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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가 그려낼 암 치료의 미래

낯섦과 두려움으로 회자되던 ‘4차 산업혁명’이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 공간, 사물인터넷 등의 키워드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변화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바이오 의료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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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바이오 의료 혁명의 메커니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이오 의료 혁명 메커니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상 공간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인체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약물 반응 등을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인체의 가상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시뮬레이션 분석함으로써 실제 인체에게 어떠한 치료를 적용하기 이전에 가상 공간에서 인체 반응을 미리 테스트해보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데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치료뿐만 아니라 새로운 약물의 개발, 임상시험 대체, 기능성 식품/화장품 개발 등에 매우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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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생체 모니터링 기술
현대 생명과학과 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방법으로 인체신호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들은 점점 축적되고 있다.


현대 모바일 기술과 각종 비침습적・침습적 생체 모니터링 기술의 개발은 인체의 변화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그림 2]. 또한 지난 60여 년간의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이러한 생리적 수준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체내 세포・분자수준에서의 미세한 변화도 대량으로 측정 가능하게끔 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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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신체 외부의 생리신호 측정기술
신체 외부에서 측정가능한 생리신호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체 내 생화학적 신호에 대해서도 나노기술의 진보 등으로 점점 더 정밀하고 대규모로 측정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분자 세포 수준의 생화학 반응 데이터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체의 변화에 대한 분자・세포・ 조직・생리 수준의 다양한 측정 데이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축적되며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 생명과학은 환원주의 접근으로 그 본질에 도달할 수 없었던 생명현상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시스템 과학(제어공학)과 생물학을 융합한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가고 있는데, 이러한 빅데이터는 시스템 생물학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시스템 생물학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분자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분자조절네트워크의 다이나믹스에 의해 창발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궁극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생물학 실험과 수학 모델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융합하여 접근하는 새로운 융합과학이다. 즉, 정보기술이 기존의 생명과학과 융합하여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시스템 생물학에서 가상 인간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접근하는 2가지 방향은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학습 모델과 (IBM 왓슨 온콜로지가 그 예이다) 축적된 조각조각의 분자수준 발견을 집대성하여 거대한 생명체의 동작을 모사하도록 접근하는 메커니즘 모델이 있다[그림 4]. 그리고 이러한 모델 구축을 통해 비로소 가상 공간에서 인체를 대신할 컴퓨터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그림 5].
인공지능의 구현은 기본적으로 미지의 시스템을 충분히 복잡한 함수들의 연결로 표현한 뒤 시스템으로부터 관측된 입출력 데이터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함수에 포함된 수많은 계수들의 값을 가능한 최적으로 추정함으로써 구현된다. 결국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한 실제 메커니즘은 모른 채 단지 입출력 데이터를 모사해내도록 임의함수의 계수값이 정해지며 여기에 정보가 저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학습된 데이터는 잘 모사할 수 있더라도 학습 데이터와 매우 다른 새로운 입력이 주어질 경우 실제와 동떨어진 엉뚱한 출력값이 예측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큰 한계는 입출력 데이터 사이의 내부관계를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강화학습을 통해 전략을 개선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와는 달리 그 정답이나 규칙을 미리 알 수 없는 바이오 의료 분야의 응용에 있어서는 아직 여러 한계점 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경우에는 단 한 번의 잘못된 예측도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그 응용의 한계는 더욱 명확하다. 이러한 한계의 본질은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시스템의 모델이 실제 내부의 동작원리는 모른 채 단지 입출력을 모사하는 소위 ‘블랙박스’ 모형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의 생명과학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실험결과들을 토대로 생명체의 동작원리를 거대한 분자네트워크의 다이나믹스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시스템 생물학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스템 생물학은 생명체라는 시스템의 모델을 그 내부의 동작원리에 대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조각조각의 실험적 정보들을 집대성함으로써 구현하는 이른바 ‘화이트박스’ 모형을 추구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생명체가 어떤 환경에서 주어진 자극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원인을 분석하며 접근해갈 수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모델을 구축하기에 정보가 부족한 부분들이 그 한계로 남아있다. 이러한 한계는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이터가 더욱 축적되면서 빠르게 극복될 것이다.


