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음, 두려운 것이 아닌 아름답게 준비하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창걸 대한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쿠키 건강] 우리가 살아가면서 듣는 나쁜 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삶이 다하는 ‘죽음’에 대한 소식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다. 완화의료는 삶의 끝자락에서 환자 인생의 마무리를 함께 준비하며 죽음을 받아 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죽는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닙니다. 누구든 태어난 이상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겁내고 거부하고 외면하기보다 스스로 받아 들이고 아름답게 준비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과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이창걸 대한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사진·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완화의료는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내가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마지막을 준비한 상태에서 평화롭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의료 인식 부족 여전, 수용과 준비의 단계 필요

완화의료는 항암치료도, 수술도, 치료를 위해 복용할 수 있는 약도 없는 상태에서 몸에 느껴지는 통증을 치료하며 죽음을 준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다. 죽음이라는 나쁜 소식을 환자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이들을 인간적으로 돌보면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완화의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완화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는 설화 속 ‘고려장’처럼 부모를 끝까지 돌보지 않았다며 책망하고 손가락질 받는 일이 더 많다. 하지만 완화의료가 내 가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사장은 “의학적인 치료를 한다해도 나아질 것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고통에 힘겨워하는 것보다 완화의료를 하는 것이 가족과 본인에게 더 좋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 한해 가족과 본인의 이해가 선행된 다음에 완화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인식부족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독일이나 영국은 죽음에 대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죽음교육’이 있다.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이 죽었을 때, 가족이 죽었을 때 등 여러 상황에 대비해 죽음의 의미를 교육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해시킨다.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에 대한 교육을 통해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호스피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감정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예후를 정확히 말해 환자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삶에 대한 희망을 주기보다 현재 상태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쁜 소식 전하기’는 의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소식을 전해야만 환자 본인이 단계적으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 환자는 처음에 충격을 받아 분노하고 우울해하지만 곧 이를 수용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이사장은 “충격과 분노, 우울, 수용, 준비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환자가 비로소 죽음에 대한 준비를 마친다. 그때부터 인간적인 돌봄이 시작되고, 환자 뿐만이 아니라 환자 가족과 주변 사람도 함께 돌봐야 완화의료”라고 설명했다.



◇국내 완화의료 제도 미흡, 적절한 시스템 찾아야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인지 국내에는 완화의료 지원이나 정책이 부족하다. 완화의료는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통증 치료가 주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1987년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치료가 도입됐으며, 병원이 아닌 종교단체나 지방의 사설의료기관을 통해 먼저 시작됐다.

완화의료는 병동에서 생활하는 병동형 호스피스와 가정에서 케어하는 가정형, 요양시설에서 환자를 돌보는 시설형 등이 있다. 이창걸 이사장이 있는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이 세 가지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병원 입원 기간은 환자 상태에 따라 2주 정도 입원하는 것을 적정 기간으로 본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과 가정, 시설을 오가면서 순환형 완화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완화의료 환자는 항암 치료나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통증과 호흡 치료, 경우에 따라 재활 치료만을 하기 때문에 병원에 장기 입원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제도적으로 완화의료 인력과 그에 따른 적정수가를 찾기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해 제도 적용을 위한 논의를 앞두고 있다.




◇죽음, 충격과 공포 아닌 ‘살아있음의 행복한 마감’

대부분의 사람은 죽는다고 하면 죽음과 공포부터 느낀다. 그러나 이창걸 이사장은 살아있는 삶을 행복하게 마감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죽지만 그 죽음을 준비하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고 화해하는 과정을 마치고 살아있음을 마감할 준비를 하는 것이 진정한 죽음이라는 것이다.

완화의료는 환자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 세상에 남게 되는 환자의 가족까지 함께 돌봐야 한다. 환자도 환자이지만 가족도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가족 간의 화해와 아픔을 돌보고 사별 가족까지 케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완화의료가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완화의료의 보험화 여부도 정책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암 환자의 치료 생존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살아있음을 내 의지대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가족과 의사의 역할이자 몫이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죽음을 받아 들이고 가족과의 관계를 풀고 화해하는 과정을 자기 의지대로 하는 것이 바로 완화의료”라며 “병상에서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죽음을 맞이해서 가족 간의 유산 다툼, 원망을 풀지 못한 채 죽어서는 안 된다. ‘따뜻한 죽음’, ‘살아있음을 잘 마감하는 것’, 이것이 완화의료이고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2012/11/09 11:33 2012/11/09 11:33

카테고리

전체 (17)
프로필 (1)
언론보도 (15)
건강정보 (1)

공지사항

달력

«   2019/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