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서 리더십 발휘하는 학회로 거듭날 것”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한광협 교수의 연구실 모습은 따뜻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하니 벽에 걸린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 설명을 부탁하자 한 교수의 온화한 미소가 먼저 답을 준다. 그림은 환아가 그린 한 교수의 자화상이다. 환아 눈에 비친 한 교수는 마치 배고프다고 말하면 선뜻 한 그릇 더 내어주는 푸근한 분식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의학이란 자연과학의 힘을 빌린 인문학이죠. 진료든, 연구든 환자와 사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환자 중심이 될 때 훌륭한 치료 성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맡는다. 임기는 앞으로 2년이다.

취임 일성을 묻자 “사람 중심의 학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대답에 ‘사람’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한 교수의 첫인상이 이사장이라는 근엄함보다 친근함이 묻어났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 교수는 “그동안 학회는 간 내과 중심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학회는 간담췌외과학회, 간이식 연구회 등 간 관련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들이 모이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환자에게 생기는 문제, 그에 대한 의문 등을 해결하자면 분야 간의 교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회 활동이라는 것은 결국 ‘언어’로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논문집을 발행·배포하고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지 필요한 논문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해서 학문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건전음주와 간염퇴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들의 간
건강을 위해 힘써온 대한간학회가 2015년이면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특히 간염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기에 만성 B형 및 C형 간염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간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 왔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향후 가이드라인은 별도의 진료 지침 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먹는 항바이러스제가 나왔는데 그게 효과적이다 하면 당연히 가이드라인이 바뀌어야겠죠. 내비게이션도 업데이트를 안 하면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잖아요? 치료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이드라인 개정은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해줄 수 있는 내비게이션과 같기 때문에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업데이트를 해줘야 합니다.”

한 교수에게 2년이라는 임기는 너무도 짧은 듯하다. 이루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대한간학회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학회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옛날 선진국으로부터 의료혜택을 받았듯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가 그 모습을 보여줄 차례”라며 “제대로 된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부족한 제3세계에 가서 간질환 치료 및 예방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더불어 우리가 미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 의료연수를 통해 많은 지식과 임상을 배워 왔듯이 재정이 닿는 한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학회가 초심을 잃지 않고 학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회원 분들의 학술 활동 증진과 학문 교류를 위해 니즈를 파악하고 채워주는 것이 학회의 존재이유이지만 조직이 비대해지면 회원 한분 한분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조직의 특성이나 시스템에 변화를 줘서라도 이 부분은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용될 수 있도록 우리보다 앞서가는 미국간학회나 유럽간학회의 제도를 검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 정책에 아쉬움을 보였다. 한 교수는 “4대 중증질환에 간질환이 빠졌다”며 “4대 중증질환으로 선정된 질환들만큼이나 간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고혈압·당뇨병에 이어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간질환은 고통의 시간만큼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정책 입안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 수립되는 데 조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정책포럼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심평원 등 행정책임자, 언론계, 정계 복지관련 의원들과 국민들의 간 건강을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 교수는 “간질환의 80%가 바이러스성 간질환이므로 간염퇴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백신을 통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있으나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아직도 찾아오는 환자 중에 말기 환자가 많은 점이 바로 그 부분이다. ‘간염’이라는 병의 심각성, 조기발견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꾸준히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한 교수는 간학회 회원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학회가 지금껏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임원진들은 보다 회원 중심적인 학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도 앞으로 추진하는 여러 일들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악플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선플로(웃음).”

한광협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197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 의대 내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주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간암전문클리닉의 팀장을 맡고 있다, 국제간암학회 집행이사, 아시아태평양간암연구회(APPLE) 공동의장, 대한간암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07년 간암 발생 예측 모델을 구축해 국제 특허를 받기도 했다. 국제 학회 초청 강연이나 국제 학술지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며 왕성한 학술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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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6 09:59 2014/01/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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