Intergrated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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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시스템 생물학의 미래
시스템 생물학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인체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은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학습 모델과 수학방정식을 활용한 메커니즘 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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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From molecules to the whole body
인체의 컴퓨터 모델이 구축되면 가상 공간에서 생명현상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해보고 예측할 수 있으며 그 원인을 분석하여 생명현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시뮬레이션하면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개인 맞춤형 최적의 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만일 블랙박스 모델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화이트박스 모델에 기반한 시스템 생물학이 융합되어 새로운 ‘그레이(Grey)박스’ 모델이 개발된다면 바이오 의료분야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바이오 의료 빅데이터로부터 생명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며 인체 질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또한 환자맞춤형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의료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 열풍이 단지 인공지능 그 자체에만 쏠리기보다 과학을 바라보는 큰 안목과 통찰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암 환자의 발생 및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암 치료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암 치료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손상을 일으켜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암세포의 특정 분자만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되어 ‘분자표적치료’라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화학요법이 등장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표적항암제 개발연구와 그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현재 FDA 승인된 약물은 75개이며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약물은 300여 개에 이른다).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분자표적치료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암 환자에 따라 가장 적합한약물을 선별하여 적용해야 한다. 이와 같이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개별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구현하는 것을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라고 한다.
즉, 기존 의학이 모든 환자를 ‘평균 인간’의 개념에서 접근해온 것과 달리 정밀의학에서는 개별 환자를 각기 서로 다른 생명체로 간주하며 ‘개별 인간’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암 치료에 있어서는 동일한 암이더라도 유전자 돌연변이가 매우 상이하여서 약물 반응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밀의학의 적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임상유전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임상유전체 연구란 환자의 암 부위로부터 떼어낸 일부 암 조직의 유전자 서열분석을 통해 주요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계적으로 찾아낸 뒤 이를 분자표적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에는 여전히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암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는 대부분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또는 백여 개에 이르므로 이 가운데 특정 돌연변이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의 한계이다. 또한 주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더라도 이를 타깃으로 한 치료의 경우 실제 암세포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와 신호전달 네크워크상의 복잡한 분자상호작용에 의한 우회경로를 통해 보상기작이 일어나 결국 치료가 무력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개별 유전자 돌연변이뿐 아니라 이들이 세포 내 분자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그로 인해 세포 내 질서가 어떻게 교란되었는지 ‘시스템’ 차원에서 분석한 뒤 보상기작을 회피할 수 있도록 가장 적합한 치료타깃을 선정해야만 보다 효과적인 치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Precision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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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쇤하이머(Rudolf Schoenheimer)는 일찍이 그의 선구적인 실험을 통해 생명이 단순한 분자기계가 아니며 구성요소들의 다이나믹한 흐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세포 내 유전자는 구성요소를 생성하기 위한 주형일 뿐 생명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현대의 생명과학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여러 구성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분자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그러한 네트워크의 다이나믹스가 생명현상을 어떻게 결정하지는지 탐구하는 시스템 생물학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암 환자에게 정밀의학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시스템 생물학은 임상유전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해준다. 즉, 암 환자의 조직으로부터 획득한 다수 유전자의 변이 정보를 분자네트워크에 반영하여 환자별 네트워크 모델을 생성해내고 네트워크 다이나믹스의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함으로써 환자별 최적의 표적치료 타깃을 찾아내어 이를 맞춤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유전자 서열분석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인별 유전정보를 분석하여 헬스케어 및 맞춤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스템 생물학은 이러한 신산업의 창출에 있어서도 기존의 선형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의 한계를 넘어 고도의 의료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바이오 메디컬 의료정보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가 융합하여 정밀의학을 구현하면서 종래에는 존재하지 않던 신산업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골드러시는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분야의 경계에서 발생하여 지식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의 형태로 창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두려운 변화가 아니라 바이오 의료 분야의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시스템 생물학에 기반한 암 치료가 가져올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광현(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2018/01/24 11:40 2018/01/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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