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의 생리해부학적 기전과 역할은 19세기 이후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규명된 것이지만, 갑상선기능이상은 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 모두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질환이다. 따라서 갑상선기능이상의 진단과 치료 반응의 평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임상 증상 자체에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신체의 거의 모든 세포 내에서 고유의 대사 활동을 조절하므로 갑상선기능이상의 증상 역시 전신적으로 다양한 자율신경계 반응 및 열 발생 이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전신적인 임상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갑상선질환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갑상선기능이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 증상 또한 경미하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아, 임상증상만을 지표로 갑상선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임할 경우 오진과 과잉 치료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갑상선기능검사가 임상진료에 활용되기 이전의 진료 형태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으며, 현재 주요 진료지침에서도 갑상선기능이상의 진단 및 치료 과정에 임상증상만을 이용한 판단은 권장되고 있지 않다.

1970년대 이후 방사면역측정법을 통해 혈중 갑상선자극호르몬 (TSH) 농도를 임상적으로 정량 할 수 있게 되면서 갑상선기능이상의 조기 진단 및 적절한 호르몬 보충 치료 모두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TSH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지만, 전신적인 호르몬 분비 조절 원리인 음성 되먹이 (negative feedback) 기전에 의해 갑상선호르몬 자체의 미세한 혈중 농도 변화에도 큰 폭으로 혈중 농도가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혈중 TSH 농도를 측정하여 매우 경미한 수준의 갑상선기능이상의 여부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TSH는 갑상선기능이상 진단에 있어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검사 지표이지만 여기에는 갑상선호르몬 농도에 대한 뇌하수체의 반응, 즉 앞서 언급한 음성 되먹이 기전의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 축 (H-P-T axis)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실제로 임상적으로 이러한 음성 되먹이 기전에 입각하여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경우가 존재한다. 뇌하수체 기능의 이상으로 초래되는 이차성 (secondary) 갑상선기능이상, 뇌하수체에서의 TSH 분비에 영향을 주는 약제에 의한 갑상선호르몬 검사 이상, 또는 중증질환 및 전신적 스트레스 등에 의한 비()갑상선질환 증후군 (non-thyroid illness syndrome) 등이 대표적이며 이러한 경우에는 혈중 TSH 농도를 통하여 갑상선기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갑상선기능검사의 해석을 위해서는 TSH와 갑상선호르몬 (FT4, T3)의 생리적인 역학관계와 함께 환자의 전신 상태, 투약력, 기저 질환 등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상선호르몬 측정을 통한 조기 진단은 갑상선기능이상의 전반적인 중증도를 낮추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이에 따라 새로운 임상적인 문제들과 직면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경미한 수준의 TSH 수치 이상을 보이는 무증상 (subclinical) 갑상선기능이상 환자들의 진단과 관련된 문제이다. 무증상 갑상선기능이상은 그 명칭과 달리 증상의 유무와 상관 없이 TSH의 참고치에 따른 생화학적인 진단 기준에 입각한 질환 군이다. 따라서 무증상 갑상선기능이상의 진단 및 치료와 관련된 논란에는 항상 정상 TSH 범위의 설정과 관련된 논란을 수반된다. 이러한 논란은 TSH 정상 범위가 혈당, 혈압 등의 정상 범위처럼 대규모 전향적 임상 연구를 통한 건강 결과 (health outcome)에 입각한 수치가 아니라, 전적으로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통계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최근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등을 통하여 이러한 무증상 갑상선질환의 건강 결과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이 일부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원인 결과 관계를 명확히 결론 짓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경미한 수준의 갑상선기능이상의 경우 갑상선호르몬 검사 이상을 일으키는 기저 원인에 대한 규명과 함께 질환 자체의 경과를 통하여 예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서 적절한 호르몬 보충 요법의 지표로서 TSH가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이러한 논란은 합성 갑상선호르몬 (Levothyroxine, LT4)의 치료가 시작된 이래로 갑상선호르몬 검사 결과가 정상 수치를 보이는 일부의 환자에서 지속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 증상을 호소하는 현상을 통해 제기되었으며 여러 연구에서 혈중 갑상선호르몬 농도 및 뇌하수체에서의 TSH 분비 정도가 말초 조직 내의 활성형 갑상호르몬인 T3 (triiodothyronine)의 농도를 완벽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에서 조직 내 갑상선호르몬 신호를 임상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T3 호르몬의 보충 여부와 관련된 명확한 지침 또한 없는 상태이다. 단지 일부의 환자에서 정상 범위의 TSH가 조직 내 갑상선 갑상선호르몬 신호의 명확한 지표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갑상선호르몬 검사는 갑상선기능이상의 진단 및 치료 과정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으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경미한 수준에서 쉽게 진단 및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경미한 수준의 갑상선기능이상 환자들의 진단이 증가하고 정상 범위의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보이는 환자들 가운데에서도 개별화된 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맞아 새로운 논란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는 전신적인 갑상선호르몬 신호 체계의 생리와 관련된 보다 더 명확한 규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갑상선호르몬 검사 결과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동일한 검사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저 질환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2017. 대한임상화학회 강연  

2017/05/23 16:02 2017/05/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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