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최근 출간한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라는 책에서 내세운 무신론으로 과학계와 종교계가 다시 한 번 뜨거운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 호킹 박사의 무신론 주장으로 과학계와 종교계가 다시 한 번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미국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와 함께 쓴 이 책에서 호킹 박사는 “우주는 신성한 존재의 개입이 아니라 물리학 법칙에 따라 발생했다”며 창조론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신이 없다는 또 하나의 근거로 호킹 박사는 1992년 처음 발견된 외계 행성을 들었다. 우주에 태양계와 유사한 행성 시스템이 널려 있다는 것은 지구가 인간을 위해 설계됐다는 천지창조론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신 없이 자발적으로 우주와 인간이 존재하게 됐다’는 호킹 박사의 주장이 알려지자 종교계와 창조론자들은 즉각 반박했다. 과학자이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신학자로도 불리는 앨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물리학 법칙 자체가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없다”며 “스티븐 호킹은 과학을 지나친 과장으로 부풀려 오명과 악평의 과학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완 월리엄스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 역시 “물리학만으로는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결코 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호킹 박사에 대해 반박했다.

영국 유대교 최고 지도자인 조나단 헨리 색스 경은 “과학은 설명에 대한 것이지만 종교는 해석에 대한 것”이라며 호킹 박사의 논리 전개에 대해 “기초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국민 중 약 90%가 가톨릭교를 믿는 콜롬비아에서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나올 만큼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이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주장을 더욱 확고히 했다. 지난 7일 미국 ABC 뉴스에 출연해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

그러자 이에 대응하는 창조론자들의 주장도 더 과격해졌다. 영국 왕립연구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수전 그린필드 링컨대 교수는 “호킹 박사처럼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이 탈레반처럼 행동한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중세 초기, 과학은 ‘신학의 시녀’
 

과학은 자연 법칙을 통해 물질세계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에 비해 종교는 신의 섭리를 통해 정신세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왔다. 이처럼 서로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기에 과학과 종교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다.

자연과학의 발달 수준이 그리 높지 않던 중세 초기만 해도 과학은 ‘신학의 시녀’에 지나지 않았다. 즉, 그 당시 과학의 목적은 성서 해석에 도움을 주는 데 있었다. 따라서 신학을 위한 부수적이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1543년 폴란드의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중심설을 제안하며 종교의 신성한 영역을 침범했다. 그에 의하면 만물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으며 지구는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 도는 별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가톨릭계의 반응은 극렬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이 성서의 주장이니, 코페르니쿠스의 주장대로라면 기존의 종교적 기반이 붕괴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책은 수리천문학자를 위해 쓰여진 것이라 외부에서는 거의 이해되지 않았으며, 천문학자들조차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해버렸다. 또 책의 출간 직후 임종했기 때문에 코페르니쿠스는 종교계의 박해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며 ‘우주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무한하게 퍼져 있다’는 무한우주론을 주장한 이탈리아의 철학자인 조르다노 부르노는 1600년 로마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에 처해졌다.

근대 천문학의 아버지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시 1633년 로마의 종교재판 법정에서 대주교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지동설이 잘못됐다며 참회를 해야 했다.



   1859년, 흔들리기 시작한 종교의 권위
 

▲ 지난 9일 출간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저서 '위대한 설계'

그 후 1859년 11월 일대 파란을 일으킨 책 한 권이 찰스 다윈에 의해 발간됐다. ‘종의 기원’이란 이 책에서 다윈은 ‘인간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성서와 창조론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엄청난 사건이었고, 종교계는 또 다시 극렬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때와는 달리 종교계가 수세에 몰렸다.

다윈이 쏟아낸 각종 증거와 논리에 대해 과학계가 인정했으며, 이후 그때까지 공고하던 종교적 세계관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과학적으로 재정립한 창조론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잃어버린 고리’로 진화론의 약점을 파고들었으며, 과학이 밝혀낼수록 복잡하고 정교한 생명의 비밀에 대해 오로지 지적 설계자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 설계론’을 들고 나와 진화론에 대응했다.

그러다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2006년 ‘만들어진 신’이란 베스트셀러를 통해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망상”이라며 아예 대놓고 무신론을 주창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번 저술로 세계는 다시 한 번 무신론 대 유신론의 뜨거운 논쟁에 휩싸이게 됐다.

지금도 진화론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는 진화론을 가설 이상의 중요한 학설로 인정하며, 교회와 진화론이 양립할 수 있다는 타협과 공존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노년기로 접어든 1941년 과학과 종교의 공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 

아마 여기에 과학계와 종교계의 갈등을 치유할 해답이 들어 있지 않을까.
 
글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2010/11/14 09:19 2010/11/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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