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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치료의 발달이 항암치료에 끼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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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선고가 일종의 사망선고인 시절이 있었다. 수술이 불가능하고, 약을 써도 가망이 없으니 마지막으로 방사선치료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치료는 이제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거의 모든 암에서 체계적으로 활용되는 여러 항암치료 방법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치료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환자가 방사선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듯 하다. 방사선치료는 꼭 받아야 하는지, 방사선치료로 암이 완치될 수 있는지, 방사선치료를 하면 후유증 때문에 고생만 하는 게 아닌지 등. 특히 2011년 일본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진 이후 방사선치료에까지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의료 선진국에선 환자의 70~80% 이상이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3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방사선치료의 효과에 대한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사선치료는 방사선, 즉 엑스선, 감마선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의 종양세포를 파괴시키는 성질을 이용한 치료 방법으로서,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쪼여 암세포를 파괴하고 더 이상 증식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 경우 정상 조직과 암 조직 모두 방사선으로 인한 장애를 일으키는데 증식 속도가 빠르거나 악성인 세포들은 휴식 중인 세포들보다 방사선에 더 민감하며, 정상세포는 스스로 회복된다. 방사선치료는 외과에서 시행하는 수술과 비슷한 점이 많다. 외과에서는 환자의 전신 상태, 암 조직 및 정상 장기의 해부학적 특징 등을 고려해 메스로 종양을 절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방사선종양학과에서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암의 진행 정도, 암세포의 악성도, 암 조직과 주변 정상 장기의 해부학적 구조 등을 고려해 방사선량, 치료 기간 등을 결정한다. 따라서 방사선치료를 위해서는 숙련된 의료진과 진단 장비 및 첨단 방사선치료 기기가 필수적이며, 정상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암 환자의 방사선치료는 보통 하루에 한 번, 주 5회, 총 20~30번에 걸쳐 시행된다. 따라서 환자들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매일 방사선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치료하다 보면 신체 상태 변화 등으로 정해진 계획대로 치료를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치료 효과 감소 및 암 재발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방사선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방사선수술은 종양 부위에 매우 강한 방사선을 한 번에 쪼여 암 덩어리를 태워 없애는 치료법이다.
한 번, 1시간 이내에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치료 효과도 향상됐다. 과거에는 정상세포의 손상을 염려해 종양에 더 많은 방사선을 쏘이고 싶어도 못했던 것이, 이제는 상대적으로 많은 선량을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방사선수술의 종양 제거 효과는 외과 수술과 비슷하고, 종양이 깊숙한 부위에 위치해 있을 경우에는 외과 절제술보다 더 유용하게 시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초기와 중기 암 환자에게 방사선수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방사선치료 기술과 치료 장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방사선수술은 기존의 외과적 절제술과 함께 암의 핵심 치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선치료는 그 기기의 발전과 함께해왔다. 1970년대 이후 장비가 개선되고 안전해지면서 방사선치료의 성공률은 크게 높아졌다. 결국 방사선치료 장비의 핵심은 X-선을 얼마나 암세포 덩어리 모양 그대로,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모양으로 쏘일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해내기 위해 종양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서 3차원입체조형치료를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모자라 세기조절방사선치료라는 것을 실시하는데, 정상 조직에는 약한 방사선을, 암에는 강한 방사선을 내도록 컴퓨터가 방사선치료 방향에 따라 방사선의 세기를 자동 조절해 종양의 모양에 따른 맞춤 방사선을 쪼이는 방식이다. 즉 방사선을 빛이라고 하면 부위에 따라 밝기를 강하게, 혹은 약하게 조절해서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적게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근에는 영상유도방사선치료라고 해서 치료 직전에 치료 자세에 따른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치료하는 방식이 있고, 폐나 간과 같이 호흡에 따른 움직임이 큰 장기의 경우 호흡동기방사선치료라는 기술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건 마치 양궁을 할 때처럼 호흡으로 장기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겨냥한 위치에 왔을 때만 방사선을 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방사선 조사 방식은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정확도를 극도로 높였다. 실제로 강남세브란스는 첨단 방사선치료기계인 토모테라피와 VERSA HD를 도입해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토모테라피는 종양의 3차원 구조를 CT영상으로 얇게 조각낸 다음 각 조각에 나타난 표적에 대해 방사선 발생장치가 360도 회전하면서 방사선 세기와 모양을 연속적으로 조절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 범위가 상당히 넓어 신체 어느 부위에 있는 암이라도 가능해졌다. 또한 과거의 방사선 장비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척추종양, 전신 원발성암, 전이암은 물론 재발된 암과 종양이 불규칙하거나 병 부위가 크고 개수가 많을 때도 치료할 수 있다. 그야말로 방사선치료가 암 치료 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로서 방사선치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두에서 언급했듯 환자의 방사선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인 듯 하다. 방사선치료를 하면 부작용은 심하고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암 치료의 결정적인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
다른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말기 암 환자가 마지막으로 받는 치료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런 인식을 만들어 내지나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봐야 할 대목이다.
방사선치료는 아프지 않다. 물론 방사선치료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치료 부위에 따른 국소적인 증상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치료 부위에 방사선피부염이 발생한다거나, 두경부 치료 시에는 구강, 인후 점막염과 식도염, 입마름이, 복부 치료에서는 오심이나 소화불량, 설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부작용으로는 유방암 치료 후 팔에 림프부종이 생긴다든가, 소화기암 치료 후 드물게 위장관 출혈이 생긴다든가 하는 정도이다. 치료 중 사용되는 방사선은 환자 몸에 방사성 물질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과 안심하고 접촉해도 상관이 없다. 방사선치료 중 많은 환자가 암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많이 묻는다. 당연히 환자들은 불안하고, 궁금함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종양은 방사선치료를 받은 즉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사라진다. 이것은 암세포가 방사선치료로 인해 어떻게 죽는지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해소되는 의문이다. 방사선치료를 하면 직접적, 간접적으로 암세포의 DNA가 깨지게 된다. DNA가 깨진 암세포는 형태는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세포분열을 성공하지 못하고 사멸하게 된다. 따라서 방사선치료로 인한 종양의 감소는 수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일어나게 된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방사선치료기기들은 영화 속에서나 보던 꿈의 기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몸을 고정하고 주위 조직을 차폐하고자 틀을 본떠 만들던 모습은 마치 옛날 얘기처럼 스쳐 지나간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방사선치료만큼 암 정복의 그날도 한발 더 가까워진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어본다.


이익재(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18/01/24 11:16 2018/01/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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