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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신경외과 박정윤 교수

   

글. 손미경

한국에서 척추신경외과 전문의로 임상 위주의 시간을 보내던 박정윤 교수는 지난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로 건너가 아침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연구 위주의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쥐 실험을 통해 인간의 뇌를 4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연구논문이 세계 유수의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었고, 그와 더불어 앞으로 인간의
뇌 지도를 만드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것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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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통의 이메일과 1년의 기다림
2013년 12월 박정윤 교수는 MIT 의공학연구소 정광훈 교수에게 ‘당신과 함께 연구 할 기회를 달라’는 내용의 첫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10여 통의 이메일을 더 보냈으나 답신이 없었다. 당시 ‘뇌 투명화 기술 개발로 뇌질환 진단과 치료를 앞당기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정 교수에게 그와 같은 이메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도 없이 받는 이메일 중 하나였던 것이다. 박정윤 교수는 고민 끝에 여러 사람을 통해 정 교수의 지인을 찾아내어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한 번만이라도 자신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봐 달라”고. 그리고 2014년 3월 드디어 단 한 줄의 답신이 왔다.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으면 그때 얘기하자”고. 그 말은 곧 ‘우리는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다’는 거절의 뜻을 형식적이고 예의 있게 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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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교수는 MIT 의공학연구소 정광훈 교수팀과 1년 여의
공동연구 끝에 초고해상도 뇌 지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세계는 앞으로 인간의 뇌 지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그러나 박정윤 교수는 절망하지 않고 ‘언젠가 만날 기회’를 스스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다음날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공개발표를 통해 당신과 왜 연구를 함께하고 싶은 지를 전했고, 6개월 뒤인 2014년 9월 만장일치의 원칙을 깨고 당신을 받아들인다는 연락을 받았다. 연구원 중 절반이 뇌와 관련한 정 교수의 연구에 척추와 관련한 박정윤 교수의 연구를 접목시키겠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을 예로 들며 열정적이고 위트 있었던 박정윤 교수의 공개발표는 절반의 반대편 연구원들을 설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설득 과정이 무려 6개월이나 걸렸다. 박정윤 교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정 교수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뛰어난 능력보다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느냐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의 열정과 의지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지요.”


4배 크기로 확대된 인간의 뇌지도
2015년 3월 박정윤 교수는 정 교수 연구팀과 합류하여 뇌 지도 연구에 집중했다. 6개월 동안은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임상 위주에서 연구 위주로 바뀌었으니 당연한 시행착오라고 여겼다.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연구는 서서히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었고, 1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원하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연구논문의 제목은 ‘단백질의 초고해상도 정보 획득을 위한 조직 확대 투명화 기술 개발(Multiplexed and scalable super-resolution imaging of three-dimensional protein localization in size-adjustable tissue)’.
쥐의 뇌에 투명 물질인 하이드로겔을 넣어 신경세포를 고정시킨 뒤 균일하게 4배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7월 25일자에 실렸고, 세계는 이 한 편의 논문이 앞으로 뇌 지도를 만드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를 통해 약 1,000억 개로 이루어진 뇌의 복잡한 구조를 보다 선명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박정윤 교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쥐의 뇌 지도가 아니라 인간의 뇌 지도인 까닭이다. 이미 밝혀진 질병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병을 뇌 지도를 이용해 완치하는 것, 그 목표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박정윤 교수는 멀다고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일의 시작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 경험으로 또다시 먼 길을 준비하는 자신과 또 자신과 같은 길을 걷거나 걸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은, 그래서 더 귀담아 듣게 된다.
“일단 시작하세요. 저지르세요. 꿈만 꾸면 꿈이 되지만, 꿈을 실행에 옮기면 현실이 되니까요.”





2016/12/02 15:20 2016/12/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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