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5시간 기다림 끝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반사적으로 전화를 하게된다.

왜냐면, 문자메시지로 답장을 보내지 못하기에

반가운 감사를 우물쭈물거리는 것이다.

<우물쭈물>이란 표현이 낯설다.

 

때로 예전에 익숙했던 몇가지 것들에 대해

건조한 일상은 망각을 강요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익숙했던 것들도 있겠지만,

스쳐지나가다가 기억의 얼레에 잠깐 걸린 것들도,

사소한 상황에  상기되어 때는,

마치 중년부인이 우연히, 달리는 차창에 잠깐 내비친,

아주 친하지 않았던 여고동창생이라해도, 목격하게 되었을 ,

그로인해 반추되는, 추억의 시간들로 하여,

구수한 군밤내음 같은, 감정을 느낄 있듯이,

잃어버렸던 유년의 훈장을 찾은 기분을 던져주게 되는 것이다.

! 그렇구나! 내가 그런 것을 갖고 있었지하는,

전혀 유치해보이지도 않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쾌함이다.

 

지난번에 만났던 외국인의 이름이 <롤랭>이라고 하였을 ,

젊은 시절 치기어린 방랑이 연상되고,

연상은 악마주의에 경도되기도 했던 기억을 되살려,

<로트레아몽> 까지 더듬게 되었을 ,

마치 쌓였던 오래된 책더미에서 <최인훈 전집> 발견하고,

거기서 잠깐 짬을 들척거리다가,

당시 까닭없이 소중하게 읽고 읽고 읽었던,

편의 단편들, 예를 들면 <구운몽>, <회색인> , 그런 것들,

발견했을 , 필연코 느끼는 소스라치는 반가움 같다고나 할까,

그런 상황은 무척이나 다시한번 건조한 일상에 던져주는,

감사한 선물인 것이다.

 

그러나, 맘속깊이 느끼는 반가운 감사와는 달리

추스리는 외연은 언제나 <우물쭈물>이다.  

 

 

Posted by 베스트닥터

2012/02/01 12:08 2012/02/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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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욕(半信浴)과 연금술사(鍊金術士)>


<반신욕(半信浴)과 연금술사(鍊金術士)>

연세의대 내과 안철우

지난 겨울 나는 피곤하였다. 
 
늘 부족한 능력과 과중한 현실의 괴리에서 외화(外華)에 초조하고, 
무미한 일상에 연연하여 정신과 육체는 깨지기 쉬운 유리알이었다. 
그리하여, 주변에 조언으로 반신반의하면서, 반신욕을 시작하게 되었고, 
책을 읽었는데, 우선은 나름대로 오롯하게 30분 정도를 나를 위한 시간을 적신다는 것이 참 소중하였고, 
또한, 오랜만에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책들을 읽으면서 
잊었던 절박하고 수다한 사변의 향기에 잠기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영문모를 참을 수 없는 우울한 고독과 더불어, 
마치 소가 초원의 풀을 여기 저기 뜯어 먹듯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예전에는 수상발표와 동시에 바로 달려가 서점에서 구입하여 
그 당시 까닭없이 소중하게 읽고, 읽고 또 읽었던, 이상문학상 수상집들을 다시 찾아서, 
최근 29회 수상집인 한강의 <몽고반점>까지 포함된 단편들을 포함해서 읽었고, 
김훈의 <칼의 노래>, 이인화의 <하비로> 등의 장편도 읽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다시 빨려들 듯이 삼킨 책은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였다. 
아마도 그때의 여러 가지 심상과 맞아 떨어져 
<연금술사>는 더욱 깊고 짙은 색깔로 다가와 
잃어버렸던 유년의 훈장을 찾은 기분을 던져주었는데, 
특히 주인공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고독하고 아름다운 여정의 길은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만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우주의 언어>를 파악해서 
<自我의 神話>를 찾는 과정은 바로 <연금술사>의 인생이며, 
 이는 어쩌면 <산티아고> 뿐 만 아니라 
 정녕 우리의 인생의 사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나의 인생의 여정은 어떠하며, 
 급속하게 지치고 쇠잔해진 나의 피곤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의 행운과 성공에 대한 집착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체성 부재,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등이 그 저변에 와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쇳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부글거리는 후회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슬며시 지워보지만 
 어떻게 극복하고, 또한 끝까지 견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나의 뽀얗게 쌓인 먼지 쌓인 화두에 
 <연금술사>의 촌철같은 글귀들은 해답을 주었다. 
 즉, 과거의 행운과 성공의 집착을 극복하고, 현재의 고단함을 인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찾아나서는 도전은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므로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이다> 등의 글귀가 평온함을 주었고, 
 
 일에 대한 애정의 확신 없음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 뿐이다>,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에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의 글귀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현재의 상황과 관계들과 소중함에 대해서는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다>, 
 <하루 하루의 순간 속에서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 글귀가 위안과 격려가 되었다. 
 
 즉, 보다 성숙한 <自我의 神話>를 찾기 위해서는 
 지난한 연습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삶도 자동적으로 운위되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쉬운 것은 없다. 
 마음은 비워두자. 
 그리고 압지가 물을 흡수하듯 
 앞으로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여기며 내면화시켜야 한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삶이 감동치며 느껴질 때, 
 현란한 외화는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흰 눈이 쌓인 오두막에 혼자 난로지피며 
 말없이 그 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나 혼자만의 생각에 침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왜 그 동안 동이불화(同而不和) 같은 어수선한 휩쓸림에 천착했던가. 
 이제부터라도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더 이상 미혹되지 말고 
 안분지족(安分知足)의 대지위에 내일의 견실한 씨를 뿌려라. 
 
 유치한 신경들의 언희에서 초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당한 솔직함이 우선된다. 
 열려진 가방이 되어야 한다. 
 그 어떤 상황이 다가온다 해도 
 그 앞에서 열려진 가방이 되자. 
 누군가 그안에 무엇을 빼고 
 또 그 무엇을 넣는다해도 상관없는 난, 
 열려진 가방이다. 
 각오의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마음을 편하게 두자. 
 왜냐하면 난 열려진 가방이니까. 
 진실로, 이제는 나의 은근한 각오를 존중하면서, 
 다시 차근하게 걸음마를 시작할 것이니, 
 그럼에도 앞으로 펼쳐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는 
 <천지의 모든 일들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는 <마크툽>이라는 말, 
 즉,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 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는 읽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추측하는 것이다>라는 글귀와, 
 <어느 한가지 일을 소망할 때 천지간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뜻을 모은다>는 
 연금술사의 핵심 모티브로 마무리를 대신하며, 
 
 적막하고 피곤한 겨울에서 
 찬란하고 은성한 봄으로 이르는 길목에서 만난 
 반신욕과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게 
 다시 한번 정숙한 벚꽃같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osted by 베스트닥터

2012/02/01 12:06 2012/02/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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