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A양 진술 신빙성

1심을 뒤집은 고법의 관련 판결은 ‘친족 간 성폭행’이라는 범죄의 특수성이 반영됐다. A 양의 진술적 일관성은 떨어지지만, 강력한 외상(트라우마)으로 인한 단기적 기억 상실일 뿐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진실이라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범죄 당시의 상황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는 친족 간 성폭행 등 정신적 충격이
클 때 더욱 그렇다. 배승민(정신건강의학) 가천대 길병원 교수(인천해바라기 아동센터소장)는 19일 “인간의 기억 시스템은 정서와 감정이 섞여 이뤄지는데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게 되면 기억의 용량이 줄어든다”며 “이때 기억을 한데 저장하지 못하고 뇌 이곳저곳에 분산해 놓기 때문에 기억을 밖으로 잘 꺼내지 못하며 꺼내더라도 뒤죽박죽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어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며 “자신을 보호해줘야 할 아빠에게서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면 그 시기가 언제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잘 기억을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동호(소아정신) 세브란스병원 교수(서울해바라기 아동센터소장)도 “정확한 진단명은 아니지만 단기기억상실증의 한
종류일 수 있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뇌가 성숙되지 않아 기억이 달라지거나 아예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범죄 사실 관계에 대한 더욱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수철(소아정신) 서울대병원 교수(서울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소장)는 “환자의 상태가 달라져서 판결이 바뀐 것인지, 담당 판사의 성향이 달라져 판결이 바뀐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가해자 주장의 신빙성 등을 정밀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친족 간의 성폭행의 경우 가해자가 성적인 관점보다 권력적 집착이 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친족 성폭력 가해자는 동서양 공통으로 권위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며 “폐쇄된 가족 권력구조를 만들고, 가족
구성원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조차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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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0 17:25 2013/03/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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