화가 나서 속이 쓰려서 식사를 못했던 기억도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음식 맛을 나쁘게 만든다. 물론 최악의 기아 상태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인간은 필요한 에너지가 극도로 부족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식사를 즐기고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을 가동시킨다. 예를 들어, 특수부대에서 훈련받는 병사가 진흙탕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외부 조건 중에는 온도나 기압 등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비행기 기내에서 우리는 30% 이상 미각이 하락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내식은 더 자극적으로 요리한다고 한다. 이를 테면 소금과 설탕을 더 많이 넣는 식이다. 이는 위의 ‘군대’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조직에 소속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군인과 교도소 수형인은 단 것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수험생들도 비슷하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우리가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은 확실히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수요를 줄인다. 편안한 상태에서 우리의 식욕은 정상적으로 작동되며, 지나치게 과식하거나 매운 것, 단 것, 짠 것을 멀리하도록 하는 방어체계가 잘 가동된다(물론 이때 TV의 ‘먹방’을 보면 그런 체계에 혼란이 오고 자기 몸을 보호하려는 본능도 약해진다. 인간은 유혹에 잘 무너진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자극에 잘 반응하는 것은 역시 시각이다. 앞서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먹방은 음식 냄새가 나지는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곧바로 배달업체에 전화를 걸어 프라이드치킨 한 마릴 주문하도록 충동하니까. 당대의 TV는 시종 먹는 것을 노출함으로써 시청자를 붙들려고 한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은 확실히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수요를 줄인다. 편안한 상태에서 우리의 식욕은 정상적으로 작동되며, 지나치게 과식하거나 매운 것, 단 것, 짠 것을 멀리하도록 하는 방어체계가 잘 가동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는 법    

음식을 다루면 대개는 높은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다.
쿡방(즉 요리사가 등장하여 요리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은 거의 모든 종합 프로그램에 한두 꼭지 이상 들어간다. 사실, 쿡방의 역사는 아주 길다. 녹화방송 기술이 없던 1960년대에도 이미 텔레비전에서 ‘오늘의 요리’ 같은 아침 생방송이 존재했다. 우리가 잘 아는 왕년의 요리 연구가들은 이런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금 먹방, 쿡방에 연예인과 셰프들이 나와서 인기와 부를 얻는 현상도 나름 역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유행에서 역시 우리는 음식에 약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낮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방송가에 선사하기도 했다. 웃고 즐기자고 만든 방송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올바르지 않겠지만, 예능의 옷을 입은 먹방, 쿡방이 그저 웃음만 주는 게 아니라 짜증과 뱃살도 선물한다는 사실도 그들이 알기를 바란다.
얼마 전에 이른바 ‘혼밥’ 논쟁이 붙었다.
한 음식평론가가 혼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말하자, 많은 ‘혼밥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내용인즉슨, 혼자 밥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반발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혼밥 자체를 즐기는 경우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도 개인의 기호이며, 또 혼자 밥 먹으면서 음식에 집중하고 온전히 맛을 즐기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혼밥하는 것을 사회에 책임을 물어야지 혼밥 자체가 무슨 잘못이냐는 것이었다. 맞다. 혼밥은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 문제는 혼밥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혼밥하는 경우다. 같이 먹는다면 상대방의 밥값을 부담할 수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수험생을 생각해보라), 식사 때를 맞출 수 없는 직업이어서 등이다. 비자발적 혼밥이 는다는 것은 인간관계가 파편화되고, 경제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혼밥이라면 당연히 줄어들어야 마땅하겠다. 특히 혼밥할 때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대화 상대가 없으니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맛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과식할 위험이 크다.
혼밥의 기쁨을 사랑한다면, 온전히 밥에 집중할 수는 없을까. 물론 최선은 같이 식사할 대상을 늘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인 밥, 소통이 있는 밥을 찾아나서는 이들도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의 포틀럭 파티처럼 각자 먹을거리를 가지고 만나는 모임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음식이란 결국 ‘영양소의 총합’을 넘어서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초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이 주는 행복과 건강도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박찬일(미식칼럼니스트)



2018/08/29 11:29 2018/08/29 11:29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1 2 3 4 5 6 7 8  ... 847 

카테고리

전체 (847)
강남세브란스병원 (38)
Prologue (25)
발행인의 편지 (3)
Severance Way (4)
Development (1)
Pioneer (1)
Endeavour (1)
Vision (1)
체크업 클리닉 (4)
키워드 건강학 (8)
건강한 밥상 (8)
Synergy mate (4)
Best Researcher (8)
Doctor say (3)
Between (4)
DONORS (3)
아름다운 손 (1)
FOCUS (13)
news (36)
한 컷 단상 (2)
Only 1 (1)
Forward (1)
Credibility (1)
Strong (1)
Excellence (1)
Bonus Book (2)
Book & Talk (1)
Miracle (1)
Sharing (1)
Bliss (1)
Incredible (1)
Heart (1)
Around (1)
Together (1)
Beyond (1)
Interview (1)
Letter (1)
Advice (6)
Q&A (1)
Action (2)
Collaboration (6)
People (17)
New Wave (24)
Why (3)
Story (10)
Fact (1)
Scene (6)
지난호 보기 (559)
Reportage (1)
FAQ (1)
Face (5)
Question (1)
Innovation (2)
Conversation (5)
History (2)
Factor (2)
Zoom (1)
WITH GS (2)

Archive

공지사항

달력

«   2018/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