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국흉부학회에는 독특한 환자 한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딕 체니 전(前) 미 부통령이다. 37세부터 심근경색증을 앓아 온 그는 69세이던 지난 2010년 말기 심부전증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인공 심장을 이식받아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고, 작년에는 인공 심장을 떼고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딕 체니가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거의 100% 사망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인공 심장 이식수술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2000년 1세대 인공 심장, 삼성서울병원이 올해 초에 2세대 인공 심장 수술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수술들은 '임상 연구'로 이뤄졌다. 즉 환자가 돈 내고 받은 수술이 아니라,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아 병원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연구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인공 심장은 기계 값만 1억1000여만원이다. 아직 임상 연구만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돈을 낼 테니 인공 심장 이식수술을 해 달라"고 해도 병원은 응할 수 없다.

인공 심장은 작년 11월 식약처에서 일단 수입품목 허가가 났지만, 이후 승인 절차는 하세월이다. 지난 5월에 신청한 미국 인공 심장 제조회사에 대한 한국 공무원들의 현장 심사는 11월쯤이나 이뤄질 예정이다. 인공 심장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는 신청 후 1년 이상 걸리므로 결과는 내년 6~7월쯤 나온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내후년쯤 돼야 나올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매년 수천명이 인공 심장 수술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절차 때문에 첨단 의료기술이 있어도 생명을 잃는 현실이다.

차선책이라도 열어줘야 한다. '개별 환자 승인제도'라는 게 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는 승인 절차를 밟는 중이라도 환자의 요구에 따라 쓸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검증되지 않은 의료장비로 국민의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되겠지만, 인공 심장의 안전성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검증이 끝났다. 뇌사자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임시로 사용되기도 하며, 영구적인 생명 유지 장치로도 쓰인다. 한시가 급한 말기 심장병 환자들을 감안해 인공 심장 사용 승인 절차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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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 08:42 2013/07/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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