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경기도 포천에서 벌어진 말기암 환자 가족의 비극은 세상에 큰 충격을 던졌다. 뇌종양 말기 아버지(56)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대 아들이 살해한 것이다. 지난해 말 ‘8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아버지는 입원치료를 하지 않고 집에서 약물치료만 받았다고 한다. 엄청난 통증에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같이 사는 아내와 딸에게 수차례 ‘죽여 달라’고 부탁했고, 아들은 결국 아버지의 목을 조르는 패륜을 저질렀다.

이 사건이 있은 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10년째 지지부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가 좀더 빨리 정착됐더라면 이번 사건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임종 케어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9일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7만명 정도(2010년 기준)가 말기암으로 죽음을 맞고 있다. 이들의 86.6%는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로 인한 고통을 받으며 임종한다. 말기암은 적극적 치료에도 회복 가능성이 없고 증상이 악화돼 통상 3개월 안에 사망이 예상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암환자들은 말기 진단 후에도 의료 이용에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사망일에 가까울수록 의료비용이 더 증가하는 실정이다.

복지부 조사 결과 말기암 환자가 임종 전 3개월간 항암치료, 응급실 이용 등에 사용한 건강보험 의료비는 7012억원(2010년 기준)으로 사망 전 1년간 쓰는 의료비(1조3922억원)의 50.4%에 달했다. 특히 사망 1개월 전에 쓴 의료비는 3642억원으로 사망 2개월 전 지출 의료비(1943억원)의 배 가까이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병원 임종에서도 소외받는 말기암 환자들이다. 특히 집에 머무는 말기암 환자는 통증치료 등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대부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간병 부담으로 가족끼리 갈등을 빚기도 해 종종 ‘간병 자살’이나 ‘간병 살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후진국 수준인 임종 케어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정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복지부는 내년 ‘암관리법’ 개정을 통해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법제화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현재 880병상(55개 기관)에서 2020년까지 1378병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와 암환자 증가 추이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정부 목표대로 호스피스 병상이 확보되더라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률은 11.9%(2011년 기준)에서 20%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제 도입이 추진되는 것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다. 말기암 환자가 퇴원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응급실을 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력 3년 이상 전담 간호사를 포함한 가정방문팀(의사,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말기암 환자의 집을 찾아가 탈수, 통증 등을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호스피스완화의료팀(PCT)’을 두고 말기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완화 의료기관 연결, 상담, 통증관리 교육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창걸(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사장은 “가정에서도 말기암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암환자의 ‘웰다잉(Well-Dying)’이 가능해지고 가족들의 고통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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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16:05 2013/10/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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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3/10/24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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