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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어떻게 건강을 지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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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소망이다. 질병은 이러한 사람들의 소망을 꺾어버리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일단 병이 생기면 이를 치료하고자 노력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의학이 발전한 지금도 질병의 원인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첨단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난치병, 혹은 불치병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과거 몇백, 몇천 년 전의 인류에게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질병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는 것, 즉 예방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일찍이 알았다.


옛날에도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서양의학의 기원을 이루는 히포크라테스 의학에서는 치료에 앞서 섭생을 중요시했다. 의학의 주된 영역은 약물치료가 아니라 적절한 음식의 섭취를 통해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의학은 인체에 대해 독특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인체에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 등 네 가지 체액이 있다는 체액설이다. 이 네 개의 체액이 잘 섞여 있는 상태가 건강한 상태이고, 이중 특정한 하나의 체액이 과도한 것은 비정상적 상태, 다시 말해 병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는 이 과잉의 체액을 몸 바깥으로 배출시키는 것이었다.
한편, 동양에서는 서양과는 다른 방식의 노력이 있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제는 자신이 이룩한 부귀와 영화를 영원히 누리기 위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불사의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진시황제는 주변에 있던 방사(方士)로부터 저 멀리 동쪽 바다 한가운데 있는 봉래산에 죽음을 막아주는 불로초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를 얻기 위해 삼천 명의 사람을 보냈지만, 그는 결국 쉰 살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러한 불사, 혹은 장수를 위한 인간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아 중국에서는 도교에서 장생의 방법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다만 그 방법 중에는 몸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로운 방법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중금속이 함유된 금속성 약재의 복용이다. 도교에서 불로장생을 위해 사용한 방법의 하나로 단약(丹藥)을 만들어 복용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단약의 주성분이 유독한 중금속 수은이 함유된 것들이었다. 도교가 왕성하던 당나라 때에는 황제를 위시한 많은 사람들이 단약을 복용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져 결국 중금속 중독으로 일찍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퇴계 이황 또한 체조로 몸과 마음을 지켰다
이런 문제들이 알려진 이후에는 도교에서도 단약을 복용하지 않고 호흡법이나 체조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쪽으로 수련의 방향이 달라졌다. 호흡법이나 체조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단순히 도교를 수련하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가운데 널리 퍼졌던 것 같다. 그것을 말해주는 자료가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의 『활인심방』이다. 이는 원래 명나라의 주권(朱權, 1378~1448)이 지은 『활인심(活人心)』을 퇴계가 필사한 것으로, 단순히 베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도 첨가하여 쓴 것이다. 이 책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비롯하여 도인체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싣고 있다. 젊은 시절 과도한 공부로 몸이 상한 퇴계는 도교에서 유래한 도인체조를 지속적으로 하며 건강에 신경을 쓴 결과 당시로는 장수라고 할 수 있는 70세까지 살 수 있었다.
사실 노동을 하지 않는 조선시대의 학자들은 운동 부족으로 몸이 약해져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위생 환경이 오늘날보다 훨씬 열악하고, 생활의 여러 조건들이 불리해 오늘날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짧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퇴계처럼 적절한 섭생과 도인체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해온 사람들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인체조는 호흡법과 몸에 움직임을 주는 것으로 격렬한 운동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인다.
『활인심방』에서 중시한 것은 이러한 체조와 같은 신체 동작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도 있었다. 내용 중 중화탕(中和湯)이란 항목이 있는데, 언뜻 제목만 보면 탕약에 대한 처방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 일상에서 지켜야 할 올바른 삶의 태도 서른 가지를 처방에 비유해 열거한 것이다. 참고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나쁜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思無邪], 본분을 지킨다[守本分], 질투하지 않는다[莫嫉妬], 욕심을 적게 한다[寡慾], 만족함을 안다[知足] 등 한 가지 한 가지의 태도들이 마치 탕약에 들어가는 약재들처럼 모여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따라서 불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므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건강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건강이라면 흔히 육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태만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의 평정이라 할 것이다.


『활인심방』 속 도인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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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딪치기와 귀 뒤쪽 튕기기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아 양손으로 머리 뒤를 감싼 후, 아랫니와 윗니를 36번 부딪친다. 그다음 집게손가락으로 귀 뒤쪽을 24번 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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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혈(天柱穴) 자극하기
머리가 끝나고 목이 시작되는 부분에 있는 천주혈을 자극하기 위해 한쪽 손목의 혈을 누른 채 팔과 어깨를 흔들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각 24번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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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굴려 침 삼키기와 팔 올리기
혀를 골고루 36번 굴려 침이 많이 나오게 한 다음, 3번에 나누어 삼킨다. 숨을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씩 들이마시며 두 손을 비벼 머리 위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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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뒤쪽 문지르기와 단전에 기 보내기
허리 뒤쪽 콩팥 있는 부분을 36번 양손으로 세게 문지른 후 기를 단전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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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 허리에 대고 어깨 흔들기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주먹 쥔 한 손을 허리에 댄 다음, 어깨를 36번 올렸다 내렸다 하며 흔든다. 반대쪽도 똑같이 한 후 기를 단전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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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먹 허리에 대고 어깨 흔들기
주먹 쥔 두 손을 허리에 대고 어깨를 36번 아래위로 흔든 후, 단전으로부터 기를 머리 위로 올려 두 다리를 쭉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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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깍지 끼어 올리기
깍지 낀 두 손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올린다.
3~9번 하늘을 밀어 올리는 느낌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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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 끌어당기기
앉아서 양발을 쭉 뻗치고 두 손으로 잡는다.
그 자세로 끌어당기기를 13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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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다
조선시대에도 물론 의료인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많지 않았고, 특히
큰 도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의료를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퇴계와 같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선비들 가운데는 의학 공부를 하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유학자로서 의학 지식까지 갖춘 사람을 유의(儒醫)라고 했는데, 이들은 직업적 의료인이 아니라 유학자로서 그야말로 인술(仁術)을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었다.
지금은 조선시대와 비할 수 없이 의술도 발달했고, 또 의사나 의료기관에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그래서 조선시대처럼 스스로 의학적 지식을 갖추고 자신의 몸을 챙길 필요성이 적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다른 한편, 그렇다고 해서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전적으로 타인인 의료인에게 맡기는 것도 적절한 것은 아니다. 자기 몸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지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검증받지 않은 자기류의 진단이나 치료법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는 해야겠지만 자신의 건강과 몸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
또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자기 몸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본인이 내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몸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선인들이 취했던 노력을 돌아보는 일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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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인석 | 연세대학교에서 기생충학으로 의학박사를, 파리7대학에서 갈레노스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연세의대 의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의학사상사』(2007년, 살림) 등과 여러 번역서들이 있다.







2017/07/19 10:31 2017/07/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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