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2

어느 날 암을 진단받은 당신에게
인생을 살다 어느 순간 암 진단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에는 치료받는 도중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불안과 초조, 병에 대한 놀람과 공포에 대한 감정을 토로하곤 한다.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 환자도, 때로는 질병과 전혀 상관없이 내내 마음 언저리에 묵혀두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다 돌아가는 환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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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왜 나에게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
실제로 암 환자 가운데서는 병에 걸림으로써 큰 벌을 받았다거나 저주에 걸렸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암 진단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가족에게도 이러한 마음을 쉽게 내보이지 못한다. 주변 사람이 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두려움, 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암에 관한 이야기든, 인생 이야기든 그 마음을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하다 보면 대부분의 환자가 적응탄력성을 발휘해 본인의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고, 자존감을 되찾는다. 이런 과정은 비단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뿐 아니라 암병원의 진료실, 병실, 가정, 종교시설 등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많은 환자의 암을 치료하는 긴 여정에 용기가 된다.
일단 마음이 안정되면 환자는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아마도 암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랫동안 봐왔던 친숙한 의사에게 한 번 더 설명을 듣고 희망을 확인받고 싶어진다. 검사 결과부터 암 전반에 대해서 그렇다. 많은 검사와 치료가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따르게 되고, 그럴 수 없는 것은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말. 당신 또한 그러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노라고 재차 설명하면 많은 환자의 표정이 편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환자가 암의 병태생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검사나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세한 설명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다 이해하기에 의학은 참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다. 이해가 잘 되지 않으니 치료의 모든 과정이 불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적응탄력성, 모든 것은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암을 치료받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환자 가운데서는 치료 과정에서 주치의가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할 때 몸짓과 말투, 표정까지 자세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긴장감이 높았던 순간을 정리함으로써 불안감을 낮추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이가 주치의에 대해서 구체적, 혹은 추상적으로 알고 있다.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혹시라도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그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지는 못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나는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말씀드리곤 한다. 하지만 혹시 환자분이 원한다면 다른 병원, 다른 의사에게도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지금의 주치의와 상의하셔도 좋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대화는 본인이 암에 걸렸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자각시켜주고,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환자가 주치의와 친근감을 형성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미세한 감정과 선택의 순간이지만, 환자 스스로가 선택하고 믿음을 키우는 중요한 과정이다.

암에 관한 이야기든, 인생 이야기든 그 마음을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하다 보면 대부분의 환자가 적응탄력성을 발휘해 본인의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고, 자존감을 되찾는다

어떤 환자는 주치의가 직접 의뢰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 가벼운 불면증에서부터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러한 환자 가운데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생소해하거나 치료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스스로 정신력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정신과적 치료보다는 종교적 힘을 빌어 극복하고자 한다. 실제로 그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스스로의 자존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몸 안의 암덩어리를 스스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정신만은 바짝 차리고 싶어한다. 나는 그들의 이런 노력을 응원한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지금까지 열심히 치료받아온 것이 정신력이 강하다는 증거라고.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기도도 열심히 하시고, 상담 치료도 열심히 받자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드릴 수 있는 도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힘든 치료와 큰 결정을 많이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런 환자들은 초반의 망설임은 접어 두고 암 치료 여정의 동반자로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흔쾌하게 받아들여주시곤 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여정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나는 평소 암 환자 그리고 암을 직접 치료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많은 암 환자가 스스로 감수해야 할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그 여정을 가고 있으며, 가족들 또한 환자를 잘 보살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어떤가. 어두운 밤이 하얗게 새도록 치료를 위해 집중하고 애쓰고 있다.
종종 암에 대한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곤 한다.
아마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삶의 모습이 다양한 만큼이나 다르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가지 해답을 제시하기 섣부르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떤 면에서는 인생을 어떻게 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과도 비슷하다. 다만 전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력인 적응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암 환자 역시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응탄력성을 통해 그 과정을 잘 이겨내 왔으리라. 치료의 여정은 길지만 환자는 스스로의 적응탄력성을 믿어야 한다. 적응탄력성은 믿음을 바탕으로 한 유대관계에서 잘 형성되고 강하게 발휘한다. 따라서 가족, 지인 그리고 주치의와 의료진들이 당신의 긴 여정을 든든하게 함께해 줄 것임을 믿길 바란다.



2018/01/25 15:19 2018/01/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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