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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조기진단과 발병 후 치료법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은 그가 경험했던 손을 떨기도 하고 구부정한 자세와 종종걸음을 보인 환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해 짧은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근력이 떨어지는 현상에서 착안해 ‘떨리는 마비(Shaking Palsy)’라는 병명을 붙였고, 약 60년 뒤 프랑스 의사 샤코에 의해서 파킨슨병이라는 병명이 붙여져 오늘날까지 그의 이름이 붙은 병명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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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철형(신경과 교수)
파킨슨병은 처음 발견되고 100년이 지날 때까지 뇌의 어떤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20세기 초 정상인에서 검게 보이는 중뇌 흑질이란 부위가 파킨슨병 환자 뇌에서는 검은 색소 침착이 줄어들어 있고 현미경으로 봤을 때 루이소체라는 특별한 모양의 이상이 신경세포 안에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정확한 병태생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1960년대 들어서야 중뇌 흑질의 신경세포가 연결된 선조체라는 뇌 구조물에 도파민이 감소해 있음이 밝혀지면서 드디어 파킨슨병 환자에서 보이는 운동증상의 핵심적인 원인이 흑질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소실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파킨슨병 약물치료의 길이 처음 열리게 되었다.
도파민은 뇌에서 사용되는 중요 신경전달물질로 선조체는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을 선택적으로 강화하고 원치 않는 움직임은 억제시킴으로써 움직임을 조화롭고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투여해준 도파민은 혈액을 타고 뇌 직전까지 도달하지만, 뇌와 혈액 사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벽을 넘지 못해 뇌 안쪽까지 도달하지는 못한다.
이런 이유로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도파민의 전구물질인 레보도파를 투여해 일단 뇌 안쪽까지 도달한 후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으로 변형시켜 모자랐던 도파민을 보충시켜줌으로써 느려진 동작을 개선하고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개발된 레보도파는 전혀 거동할 수 없었던 파킨슨병 환자를 일어나서 걷게 만들 수 있는 혁명적인 약이었다. 그러나 레보도파를 정맥주사로 투약할 때는 효과적으로 환자 증상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먹는 약으로 투약했을 때는 엄청난 양의 레보도파가 필요했고 이처럼 많은 양을 복용하는 경우 심한 구토 증상이 생겼다. 복용한 레보도파는 위를 거쳐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소장에 있는 벽을 통과해 약이 모세혈관으로 흡수되면서 대부분 도파민의 형태로 변형되며 뇌까지 들어가지 못한 도파민은 피 안에서 떠돌아다니며 여러 부작용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먹는 레보도파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1970년대 초반이 돼서야 레보도파가 소장을 통과할 때 도파민으로 변형되는 것을 막아주는 카비도파와 같은 보조제가 개발되고 카비도파를 레보도파와 함께 복용할 때 비로소 충분한 양의 레보도파가 뇌까지 전달될 수 있게 되어 이때부터 본격적인 파킨슨병의 약물치료가 시작될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레보도파 제제들은 카비도파나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벤세라지드와 같은 약이 혼합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도파민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효현제가 개발되면서 초기 파킨슨병의 치료나 진행된 파킨슨병의 보조 요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에는 레보도파가 체내에서 소실되는 것을 좀 더 막아주는 콤트억제제도 개발되어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1970년대 레보도파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처음 하루 세 번 약 복용을 시작했을 때는 운동 능력의 개선 효과가 온종일 끊김 없이 유지되었지만, 몇 년 지나면서 효과 지속 시간이 4시간 미만으로 떨어지고 통상 세 번 복용만으로는 효과를 유지할 수 없어 약 복용량이나 복용 횟수를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심한 경우 효과가 불과 한두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아 두세 시간 간격으로 계속 약을 먹어야만 하는 환자도 있었다. 또 효과가 있어서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더라도 온몸이 흔들리고 뒤틀리는 이상운동증이 나타나 약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 이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효과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상태를 운동동요라고 하며 레보도파 복용 후 5년이 지나면 60%, 10년이 지나면 9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레보도파 개발 초기부터 사용해왔던 파킨슨병 환자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부분 운동동요 현상을 경험하게 되어 파킨슨병 약물치료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파킨슨병 수술은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다만 1930년대에는 시상이라는 부분의 일부를 제거하면 떨림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파킨슨병의 떨림을 줄이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1950년대에는 우연히 담창구라는 부위를 제거하면 파킨슨의 느린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960년대를 거치면서 담창구 제거술이 파킨슨병의 수술적 치료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1970년대 레보도파의 상용화로 수술치료는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파킨슨병의 운동동요 현상으로 약물치료가 한계에 부딪히자 다시 수술치료가 떠올랐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영구적으로 뇌의 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라 시상하핵이라는 엄지손톱만 한 뇌 구조에 전극을 삽입하고 외부 자극기를 통해 자극을 전달하는 뇌심부자극술 방법이 개발되었다.

시상하핵 뇌심부자극술은 운동동요 현상이 생겨 더는 약물치료로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 환자에서 운동동요 현상을 줄이고 약 복용량을 줄여줌으로써 약 효과를 느끼는 시간을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의 약물치료를 보조할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뇌세포는 한 번 소실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또 퇴행성 질환이라는 병들의 공통점이 진행된다는 점인데 이를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은 젊어지는 약이 없다는 것과도 같다. 그런 면에서 줄기세포는 퇴행성신경계 질환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의 줄기세포 치료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이때는 현재와 같은 발전된 줄기세포 치료는 아니었고 사망한 태아의 흑질에서 추출한 도파민 세포를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부에서 운동 능력 호전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와 많은 양의 도파민 세포를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더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이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방법들이 고안되어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임상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직은 파킨슨병 환자의 치료에 바로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도파민 뇌세포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환자 증상이 호전될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나 외부에서 들어와 이식된 도파민 뇌세포가 신체 면역에 의한 거부 반응을 견뎌야 하는 문제도 있고, 이후 파킨슨병이 이식된 줄기세포에까지 번진다는 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약 효과가 떨어진 상태에서까지 지속해서 나타나는 이상운동증이 일부 환자에서 나타난다는 문제가 있어 아직 파킨슨병의 줄기세포 치료에는 해결해야만 할 과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된다면 파킨슨병 환자 치료에 이상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파킨슨병은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것으로 생각하거나 뇌졸중, 허리 디스크, 관절병으로 오인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미디어를 통한 홍보 덕분에 현재는 파킨슨병 환자가 20년 전보다 더 빨리 전문 의사를 찾게 되어 조기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파킨슨병 전문 의사의 상세한 진찰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2010년 이후 국내에 도입된 도파민 PET 검사(정확한 명칭은 FPCIT PET)는 도파민 뇌세포가 소실되는 것을 시각적,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진행 정도 평가에 큰 도움을 준다[그림1].

파킨슨병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은 아니지만 정확한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과 불편을 줄일 수 있고 운동 능력을 회복시킴으로써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파킨슨병 치료의 첫 단추가 된다. 또,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하므로 오랫동안 꾸준한 관리를 담당하는 치료자와 환자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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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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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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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파킨슨병

[그림1] 도파민 PET 검사
선조체로 들어오는 도파민 뇌세포가 초기 파킨슨병에서 감소하여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중증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면서 더 많이 소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8/03/12 11:44 2018/03/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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