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가 있다고 하더라도 혈당만 정상적으로 유지하면, 당뇨로 인한 만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당뇨병학회 연례회의에서 'ACCORD'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과연 철저한 혈당 조절이 반드시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연구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1만 명 이상의 당뇨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강화치료군)은 혈당 조절의 목표치를 정해 놓고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치료약제를 투여하였고, 다른 한 그룹(표준치료군)은 환자에 따라 관례적으로 해오던 정도의 혈당치료를 하였다. 목표한 대로 강화치료군의 혈당은 1년 이내에 거의 대부분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표준치료군도 혈당은 떨어졌으나 강화치료군에 비해 평균 30~40㎎/dL 정도 혈당이 높게 관리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화치료군이 표준치료군에 비해 심혈관 합병증의 발생률이 낮지 않을 뿐 아니라, 사망률은 오히려 높았다. 연구팀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연구 결과에 따라 연구를 3.5년 만에 조기 중단하게 되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ADVANCE'라는 대규모 연구결과는 이와 상반됐다. 혈당 조절이 중요하다는 '상식적인' 연구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물론 연구방법이나 연구대상자의 차이에 따라 연구 결과가 상반되게 나올 수 있으나 이와 같은 '황당한' 연구 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논란이 어떻게 진행되고 발전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ACCORD' 연구결과를 보면서 당뇨병 치료는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즉 단순한 기계적인 목표 혈당 수치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비만도, 생활습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당뇨병 자체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를 보는 의사입장에서, 환자의 혈당 관리가 잘 안될 때 환자에게 잘못을 떠넘기면서 속으로 약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병이 당뇨병이다. 그만큼 혈당조절을 위해서는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ACCORD'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목표한 혈당 치까지 도달하기 위해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물요법만 '끝없이' 강화한다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결국 약이 필요한 환자가 약 없이 생활습관만 교정해서 병에 대처하겠다는 자세도 문제지만, 생활습관 교정 없이 약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연구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ACCORD' 연구 결과가 '황당하게' 나왔다고 혈당조절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건강한 당뇨인들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연구 결과를 '혈당치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가 없구나' 또는 '가급적 약을 쓰면 안 되겠구나'하고 받아 들인다면 그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되기 쉽다. 이런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너무 엄격하게, 약만으로 병을 다스리겠다는 치료 방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약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약을 먹으라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꺼리는 분들이 많은데 요즘은 좋은 치료제도 많이 개발됐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처방'도 많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뇨병은 대표적인 대사질환으로,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생활하는 모든 대사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당뇨가 있으면 가장 먼저 대사상태의 정상화를 위하여 체중을 조절하고,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는 등 좀 더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뿐 아니라 모든 당뇨병 전문의들의 견해다.

2011/05/17 16:35 2011/05/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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