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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꽃 피는 그녀 앞의 생
이영옥(5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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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갈림길에서
다시
일어서다


치열하게 살았다. 영어 교육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며 하루를 이틀처럼 보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성과도 냈다. 정신력도 체력도 남들 못지않다 여겼건만, 쉼표 없는 일상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이 무너졌다. 2014년 7월의 어느 날, 별생각 없이 자주 가던 병원을 찾았다가 난소의 혹을 발견했다.
“이전 해 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죠. 그런데 난소암은 초음파 받는 위치가 다릅니다. 그래서 병원에 들른 김에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받았는데, ‘빨리 보호자를 부르라’고 하더군요.”
긴급히 달려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난소암 3기-C 판정을 받았다. 가족력도 없어 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발병. 찬찬히 지난날을 되짚어보니 무심코 넘겼던 이상 신호가 떠올랐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견뎠던 일들이 실은 괜찮지 않았음을, 그렇게 병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 병을 발견해 더 늦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하늘의 타이밍에 감사했다. 지금에야 담담하게 말하지만, 당시 병세는 위독했고 14시간에 달하는 수술은 생사가 오갈 만큼 긴급했다. 수술을 집도했던 김재훈 교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며 그녀를 위로했다.
남은 일은 하늘의 몫이었다. 신앙이 있는 그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개 20일에 한 번 받는 항암 치료를 일주일에 한 차례씩 소화하며 6개월을 견뎠다. 스물네 번의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중환자실에 실려 간 것도 몇 차례.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삶을 향한 열망이 그녀를 계속해서 일어나게 했다.
“처음에 병동에 들어가면 환자들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암암리에 저 친구는 6개월, 저 친구는 1년…. 이렇게 여생을 예측하는 거죠. 그때부터 한 달을 1년이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수술 후 3년을 더 살았으니, 제 기준에서는 30년을 보너스로 산 거나 다름없어요.”
그녀가 머물렀던 41병동에는 불문율이 있다. 서로의 연락처를 묻지 않고, 모바일 채팅방 프로필에 부고장이 뜨면 조용히 이름을 지운다. 몇 차례 이별도 경험했지만 아는 얼굴을 다시 병동에서 만날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같은 고통 앞에 직면한 이들과 ‘살아있음’에 감동하며 감격 어린 포옹을 나눈다. 그녀 역시 병동에서 만난 인연들이 전해준 한 마디, 한 마디가 고통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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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한 계절이 오고 가는 것만 보고 있어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감사를 느끼는 기준이 달라진 거죠. 암의 원인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겠죠. 앞으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슬픔 대신
감사를
하루하루
채우며


의지는 모든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훌륭한 보완재였다. 그녀는 김재훈 교수의 추천으로 신약 임상 대상자로도 2년간 참여했다. 어떤 이는 임상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기나긴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했다. 김 교수는 의료진으로서의 전문적인 조언은 물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지지도 놓치지 않았다.
“처음 수술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제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교수님께서도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친구 같은 기분도 들어요.”
유달리 학구열이 높은 그녀는 자신의 병에 관해서도 깊이 파고들었다. 종양의 존재를 확인하는 종양표지자 검사를 안 후에는 가족과 친지에게도 이를 권했다. 자칫 소홀하기 쉬운 난소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령사가 된 것이다. 검사 결과 딸에게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발병 이전에 질환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생각에 오히려 긍정적이다. 자신의 아픔이 딸의 생명을 살리는 홀씨가 되었음에 안도하는 엄마의 마음. 그녀의 하루는 이처럼 ‘감사’라는 두 글자로 가득하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벚꽃 구경을 다녀왔는데요. 요즘은 한 계절이 오고 가는 것만 보고 있어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감사를 느끼는 기준이 달라진 거죠. 암의 원인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겠죠. 앞으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의 실천은 현재진행형이다. 병상에서 기록한 투병기로 책 발간을 준비하고, 세상을 따스하게 만들 복지 사업도 계획 중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이미 120시간의 실습도 마쳤다. 사회복지사가 된 후에는 자신이 머물렀던 41병동에서 같은 아픔을 겪는 환우를 위해 봉사를 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열정적으로 살았던 예전 모습 그대로지만, 바탕에 있는 생각만은 달라졌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삶을 최선으로 채워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정라희 사진 박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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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씨의 수술을 집도하고 치료를 이끌어준
산부인과 김재훈 교수






2017/07/18 13:39 2017/07/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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