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ople 4

두근두근 내 인생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허종기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 이슬비 씨



사고와 함께 찾아온 불행
스물셋, 슬비 씨에게 행복한 순간은 이런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리를 내 크게 웃고, 가족과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하는 일.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려 댓글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보내는 주말. 남들에게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 그녀의 것이 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삼남매의 막내딸로 가족의 예쁨을 듬뿍 받고 태어난 슬비 씨가 동네에서 ‘운 좋은 아이’로 불리게 된 것은 다섯 살 때. 아장아장 걸음마가 한창이던 어느 날 가족이 잠깐 눈을 돌린 사이 6층 베란다 바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엄마가 직접 떠준 손뜨개 바지가 화단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았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천만 다행히 온몸에 타박상을 입는 사고로 그치고 가족은 운이 좋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치료가 끝나고 초등학생이 되는 동안 남들보다 턱이 조금 늦게 자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천적인 이유라고 생각했다. 키가 훌쩍 자라 3학년이 되고 입을 벌리는 것조차 힘들어지면서 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선천적인 이유라 별 방도가 없으니 그냥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쾌활한 성격에 가족에게 늘 웃음을 주는 막내딸이었지만 턱이 자라지 않아 음식을 씹는 일도, 말을 하는 일도 어려워지자 조금씩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을 때는 입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그때까지 다닌 병원에서 별도리가 없다는 말만 들어서 부모님도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셨죠.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부모님은 미안하단 말씀만 하셨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긴 검사 끝에 밝혀진 병명은 턱관절 강직증이었다. 다섯 살 사고 당시 턱관절에 생긴 골절을 발견하지 못해 상처가 유착되고, 그로 인해 턱관절이 제 기능을 못해 입을 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허종기 구강악안면외과 교수가 진찰했을 때, 그녀의 턱관절은 거의 성장하지 못해 턱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슬비 씨가 처음 내원했을 때는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당장 수술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양측 턱의 성장이 달라 각각 다른 수술이 필요했는데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턱교정 수술(양악 수술)과 턱관절 수술(관절 수술)에 이미 오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 수월했지요. 우선 관절이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지켜본 후, 턱이 전혀 자라지 않은 한쪽 턱에는 인공 턱관절 치환술을 하고, 상대적으로 자랐지만, 골격이 맞지 않는 턱에는 턱교정 수술(아래턱뼈를 앞으로 빼내어 고정하는 하악골 전진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청소년기에 수술하면 성장판이 조절되지 않아 뼈가 어떤 모양으로 자랄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슬비 씨는 열아홉 살이 되도록 수술에 적합한 시기를 기다려야 했다.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를 턱관절 강직증으로 보내는 동안 남모를 스트레스도 많았다. 입을 다 벌려도 숟가락이 들어가지 않아 매 끼니가 불편했고, 수학여행에서 단체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슬그머니 몸을 뒤로 숨겼다. 수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찾은 사소하지만 특별한 행복
턱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후 그녀는 한쪽 턱의 부정교합을 바로잡는 턱교정 수술을 받았다. 턱교정 수술은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위턱뼈와 아래턱뼈를 이상적인 모양으로 바꾸어 줄 뿐아니라, 발음과 음식을 씹고 삼키는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수술이다. 수술은 계획에 따라 잘 진행되었고 남은 관문은 자라지 않은 한쪽 턱에 새로운 관절을 삽입하는 인공 턱관절 전치환술이었다.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턱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슬비 씨처럼 사고로 턱관절 뼈가 유착되어 입이 벌어지지 않거나, 턱관절 뼈에 종양이 있는 경우, 복합적인 원인으로 턱관절 뼈가 심하게 녹았을 때 시행하는 수술이지요. 외모에 한창 예민한 나이라 턱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만큼이나 최대한 예쁘고 자연스럽게 원래의 턱 모양으로 되돌리는 데도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허종기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은 가장 안정적으로 그녀의 턱을 되돌릴 수 있는지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다. 단 하루의 수술이었지만 슬비 씨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섯 살 사고 후 14년간의 기다림 끝에 그녀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웃음을 되찾았다. 수술 후 한 달간 거의 제대로 먹지도 못할 만큼 힘들었지만 아픔보다 행복이 더 컸다고 슬비 씨는 말했다.
“어릴 땐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 오로지 수술이었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었죠. 병원을 오가는 동안에도 늘 선생님께 언제 수술할 수 있는지만 여쭤봤어요. 고기 잔뜩 담아 상추쌈 싸 먹기, 예쁘게 화장하고 셀카 마음껏 찍기, 밤새도록 웃으며 수다 떨기. 남들은 너무도 평범한 일상을 꿈으로 여기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겐 수술하던 날이 비로소 진짜 인생이 시작된 날인 셈이죠.”
슬비 씨는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그녀는 채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누구보다 활짝 웃고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어엿한 직장인이 된 지금, 매일 사소하게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일상이 오래 기다려온 만큼 특별하다고 말한다. 이제 그녀는 유럽여행이나 효도하기, 연애, 승진처럼 커다란 포부를 차곡차곡 채워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더 커다란 행복을 기대하는 중이다. 두근두근, 당연한 일상이 존재하기에 더 특별한 현재진행형의 스물셋 청춘이 찬란하게 흘러가고 있다.





박채림  사진 안용길

2018/05/17 13:52 2018/05/17 13:52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 829 

카테고리

전체 (829)
강남세브란스병원 (37)
Prologue (25)
발행인의 편지 (3)
Severance Way (4)
Development (1)
Pioneer (1)
Endeavour (1)
Vision (1)
체크업 클리닉 (4)
키워드 건강학 (8)
건강한 밥상 (8)
Synergy mate (4)
Best Researcher (8)
Doctor say (3)
Between (4)
DONORS (3)
아름다운 손 (1)
FOCUS (13)
news (36)
한 컷 단상 (2)
Only 1 (1)
Forward (1)
Credibility (1)
Strong (1)
Excellence (1)
Bonus Book (2)
Book & Talk (1)
Miracle (1)
Sharing (1)
Bliss (1)
Incredible (1)
Heart (1)
Around (1)
Together (1)
Beyond (1)
Interview (1)
Letter (1)
Advice (5)
Q&A (1)
Action (2)
Collaboration (5)
People (12)
New Wave (20)
Why (3)
Story (8)
Fact (1)
Scene (5)
지난호 보기 (559)
Reportage (1)
FAQ (1)
Face (4)
Question (1)
Innovation (2)
Conversation (4)
History (2)
Factor (2)
Zoom (1)
WITH GS (1)

Archive

공지사항

달력

«   2018/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