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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아
여인순 씨 & 이성수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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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암과 마주하다
며칠이면 나을 감기가 유독 오래갔다. 가슴이 조금 답답했고, 기침이 잦았다. 한 달이 지나도 좀처럼 차도가 없어 병원을 찾았고 천식 진단을 받았다. 공장을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맞벌이 부부로 살아온 지 20여 년. 세 딸을 키우며 바쁘게 살아온 몸이 조금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나도록 다시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은 건강에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라기보다 챙겨야 할 것도, 살펴야 할 것도 많은 엄마이기 때문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2015년, 감기가 도통 낫지 않아 다시 호흡기내과를 찾아 몇 가지 검사를 했다. 흉부 CT 촬영 결과에 이상 소견이 보였다. 양쪽 폐에 흐릿하게 보이는 흔적은 아무리 봐도 먼지처럼 작기만 했는데, 그 작은 흔적이 암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누군가가 암에 걸렸다는 말은 살면서 숱하게 들어왔지만 그게 자신의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담배를 입에 대본 적도 없었으니 폐암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진단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3개월 후 결혼식을 앞둔 막내딸의 얼굴이었다. 딸의 새로운 출발 앞에 몸 속의 암세포가 해가 될까 그저 어서,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절망할 여력조차 없었노라고 여인순씨는 말했다.
“6월에 처음 폐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하겠다고 했어요. 병원에서도 초기에 진단했으니 간단한 수술이 될 거라고 했고요. 결혼식에 누가 될까 친척들에게도 소식을 알리지 않았죠. 그냥 입버릇처럼 엄마는 괜찮다고,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말했어요. 그땐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수술하고 얼른 회복해야겠다. 그 생각만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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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조기 진단, 희망을 발견하다
다행히 발병 초기라 수술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폐는 각각 오른쪽 폐의 상엽과 중엽, 하엽으로 나뉘고 왼쪽 폐는 상엽과 하엽 두 부위로 나뉜다. 폐암이 진행된 부위를 절제하는 폐엽절제술은 암세포의 위치에 따라 1/3 혹은 1/2를 절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강남세브란스에서는 절제 영역을 축소하고 폐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초기 폐암에서 폐구역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폐암이 진행된 구역 전체를 절제하는 것이 아닌, 폐암이 발생한 최소한의 구역만 절제하는 것. 다행히 여인순 씨는 오른쪽 폐의 가장자리에서도 암의 크기가 2cm 이하인 초기 폐암에 해당했다.
“과거에만 해도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극히 낮았습니다. 폐암 환자가 100명이라고 하면 수술이 가능한 케이스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요. 그중에서도 완치율은 절반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통해 폐암이 초기에 진단되는 사례가 많아졌어요. 조기 발견 환자가 많아지면서 완치율도 높아졌고요. 여인순 씨는 초기 폐암으로 암의 크기도 작았고 간 유리 음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CT 판독 시 간 유리 음영이 15mm 이하면 수술을 하지 않고 예후를 조금 더 지켜봐도 된다는 지침이 있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암이 분명했고 조기에 절제를 하면 가장 좋은 예후로 수술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수술을 집도한 이성수 교수는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이 높아가고 있는 오늘, 정기검진을 위한 폐암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재 폐암 환자의 30%는 비흡연자로 3.3명 중 1명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음에도 폐암 환자가 된다.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폐암이 차지하고 있는데, 폐암 중에서도 전이가 빠르고 생존율이 낮은 선암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성 폐암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 여인순 씨 역시 폐암을 염두에 두고 검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시기에 징후를 발견해 완치에 이를 수 있었다.


정말 괜찮은 날들에 대한 감사
건강한 몸으로 맑은 가을날 딸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여인순 씨는 다시 암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찍었던 CT 결과에서 왼쪽 폐에 미세한 흔적처럼 보이는 음영을 발견한 것이다. 역시 초기에 진단해 수술을 받게 되었지만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는 어쩐지 마음이 자꾸만 흔들렸다. 장성한 자식들을 손수 키워 보내고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했던 시기를 지나 병상에 누워있자니 가슴 한 구석이 자꾸만 외로워졌다.
그런 여인순 씨의 어깨를 다독인 것은 주치의 이성수 교수였다. 늘 덤덤하게 별 것 아니라고, 간단한 수술이니 금세 털고 일어나서 운동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몇 마디의 말이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여인순 씨를 붙잡았다.
“첫 수술을 할 땐 딸 결혼식 생각에 걱정할 겨를이 없었는데,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서는 내색하지 못했던 마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심각할 때도 이성수 교수님은 늘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도 암 수술인데 이런 거 먹어도 되나요? 조금 걸어도 되나요? 이것저것 물어도 선생님께서는 늘 담담하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죠. 그러니 제가 무슨 걱정을 더 하겠어요. 지금도 우리 딸들은 그때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암 환자 같지 않고 늘 씩씩했다고 하는데, 아마 교수님이 없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두 번째 수술이 끝나고 그녀는 마취가 다 깨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걱정하는 자식들이 눈물을 비출 새도 없이 마음껏 웃고, 조금씩 걷고 뛰었다. 수술은 아주 잘 되었으니 마음껏 더 운동하시라며 이성수 교수가 힘을 보탰다. 4일 정도 입원할 예정이었지만 퇴원 시기도 하루 앞당겼다.
6개월에 한 번 CT를 찍으러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2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녀의 일상은 암 진단 이전과 다르지 않다. 하루 한 번 엄마의 안부를 물으며 혹여 아픈 곳은 없는지 묻는 딸들에게는 언제나처럼 “엄마는 괜찮아!”라고 말한다.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던 것처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어도 괜찮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는 매일이 정말 괜찮으니까. 단짝 같은 남편의 손을 붙잡고 누리는 그녀의 건강하고 소중한 날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지나고 있다.  

편집실  사진 안용길


2018/01/24 10:59 2018/01/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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